김승민 목사(원미동교회 담임목사)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가 독일 뷔텐베르크 성당 정문 게시판에 ‘95개 조항의 개혁문’을 붙인 것이 종교개혁의 시작이 되었다. 

그 이후로 매년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키고 있다. 2023년은 제506주년 종교개혁의 해이다. 루터 이후 종교개혁자들이 가장 중요한 모토는 세 가지였다. “오직 성경으로" (Sola Scriptura)”, 오직 은혜로“ (Sola Gratia)”, 오직 믿음으로“ (Sola Fide) 그런데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는 새포도주와 같은 새 질서의 공동체이다. 새 시대의 복음은 죄인들을 비난하고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불러 구원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사람을 살리는 복음이다. 그러나 예수님 당시 바리새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예수님은 세관에 앉아 있는 레위를 제자로 부르셨다. 그 당시 세리는 로마의 앞잡이로 여겨져 유대인에게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레위집으로 가서 많은 세리와 죄인과 함께 식사를 한 것이다. 이것은 바리새인들이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죄인을 부르러 오셨기에 의도적으로 죄인들과 함께하셨던 것이다.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 9:13)

죄인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 잘난 사람의 것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의 기준은 '의(義)'였다. 유대인들에게 의(義)의 기준은 율법이었다. 그러므로 모든 율법을 항상 지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주 아래 있게 된다고 유대인들은 생각을 했다(갈 3:10). 

그러나 어떤 사람도 율법을 다 지킬 수 없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한 것이다(롬 3:10). 그래서 죄인을 위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고 죄인들을 대신해 십자가를 지심으로 의롭다 해 주셨다.

이 세상에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 구원받을 만한 자격을 스스로 갖춘 자는 아무도 없다. 성경은 스스로 자격이 있어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구원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씀하고 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 2:8-9)

구원은 인간의 선한 행위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은 겸손할 수밖에 없다. 자기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해서 차별하지 않는다. 서로 용서하며 사랑한다. 하나님의 백성이 되게 한 은혜의 원리가 서로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에서 경험해야 하는 천국의 삶인 것이다.

신앙생활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날마다 슬픔과 고통 속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행위로 하나님께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부족한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끊임없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은 에수님이 주신 기쁨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뻐할 수 있는 근거는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예수님의 행하심에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주신 구원의 은혜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항상 기뻐할 수 있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데살로니가 성도들에게 “항상 기뻐하라”(살전 5:16)고 말씀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왕이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면 낡은 옷이 찢어지고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부대에 넣으면 그 부대가 터지듯이, 옛 시대의 생각과 삶의 태도는 새 시대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왕이신 예수님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 

옛 시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열심을 통해 하나님께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예수님이 오심으로 이뤄진 새 시대의 방식은 예수님이 행하신 모든 것을 믿음으로 받고 예수님이 주신 것들을 향유하는 것이다. 자기 기반의 신앙을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 품에 안기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이전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태도,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미 지나가 버린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새로운 피조물에 어울리지 않는다. 

새로운 존재로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로운 존재가 된 방식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행위와 노력으로 에수님과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믿음으로 구원받았듯이 믿음으로 예수님께 자신을 의탁함으로 예수님과 친밀한 교제를 누려야 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는데 2,000년 전 바리새인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닌가? 500년 전 개혁의 대상이었던 가톨릭의 모습이 지금 우리 속에 여전히 남이 있지는 않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사도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에게 복음을 전해주면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빌 1:27)고 권면하고 있다.  성도는 율법으로 구원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구원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넣는 삶이다.

※ 김승민 목사는 부천출생으로 부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에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New York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동문회장과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 제50대, 52대 총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원미동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으며, 부천시청 기독신우회를 지도하고 있다. 부천시 원미로 164번길 19-19 원미동교회(032-657-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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