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은 전편과 비교 당한다는 점에서 카인과 아벨 같은 형제의 운명을 지닌다.
특히, 007 시리즈는 더욱이나 그렇다. '역대 최악'이라거나 '역대 최고'라는 수사가 가능해지는 이유는 전적으로 이 시리즈가 무려 55년 동안이나 장수했기 때문이다.
▲ 007 위기일발 포스터
첫 번째 007 시리즈인 <007 살인번호>가 1962년에 탄생하였으니 이 고전 스파이 액션물의 역사도 반세기를 넘었다. 이후 흥행 성적이 부진한 적도 있었고 최악의 캐스팅이었다며 외면 받았던 속편도 있었다.('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제임스 본드((James Bond )를 맡았을 때 쏟아졌던 우려와 혹평은 참으로 냉혹했다! 그런 그가 다음 007 시리즈부터는 하차한다니!) 차이와 변주 속에서 계속되어온 냉전 영웅의 아메리칸 하드보일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의 밀리언셀러 원작이 만들어낸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는 무수한 속편 다작을 통해 창조와 변주를 거듭하며 범작과 걸작을 낳았다. 어떠한 원작도 55년 동안이나 되풀이되면 그 시리즈는 애정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애증까지도 동반하게 되는 법.
때문에 007 시리즈의 정체성이 어느덧 관습적으로 고착화된 면 또한 존재하다 보니 샘 맨데스 감독의 2015년작 <007 스펙터>에 이르기까지 이 시리즈가 당면한 관건은 이제 지금까지의 007 시리즈가 구축하였던 전통을 속편이 과연 어떻게 극복하면서도 계승할 것인가의 '특이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관객과 평단이 공감하는 공통적인 평가다.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 턱시도, 권총, 본드걸, KGB, M16, 애스터 마틴, 몬티 노먼과 존 베리가 작곡한 007의 메인 테마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와 같은 핵심 요소들은 제임스 본드를 관객들이 확고하게 지각하게 만드는 동시에 007 시리즈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기본 세팅 오브제로 시리즈를 장식해왔지만 어느덧 그것만으로는 전작의 007 시리즈를 극복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매 속편마다 전편을 넘어서는 한 발의 결정적이고도 전략적인 총구를 겨눠야만 하는 007 시리즈의 운명. 그것은 제임스 본드가 구축한 거대한 서사 이미지의 운명이기도 할 것이다.
이 운명의 총구를 처음 겨누었던 시초에 제1대 본드인 숀 코너리가 있었다. 숀 코너리는 <007 살인번호> 이후 모두 6회의 시리즈에 걸쳐 제임스 본드를 맡아 초대 007 시리즈의 원조가 되었다.
이후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다니엘 크레이그에 이르기까지 총 6대 제임스 본드가 계보를 이어왔지만 숀 코너리가 완성한 007 클래식의 위엄과 전통은 어떠한 시리즈에도 쉽사리 비견될 수 없었다.
원조 제임스 본드인 숀 코너리와 더불어 007 클래식을 아우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맷 먼로(Matt Monro)'가 부른 초대 007 공식 보컬 주제곡이었다.
007 시리즈의 첫 보컬 주제곡을 부른 가수는 맷 먼로였다.
맷 먼로의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는 아델, 폴 매카트니, 샘 스미스, 듀란 듀란에서 칼리 사이먼, 셜리 베이시, 티나 터너, 크리스 코넬, 잭 화이트와 엘리샤 키스, A-Ha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해왔던 007 보컬 주제곡의 역사를 망라하는 원조 트랙이었다.
러시아의 새 암호 판독기 '렉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스펙터 일당과 본드의 작전과 사투, 소련군 여장교 '타티아나 로마노프(다니엘라 비앙킹 역)'와 본드 사이의 로맨스, 터키 이스탄불을 무대로 펼쳐지는 음모와 충돌의 첩보전...
맷 먼로의 주제곡은 첩보의 암투 속에서 펼쳐지는 유혹과 로맨스를 매혹적으로 노래한다. 2009년 유니버셜에서 발매된 <더 베스트 오브 본드… 제임스 본드(The Best of Bond…James Bond)>는 역대 007 시리즈의 공식 주제곡들 중 대표적인 스코어 15곡을 엄선해 발매된 앨범으로 맷 먼로의 주제곡 역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아델이나 샘 스미스의 현대적이고도 세련된 007 시리즈에 걸맞는 보이스에 비교하면 중후하면서 다소 무겁게도 느껴지는 멧 먼로의 보이스는 흘러간 이 첩보 클래식을 묵직하고도 진중하게 복권시킨다.
러시아로부터 사랑과 함께 나는 당신한테로 날아가요.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영리해졌어요.
세계를 돌며 여러 가지를 배우고,
러시아에서 사랑을 얻어 돌아오는 거예요.
많은 곳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 잠시 동안 마음도 개었어요.
그러나 당신은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당신에의 사랑을 고백하지 않았어요.
나는 러시아로 날아갔는데, 갑자기 당신의 사랑을 다시 깨달았던 거예요.
러시아로부터 사랑과 함께 나는 당신한테로 날아가요.
From russia with love I fly to you Much wiser since my goodbye to you I've travelled the world to learn I must return from russia with love I've seen places, faces and smiled for a moment But oh, you haunted me so Still my tongue tied, young pride Would not let my love for you show I case you say no To russia I flew but there and then I suddenly knew you'd care again My running around is through I fly to you, from russia with love
필자 그랑블루님은 학부에서 '영화'를 대학원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현재 한국 사회의 문화적 현상들을 연구하고 있다.
▲ <007 위기일발> 피카디리 극장 홍보물을 살펴보면 당시 영화 관람 요금 65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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