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그랑블루(부천타임즈 문화예술전문 칼럼니스트)
 
수능이 오늘이다. 해마다 11월이면 찾아오는 대한민국 대학수학능력시험. 1994년부터 대입 학력고사가 현재의 수능으로 제도적 변경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으니 수능의 나이는 올해로 22세, 어느덧 20대 초반 청년의 생물학적 나이와 비등해졌다.

▲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포스터

학력도 자본인 사회에서 대학입시 등용문은 학력 자본 형성 과정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관문이다. 이 관문을 '클리어'해야 다음 경쟁사회 관문으로 진입할 자격이 '득템' 되는 입시전쟁의 나라, 대한민국.
 
최근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은 국정농단의 추악한 진실의 면면 속에는 심지어 입시전쟁의 승전률에도 영향을 미친 부정한 '득템권력'이 있었고, 각종 등용문을 자동문으로 만들어버린 특혜의 꼬리를 무는 '득템 부정자본'이 있었다.
 
정유라씨의 고교 학사 관리 및 대학 입학 과정에 개입된 특혜는 '득템부정 학력자본' 형성 과정에까지 개입된 부정한 권력과 재산의 비루하고 아니꼬운 민낯이었다.
 
하지만 이 추악한 민낯 앞에서 청소년들이 느꼈을 분노와 좌절은 그들의 작고 고운 손에 쥐어진 민중총궐기에서 촛불로 이어졌다. 국민들의 촛불은 이어질 것이고 민주주의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혼란스럽지만 수험생들은 그럼에도 이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만든 등용문을 오늘 통과해야 하며 수험생들의 최선과 노력의 가치는 응원 받아야 한다.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에 등장하는 선생님은 말한다. " 전... 안 되는 학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대사를 빌려 올해 수능 응시생 60만 5987명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기로 한다.

▲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스틸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일본의 한 고교 비행 청소년(사야카, 아리무라 카스미 역)이 학업 부진아 전문 학원에서 만나게 된 선생님(츠보타, 이토 아츠시 역)의 전폭적인 믿음과 응원으로 인해 게이오 대학교에 진학할 꿈을 꾸게 되고, 마침내 불가능해 보였던 꿈을 이루게 된다는 내용의 성장 영화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버블 붕괴로 촉발된 장기 저성장에 진입하면서 현재 한국의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핵심 문제인 청년 실업률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둘러싼 정치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앞서 겪었다.

프리터족, 청년무업자를 뜻하는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NEET)족,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 등의 출현은 세계화 시대 일본 청년층의 무기력, 의욕저하, 실망, 빈곤, 불평등, 양극화가 빚어낸 피할 수 없는 세대 양산의 형태였다.

현재 한국 사회가 형성하고 있는 청년세대 담론은 일본의 경우와 차이가 있으나 청년층이 겪고 있는 불확실성과 생존 문제는 사회구조적 변동 과정 속에서 근본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서바이벌의 전쟁판 한 가운데서 학력자본은 청년 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더 이상 근본적인 해결점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각설하고, 대학 졸업장은 청년에게 정규직 취업과 결혼을 시켜주지 못한다. 
 
그러니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의 청소년(사야카)의 미래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러한 부정적 현실 가정이 너무도 '현실적인' 세계에서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츠보타 선생님의 대사는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무기력함을 동반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수능 특선 영화로 꼽은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사회화 과정에서의 '근본적인 배움'의 영역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적 질문은 '인간의 성장'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교육은 성장의 과정이며 인간은 성장하는 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청년에게 있어 배움의 목적이 오직 대입과 생존 경쟁 사회 진입을 위한 자격 요건 득템 정도의 기능 뿐이라면, 최종 목적과 기능이 완수되고 난 후 그 배움의 가치는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데 연관된 감각과 깊이를 전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청년에게 요구되는 교육의 목적은 오직 대입뿐이 아니다. 교육은 사회화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시각을 형성하게 하는 반사회화 과정이기도 하다.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공감 능력을 갖게 됨으로써의 인식의 확장과 실제적 참여로까지 개진될 수 있는 교육.

이때 교육은 공간으로써의 학교에 머무르는 교육이 아니며 삶을 학교 공간 전체로 만드는 교육이 된다. 사회를 살아가는 한 명의 개인, 시민으로써의 감각을 키우는 교육, 이러한 교육은 자연스레 존재의 개별성과 자기 성찰에 대한 욕구를 지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이러한 교육적 지향점과 성장에 대한 의미를 시사한다. 결국 어떤 의미에서든 배운다는 것의 본래적 의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배운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 배우는 주체가 진정한 자기 자신일 때 말이다. 불량소녀의 자기 주체가 불량소녀였던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결국, 성장과 가능성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서바이벌의 전쟁판 한 가운데서도 성장과 가능성의 이야기는 응원 받아야 하며 계속되어야 한다. 

필자 그랑블루님은 학부에서 '영화'를 대학원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현재 한국 사회의 문화적 현상들을 연구하고 있다.

▲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