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지난 12월 19일 오전,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실내TV 경마장) 서울 영등포 지점 앞. 50대 남성이 휘청거리며 택시를 부른다. 지켜보고 있던 인근 주민이 혀를 찬다.

“경마해서 다 날렸대. 자기 택시 잡히고 돈 빌렸다가 택시도 날렸대. 차떼기 몰라? 차 잡히고 1주일 안에 빌린 돈 못 갚으면 자기 차 날리는 거야. 여기 그런 사람 많아. 집도 날리는 마당에 차가 대수야. 저 사람 택시 날린 후, 그날부터 정신이 오락가락해. 저 지경이니 이젠 마장 입장도 아예 안 시켜줘. 그래도 경마를 잊지 못해서 주말마다 이 동네 와서는 ‘내 택시! 내 택시!’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해. 벌써 몇 년 됐어.”

이번에는 키가 140㎝ 가량인 한 40대 여성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를 부르며 장외발매소 입구 주위를 서성인다. 9년째 좌판에서 경마 예상지와 컴퓨터용 펜을 판매하고 있다는 50대 여자 상인은 노래를 부르는 여성이 다가오자 사탕 하나를 쥐어준다.

“1년 내내 저 노래만 불러. 저 애 저러고 다닌 지 벌써 5년 넘었어. 지 남편이 경마에 미쳐서 미친 마누라까지 끌고 오는데 쟤는 입장이 안 돼. 안에서 시끄럽게 하거든. 남편 혼자 장에 들어가고 나면 주말마다 하루 종일 저렇게 혼자서 노래 부르며 다녀. 쟤 별명이 이 동네에서 ‘영등포 짹짹이’야.”

얼마 전까지 한 70대 노인이 주말마다 인근 길거리에서 노숙을 했다고 한다.
아무데서나 오줌을 싸기로 유명했다는 노인. 포장마차 ‘영등포 꽃마차’의 50대 여사장이 말한다.

“말도 말어. 그 노인네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무 때나 들어와서는 손님들한테 돈 내놔라, 동네 여기 저기 사람 다 보는 데서 오줌은 오줌대로 싸. 토요일이면 딸들한테 돈 타서 나오고 그 돈 마장에서 다 잃고 나면 밤에는 포장마차 손님들한테 동냥해요. 밤새 길거리에서 꼬부라져 자고는 일요일 아침 개장하자마자 또 들어가서 돈 다 날리고. 그 영감 요즘 안 보이는데 저승 갔는지.”

남편 봉급 가지고와서 경마장에서  다 날리는 여자도
“마감되었습니다. 다음 경주에 구입하십시오!”
결국 마권을 구입하지 못한 수십 명의 사람들은 앞사람 때문에 큰돈을 잃은 표정을 짓는다. 눈을 흘기고 욕설을 흘리며 자리로 돌아간다.

오전 11시 첫 경주부터 오후 5시20분 마지막 경주까지 똑같은 ‘시간 싸움’은 반복된다. 종종 말다툼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멱살을 잡거나 폭력을 쓰지 않는다. 아들뻘 되는 경비원에게 붙잡혀 바로 쫓겨나거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되기 때문이다. 경마 경력 20년이라는 한 50대 여성이 말을 건다.

“초보지? 딱 보면 알어. 내가 번호 좋은 거 불러줄 테니 그대로 해. 잃지는 않을 거야.”

1등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주마를 이곳에서는 ‘대가리’라고 한다.
아주머니는 “대가리는 3번이야, 배당은 낮지만 2번마와 3번마가 가능성이 높아”라며 2, 3번을 쓰라고 한다. 컴퓨터용 펜으로 마권 구입 카드에 2, 3번을 표시해 창구에서 총 1만원을 주고 마권을 구입했다.

“출발했습니다!”
경마장 아나운서가 외친다. 양복을 입고 점잖게 앉아 있던 60대 신사는 갑자기 경마예상지를 둘둘 말더니 탁탁탁 무릎을 치기 시작한다.

“6번!”
“3번! 대가리 나왔어!”
“그렇지! 끝났어! 끝났어!”

1, 2등이 결정되는 순간까지는 1분여. 이곳의 사람들은 오직 이 순간을 위하여 나머지 23시간59분을 사는 듯 온 신경을 대형 TV에 집중한다. 아주머니의 예상대로 2, 3번이 들어왔다. 나는 1만원 배팅으로 2만원을 벌었다. 아주머니는 2, 3번을 걸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각각 88.7배, 436.7배가 걸린 2, 4번과 4, 6번에 돈을 걸었다.

아주머니는 하루에 1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까지 쓴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장외발매소 부천원종동 지점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를 교환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곳에 있다.

“초보들이나 싼 배당에 걸지. 저건 돈이 안 돼. 눈에 보여도 걸지 못하는 거야. 삼촌은 절대 크게 걸지마. 그게 인생 망치는 길이야. 그냥 재미로 하다 가.”

오후 5시20분. 마지막 경주가 끝나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장외발매소를 빠져나온다. 마장 바닥에는 마권 구입카드가 호외 전단지처럼 흩날린다. 어깨가 퍽 부딪칠 때 험악한 눈빛이 오가는 일은 이곳에서 흔한 일. 사람들은 급하게 담배를 태우며 인근 포장마차로 들어가 소주로 분풀이를 하거나 설욕을 위해 다시 인근 스크린 경마장으로 들어간다.

장외발매소 폐장 이후 스크린 경마장에는 자리가 없다.
막판에 한 번 ‘터져서’ 겨우 만원짜리 한 장 건지고 나온 노숙자들은 사우나로 들어가 다음 주를 기약한다. 이들은 다음 주 경마를 위하여 내일 새벽 다시 직업소개소로 향한다. 마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틈 속에 짓눌린 채 ‘영등포 짹짹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며 남편을 찾는다.

<위 기사는 경마예상 전문지 인터넷 사이트 '검빛'에서 발췌 인용된 것입니다>

한국마사회 TV 경마장(장외발매소)는 현재 전국적으로 29곳이다.
‘건전오락과 레져’를 앞세워 도박중독자와 정신병자, 패가망신, 가정파탄을 불러오는 경마는 우리의 이웃’들을 이렇게 발가벗기고 있다.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에 위치한 TV경마장이 상동 세이브존 사거리 가나베스트타운 빌딩으로 이전을 추진하면서부터  경마장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측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찬성하는 상가연합회측이 첨예하게 대립된 가운데 폭력사태까지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한 2004년 한해 였다.

홍건표 부천시장은 경마장 이전과 관련하여 “한국마사회가 제출한 건물 용도변경(문화집회시설)에 법적인 하자가 없으면 허가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4대 시의회(의장 황원희) 마저도 경마장 이전에 관하여 발을 빼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전임 원혜영시장(현 국회의원)과 3대 시의회는 원종동  TV실내경마장아 부천북부역 일죽사우나 건물로 이전을 추진하자 시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다며 경마장 이전을 불허했다.

2004년 8월 10일 부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종교계, 교육계, 노동계 등지역인사 127명이 TV실내경마장 상동이전반대 및 완전철거를 촉구하는 선언이 있었으며 두번에 걸친 시민궐기대회를 통하여 경마장 입점반대 집회를 열었다.

열린우리당은국회의원 배기선, 원혜영,김기석,이상훈 도의원, 김삼중 부의장,한병환 시의원 등 부천지역 정책협의회는 당론으로 경마장 이전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문수도 개인적 사견임을 전제로 경마장 이전 반대를 밝혔다. 또한 경기도의회 최환식 도의원은 공식적으로 경마장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마사회가 현재 운영중인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실내TV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을 상동 신도시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실내TV경마장이 들어설 예정인 가나베스트타운 건물주는 건물용도를 상업시설에서 ‘문화 및 집회시설’로 변경 허가를 신청해 놓고 있다. 

인구 86만이 살고있는 부천의 인구밀도는 대한민국 2위이며 과거 열악한 도시환경과 공장지대로 부천은 내세울 것이 없는 서울과 인천의 베드타운에 불과했다. 그러나 근래들어 부천은 문화와 복지, 청소년 교육등에 대한 장기적 투자와 사업시행으로 테마영상문화 도시로 탈바꿈 했다. 교육과 문화, 복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부천이 사회적 병폐가 되고 있는 TV경마장 이전 허가로  지금까지 이룩한 업적이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