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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열의 중국여행기-③ "나는 호구가 아니다"
2021년 08월 20일 (금) 07:04:07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최의열(서양화가,부천문화원 사무국장)

  
시안 가는 기차, 할머니, 손녀, 까불이 젊은이 등 이렇게 20여 시간을 같이 한 거 같다. 까불이 젊은이 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장안에 도착, 장안은 북경에 비해 모든 것이 쌌다. 택시비, 호텔비, 식비 등...

 장안 시내를 이 잡듯 걸었다. 시장 한 구석에서 구두 수선하는 아주머니 옆에 앉아서 반나절을 보내기도 하고, 양꼬치 먹다 주인하고 한바탕 하기도 했다. 그때는 양꼬치를 자전거 바퀴살에 고기를 끼워 석탄에 구워 팔았다. 일곱, 여덟 개를 먹은 거 같은데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바퀴살이 20개가 내 앞에 있었다. 

아 이놈 봐라 나를 뭐로 알고 사기 치나? 내가 언성을 높였다. "야... 임마 이만큼은 안 먹었어." 하고 바퀴살 12개를 집어 들고 건네는 순간 내 목소리에 20여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모여들었다. 뭐 어떻게 하려고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구경하는 거였다. 그 때는 그 상황이 무서워서 그냥 20개 값을 치루고 와야만 했다.

다음 날 진시황제 유적지로 갔다.

병마용갱 가는 버스 타는 곳을 찾아 헤매다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어 도착하게 됐다. 나는 배고픔은 유독 못 참는다. 그래서 점심 먹고 구경 갈 생각으로 길거리 만두 노점에 앉았다. 아참 실수! 먹기 전에 '뚜어짜이찌엔'을 하고, 가격 협상을 마치고 먹어야 했는데 잠시 잊고 그냥 서너 개를 먹어버렸다. 다른 곳에서 이 정도 먹으면 많아야 10위안 정도였다. 넉넉하게 쳐준 가격이다. 

다 먹고 '뚜어짜이찌엔' 했더니 주인 왈 '파' 비슷한 소리로 뭐라 뭐라 하기에 8위안 인줄 알고 비싸지는 않구나 하고 10위안을 내고 일어서니, 손을 휘저으며 아니라는 것 같은 제스처를 했다. 만두노점 주인은 50대 아주머니였다. 착하게 종이에 80위안을 써 주며 내라 한다. 뭐 이런 개뿔... 도둑이 따로 없었다.

아줌마는 달라 나는 못 준다 실랑이를 한참 하는데 아니다 다를까 주변에 있던 사람들 수십 명이 또 에워싸고 구경을 한다. "미치고 환장하겠네. 어떻게 한다?" 한참을 고민하는 나를 쳐다보는 만두아줌마도 전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노점 뒤쪽으로 '公安'이라고 쓴 경찰차가 지나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10위안짜리를 냅다 던져놓고 "꽁~안"하고 외치고 벤 존슨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튀었다.

정말 아무것도 쳐다보지 않고 그렇게 잽싸게 도망간 거는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전무후무 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공안을 다급히 힘주어 부른다고 "꽁~안" 했는데, 그 말이 중국발음하고 비슷해서 경찰을 부른 내 소리에 만두아줌마 계속해서 쫓아오지 못했나 싶기도 하다. 

   
▲ 시안역-당시 시안 시내 중심가

일주일 동안 시안 여행은 중국에도 없는 짜장면 시켜 먹은 일화도 있는데 그건 글로 표현하기가 능숙하지 않아 패스하고, 많았던 시안에서의 추억의 시간과 사건들을 뒤로 하고 란저우로 간다.

   
▲ 장안성에서 내려다 본 시안시내-장안성 순찰 오토바이

"란저우 OK" "아가씨 란저우 OK"

란저우를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을 찾았다. 지금 생각해도 힘들게 찾은 거 같다. 물어물어 찾아 온 터미널, 란저우를 가야 하는데 '蘭州'행 버스가 없었다.

30분 이상을 표지판만 보고 있었다. 그 때까지 책을 생각하지 못했다. 가지고 온 세계여행 중국편 책이 생각났다. 배낭을 뒤져 찾아낸 세계여행 책에서 란저우 명승지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 갈 건데 표를 달라고 했다. 매표아가씨는 '兰州' 라고 인쇄된 표를 주며 란저우 했다. 이 글씨가 란저우라고? 다시 한 번 물었다. "란저우 OK" "아가씨 란저우 OK"
  
중국 간자를 전혀 모르는 나다 보니, 란저우에 란의 간자가 그렇게 단순하게 생긴 지를 몰라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란주까지 40여 시간을 가는 고물침대 버스를 탔다. 장시간 가는 버스라 기사도 2명이었다. 북경시내 이곳저곳 사람 태우는데 5시간은 걸린 거 같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버스 지붕에다 산더미처럼 짐을 쌓아 실었다.

 서너 시간마다 시골 도시에서 정차하고 휴식하고 또 달리고 하루 정도 갔을까? 풀 한 포기 없는 황토 사막을 10시간 넘게 달리는 것 같았다. 뿌연 황토 먼지 속에 사람이 보였다. 마을도 보였다. 그런 환경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 식사 시간 쯤 됐을까? 버스가 휴게소 앞에 섰다. 휴게소라 해봐야 식당 하나 그리고 식당 한 쪽에서 과자 파는 코너 하나가 전부인 곳. 밥을 먹어야 하는데... 괴롭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남들 시켜서 먹는 거 보고 시켜야 했다. 중국여행 내내 길거리 음식을 제외하고 식당에서 밥 먹을 때는 식당 한 바퀴 돌고 먹을 만한 거 먹고 있는 사람 앞에 서서 주인을 불러 손가락으로 이것 달라 가리켰었다. "이것 주세요."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흙벽 넘어 옆집으로 사람들이 가기에 나도 다라 가보았다. 그 곳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토굴이었다. 그런데 그 토굴에서 국수와 과자를 팔고 있었는데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인데 그들은 국수를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다. 환경 자체가 충격이었다.

 버스를 타고 달리다보면 또 하나 충격이 있었다. 차가 산을 넘고 내리막길을 달릴 때는 차 시동을 끄는 것이었다. 기름을 아끼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은데 차는 엔진이 스톱되면 브레이크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을 텐데 그냥 달렸다. 내 마음만 조마조마 했다. 빨리 차에서 내렸으면 했다.

 란저우에 도착하니 또 다른 중국이 내 눈에 펼쳐졌다.
 
내가 아는 중국인이 아니었다. 큰 키에 눈은 파랗고 흰 모자를 쓴 이슬람 땅 서역이었다. 그들은 너무 순수하고 맑아보였다. 어느 식당에 갔는데 그 집은 잉어 전문집이었다. 식당주인 딸이 손님을 맞는데 15세쯤 돼보였다. 내가 들어가니 나를 쳐다보는 눈이 외국인은 처음인 거 같았다. 쑥스러워 하는 표정, 그리고 창 밖에는 외국인을 구경하는 동네사람들, 내가 신기했던가 보다. 주인집 딸이 식당 문을 조금 열고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기양양 잘난 척을 하는 거 같았다. 우리 집은 외국인도 오는 집이라고 의시 대는... 나는 우리 속 원숭이로 밥을 먹었다.

 란저우에서는 나는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었다. 어디를 가나 쳐다보고 괜히 옆에 서있어 보고... 그러나 그들은 맑고 깨끗한 사람들. 그곳은 너무나 좋았다. 이슬람 문화 사람들이 좋고 그들의 순수함에 반하고...

   
▲ 란주역-침대열차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중국은 먼지가 너무 많아 머리 감겨주는 미장원이 참 많았다. 우리 돈 500원에서 1,000원 정도 주면 예쁜 아가씨가 샴푸 해주고 두피 마사지를 한 시간 정도 해주었다. 하루에 한두 번씩 가서 머릴 감아도 몇 시간 지나면 또 떡진 머리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장원 가는 시간이 제일 행복 했던 것 같다.

노천 찻집에서 앉아 반나절을 보내기도 했다.옆자리 깨끗한 차림의 할아버지가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으셨다. “한궈런” 했더니 한자로 北, 南을 써보였다. 내가 南을 가리키니 반가운 얼굴로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소통이 잘 안되어 표정으로만 대화했다. 내가 물 위에 떠있는 배를 그려서 보여주고 손가락으로 눈과 배를 가리키며 본 적 있냐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며 자기는 배를 본 적도 없고 북경도 가보지 못했다 했다. 그랬다. 그 때만 해도 서쪽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북경이 외국 여행이나 마찬가지였다. 

   
▲ 박물관 경비-란주 오탑사


  
 한 달 정도 중국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을 다 기록하지 못했지만, 글을 마무리 하려하니 간밤에 보았던 저녁 뉴스 중에 맨홀 뚜껑을 훔쳐간 도둑 땜에 자전거 타고 가던 시민이 빠져 죽었다는 내용, 자동차처럼 번호판을 단 자전거가 어마어마한 멸치 때처럼 움직이는 모습, 란저우대학교 캠퍼스를 구경할 때 학생들이 시멘트로 만들어 진 탁구대에서 공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의 모습, 길거리에서 환전했다 몇 번 사기 당하고 정상적으로 환전 하고자 란주에서는 은행으로 가서 미화 100달러짜리를 창구에 넣었더니 직원 아가씨 한참을 처다 보고 감당 할 수 없었던지 뒤에 있는 팀장급 직원하고 10분 넘게 여럿 모여서 회의한다. 100달러 지폐가 가짜인지 진짜인지... ㅋ 

   
▲ 란주 시내-시안 시내


 
란저우에서는 박물관을 제외하고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 보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지냈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중국여행은 정말 겁도 없이 앞만 보고 헤매던 여행 이었다. 이국에 대한 동경, 동아시아 역사 등...

최의열 프로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학과 졸업
 개인전▲제1회 개인전(1990)삼정미술관(서울)▲제2회 개인전(1994)관훈미술관(서울)▲제3회 개인전(1998)석현미술관(여수)▲제4회 개인전(2004)1080갤러리(일산)▲제5회 개인전(2007)안산미술관(안산)▲제6회 개인전(2009)아트센터(부천)▲제7회(2015년,군집개인전아트페어)  11회 한국구상대제전▲8회 개인전 2016년 광저우  아트페어▲9회  2019년 아트포럼 리

그룹전▲200여차례 출품▲경기도지사표창및 다수 공모전 수상
▲부천대학. 부산예술대학(90~99년)강사역임▲현)한국미술협회,부천미술협회 회원▲전)부천예총사무국장▲현)부천문화원 사무국장

   
▲ 서양화가 최의열 ⓒ부천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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