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원 기자(인터넷저널)

얼마 전 한국어 연수를 위해 내한한 한 독일 대학생과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대학들의 비싼 등록금이 논란이던 때여서 독일학교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독일 대학들도 예전과 달리 학비가 비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뭐가 그리 비싸냐고 물으니 그는 “일단 대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주변에서 기숙사를 얻어 생활해야하니 그 비용이 꽤 드는데다 예전과 달리 쉽게 구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가 알려준 독일 대학교의 학비는 연평균 1천유로. 한화로 따지만 100만원 수준이다. 교통비와 각종 스포츠센터 사용료 등이 추가로 들지만 학생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50~70% 할인된다. 물론 의식주 비용도 국내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친다.

이 독일 대학생의 푸념은 한국 사람 입장에서 보면 행복한 비명이다. 어디 그뿐인가. 독일은 유치원에서부터 27살 나이까지 학령 아이 1명당 국가에서 현재 월 16만원의 지원금(Kindergeld)을 준다. 올해부터는 이 지원금이 20만원으로 올랐다. 저소득층의 경우 이 지원금이 43만원에서 60만원 수준으로 뛴다.

등록금 1천만원대 한국 학생들

그렇다면 한국의 등록금은 얼마나 될까. 논란이 되는 대학등록금을 살펴보니 국공립이 연평균 1천여만원 수준이고 사립학교의 경우 1천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등록금만 그렇고 여기에 고가의 책값, 생활비가 따라 들어간다.

▲ 베를린 자유대학교 신축 도서관전경 ⓒ슈피겔

이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대학생들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그뿐인가 이들의 전부 또는 일부의 비용을 대야하는 학부모 역시 허리가 휠 것은 뻔 한 일이다.

게다가 한국은 독일처럼 아비튜어(Das Abitur; 대학입학 자격증) 시험을 통해 단 한번으로 끝나는 대입제도가 아니다. 원하는 학과나 대학교에 불합격하면 재수, 삼수를 해야 하는 무차별적인 경쟁구도 아래 놓여있다. 학력수준이 높아서 그런 건 물론 아니다.

초중고 12학년제에 대학교 4년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지난 2005년 기준 국내 GDP대비 공교육비가 7.6%(49조5250억원)로 GDP대비 2.9%인 사교육비까지 합하면 10.5%인 62조7천억원으로 나와 있다.

OECD가 총 34개 국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2006년도 OECD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학교교육비 비중은 7.5%. 이 중 정부가 부담하는 공공지출은 4.6%, 민간이 부담하는 비용은 2.9%.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4배나 높은 수치다.

게다가 지난 1999년부터 추진된 프로젝트 ‘두뇌한국 BK21’을 통해 정부가 대학 연구지원비로 지원한 비용은 1999∼2005년 제1단계 때 1조4000억원, 이어 2006∼2012년 제2단계 때 2조300억원이다. 장학금과 연구지원금으로 나눠 지원해왔는데 대학육성책의 전부다. 

반면에 독일은 GDP대비 (2조7144억1800만달러, 2004년 기준) 1.1%를 교육예산으로 매년 책정해왔다. 이것은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의 예산이다. 아울러 독일 16개 주 자치단체에서 거주인구에 비례해 한화로 1.4조원에서 10조에 이르는 교육지원금이 추가로 나온다.
 
먼저 독일연방 교육연구부(BMBF)의 교육예산 1.1%는 대학건립 및 시설, 연구지원에 사용되는 데 그 총액은 1조1천9백60억 유로(한화로 1461.5조원, 2007년 기준)이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주 인구대비 1조원에서 10조원(예, 작센주는 11억3천만유로, 바이에른주는 83억5천만유로)에 이르는 예산을 낸다.

 자력으로 대학 마치는 독일학생들

이렇게 해서 초중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주립 및 국공립 대학의 경우 1인당 1년에 1천유로(한화100만원)의 학비만 내면 된다.

 

▲ 화제의 신흥명문대로 선전된 보쿰대학교 전경 ⓒ슈피겔

또 독일은 최근 정체된 자국교육의 미래를 다시 열겠다며 교육연구부를 통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9조원을 들여 선발된 8개 대학을 지원키로 했다. 독일이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온 ‘엘리트대학교 육성책’이다.

이 정책은 조선과 세계 등 국내 일부 언론이 보도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명문대 선발육성책’이 아니다. ‘엘리트대학육성책’은 독일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우수인력을 다시 유치하는 것은 물론 정체된 지식기반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세계 대학랭킹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대학교들을 추월할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반세기동안 전 세계 인문사회과학계는 물론 기초과학 및 실용과학까지  거대한 인프라를 통해 산업발전기반을 구축한 독일교육을 다시 활성화해 보겠다는 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독일은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학계를 호령하던 자국 대학들이 국제경쟁력을 잃어가는 걸 지켜봐왔다. 유럽내 의학·법학 명문 하이델베르크대, 미우주항공국(NASA) 총책임자를 배출해왔던 프라이부르크대, 사회과학의 명문 베를린자유대 등이 세계 대학순위에서 밀려나는 기현상을 맞이했다.

▲ 의학과 사회과학 명문인 하이델베르그. ⓒ인터넷저널

때문에 2006년 10월 독일의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은 한국 대사를 초청한 ‘베를린 연설’에서 한국의 'BK21'정책에 고무됐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 독일의 ‘엘리트대학교 육성책’은 2004년부터 시작됐지만 최종 완성단계에서 한국의 'BK21'도 참고했다는 간접발언이었다.

이 정책은 지난 2003년 독일 학술교류처에서 추진해 온 ‘독일 대학 수출’(Export deutscher Studienangebote)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독일 대학의 분교를 해외에 설치함으로써 해외 우수인재를 국내대학으로 불러들여 학교발전과 우수두뇌인력을 확충하는데 주목적이 있다.

“인재 양성소” vs. “인재 폐기소”

한편, 독일은 또 우리와는 좀 다른 평준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교를 입시학원화하는 걸 막겠다는 우리와 달리 독일의 평준화 정책은 학교·학제간 교류를 원활히 하고 등록금을 평준화한 것이다.

독일교육의 평준화란, 먼저 학교간 학점교환제와 학과정원 개방제를 활용해 대학생들이 원하는 학과 선택을 수월하게 하며 어느 학교에서든 공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다. 또 하나는 연방 16개주에 산재된 300여개에 이르는 종합·단과대를 국공립화해 등록금 평준화를 이룬 것이다. 참고로, 독일은 지난 1871년 당시 재상 비스마르크가 교회와 문화투쟁을 통해 종교단체가 운영해온 사학재산을 모두 국고로 환수했다. 이 때 교육재단의 국공립화 초석이 마련됐다.

독일은 교육토대가 우리와 다르고, 관련 인프라 역시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독일정부가 모든 초중고교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고 전국 대학교 등록금을 연평균 1백만원대로 평준화한데 이어 지속적인 인재양성과 대학 인프라확대 등을 향해 가고 있다면, 한국은 이제야 만5세 이하 유아 무상교육을 논의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대학교육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 것도 웬만한 직장인 연봉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정도이다.

 등록금 일천만원 시대를 맞이하며 허리가 휘고 있는 한국의 대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수험준비로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보내고 있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그래서 미래란 암울하기만 한 것이다. (본 기사는 인터넷기자협회보 인터넷저널 제공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