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희(젠더프리 편집인/부천여셩의 전화 사무국장)

지난해(2006년) 12월17일 <뉴욕타임즈>는 결혼전 상대에게 물아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냥 넘어가고 마는 15가지 사항을 소개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전에 상대방에게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는 것이다.
 
15가지 질문들을 살펴보니 참으로 흥미롭다.

1.아이를 낳을지 논의해 봤나. 그렇다면 아이를 주로 돌볼 사람은?
2. 서로 재정적 책임과 목표를 명확히 했나?
3. 집안을 어떻게 꾸려가고, 가사는 누가 맡을지 합의했나?
4. 서로의 건강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제공했나?
5. 성적 욕구와 기호를 얘기할 수 있나?
5.침실에 텔레비전을 둘것인가?
6. 가족들이 상대방을 귀찮게 하나? 등등 모두 다 열거하고 싶지만, 지면관계상 여기까지만 하겠다.
 
질문은 텔레비전 위치에 대한 합의 부분이 있을 정도로 사소한 일상의 일부터 결혼의 본질적인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다. 나는 어떤 합의 과정을 거쳐서 결혼에 이르렀고, 어떻게 유지를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을 때,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회적인 압박이 존재한다. 나는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결혼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상대방과 함께 나누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위와 같이 구체적인 질문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페이퍼가 있었다면, 우리가 결혼 기간동안 숱하게 부딪히고 갈등하고 오해했던 많은 시간들을 훌쩍 뛰어넘을 수도 있었을텐데...
 
올해 민법 개정 분야에서 많은 논란을 빚었던 내용 중에 ‘이혼숙려제’가 있다.  서울가정법원이 지난해 3월 이래 시범 실시하고 있고, 최근에는 민법개정안을 통해 법제화가 예고돼 있다. 권정순 변호사는 ‘위 법안은 이혼율을 낮춰야 한다는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으면서 이는 이혼과 관련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전혀 수용하지 않은 것일 뿐 아니라 당사자들의 의사 결정에도 과도한 침해가 되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성적 개인을 전제로 하고 있는 법체계의 근본 전제에도 맞지 않는, 성인 당사자의 자기결정에 국가가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런 제도에 앞서 우리는 ‘결혼숙려제’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뉴욕타임즈>가 소개한 결혼전 상대에게 꼭 물어야 할 15가지 질문에 대해서 꼼꼼히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고 합의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 ‘사후약방문’같은 ‘이혼숙려제’를 극복하는 대안이 아닌가 싶다.   고명희(젠더프리 편집인/부천여셩의 전화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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