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만남들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다. 각자의 목적에 따른 다양한 의미의 만남들이 있지만 뒤늦게 시작한 학업은 또 다른 기쁨을 나에게 주었다.

10대의 학창시절의 공부는 어쩜 시험 성적을 위한 단순 암기와 짧은 이해를 가지고 배움에 임했다면 중년 즈음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공부는 지나간 시절의 학습의 일깨움이랄까, 재음미랄까... 새록새록 새롭게 인식하는 기쁨이 움틀 거린다.

비록 반짝이는 암기실력은 이미 사라졌지만 이해의 폭은 넓어져 순간순간 학습의 재미에 푹 빠져 보기도 한다. ‘여성의전화’ 와의 소중한 만남도 배움을 통한 새로운 만남이었다.

▲ 사진 왼쪽이 이영선 회원 ⓒ여성의전화

평생교육사 실습으로 ‘5월 여성폭력 추방 캠페인’ 행사를 준비하면서 5월 행사의 목적을 재 인식하기 위하여 ‘아내 구타 추방사’와 ‘성폭력 추방운동사’를 함께 학습하게 되었다. 학습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면서 폭력의 심각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정폭력(아내학대)은 다른 어떤 폭력보다도 폭력에 대한 대물림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붕괴와 함께 사회폭력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크다고 보겠다. 이러한 문제의 발생 또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 차별적,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에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끝없는 교육과 홍보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폭력 없는 사회와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며 함께 가는 평등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개인의 시간과 자원을 기꺼이 내어놓는 ‘부천여성의전화’ 모든 회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러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동참할 때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 중의 12월은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간이라 여겨진다. 항상 내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에 남곤 했었다. 그러한 생각의 꼬리가 이어질 때면 '지금은 때가 아니야, 조금 더 여유가 있을 때 해야지‘ 하며 내 자신을 안주시키곤 했었다.

올 가을(2006년 가을)에는 나 자신과의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다. 그것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소망이였다. 연필을 쥐고 가는 선을 도화지위에 그으면서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꿈에 가슴이 설레어 온다. 조급하게 서두루지 않고 내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소박한 소망들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보려한다. 배움을 통하여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새로운 해를 풍요롭게 맞이하고 싶다. 

배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이 사회에 작은 기여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내 자신을 갈무리 한다. 생각의 변화가 내 삶에 기쁨과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살아보련다. (이글은 부천여성의 전화에서 발행하는 ‘젠더프리’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