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나정숙 기자

▲ ⓒ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1만 1천여명의 부천시민 발의로 시작해 1년6개월 동안 시민단체, 시의회, 시 집행부간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천시 학교급식지원조례안이 17일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정윤종)에서 난항 끝에 수정 가결됐다.

▲ 김제광 의원(좌) 과 김영의 과장(우) ⓒ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급식조례 관련 질의응답에서는 시민 발의안 부결 후 22명의 시의원을 대표해 발의한 김제광 의원을 비롯한 시의원들과 김영의 총무과장의 팽팽한 설전이 오가며 한 때 동의안 가결에 먹구름이 드리우기도 했다. 

시 집행부는 지하철 건설 예산확보 등으로 재정부담의 난색을 표하며 조례제정이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강변, 특히 김영의 총무과장은 “학생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은 학부모가 책임질 일이지 시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답변해 시의원들로부터 집중성토를 받았다. 

김관수 의원은 교육경비예산 지원 범위를 비롯해 교육경비로 지원하면 안된다는 상위법이 있는지, 교육경비가 아닌 예산 범위에서 적용할 수는 없는지를 묻고, 아침식사까지 지원하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시는 시민들의 복리후생 및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고 이런 의미에서 시민전체에 대한 복리후생비를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제광 의원은 시 재정이 어렵다면서 공무원 후생복지예산은 234% 증액했다고 지적하고 밥을 먹이는 것은 학부모 책임이지만 학부모도 부천시민인 만큼 시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지난 1년 6개월 동안 시민발의에서부터 시민단체·시의회·시정부간 TF팀 구성 등 협상안 마련을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소개하고, 현재 담당과장만 제외하고 모든 담당자들이 바뀐 상황에서 이제 와서 다시 공청회 등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시 정부는 월급을 주는 시민(고객)의 입장에서 마음을 열고 지원 가능한 예산 범위 안에서 로드맵으로 진행하도록 하자고 설명했다.

의원들과 시정부의 질의응답은 12시까지 1시간 30분 가까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점심식사를 위해 정회를 선포했다.

오후 1시부터 속개된 의회에서는 타 조례안 처리 후 2시 30분부터 급식조례에 대한 의안처리를 논의, 제2조 제2호(목표)의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수농산물의 생산, 배분, 소비 등의 이해증진…” 문구에서 “생산, 배분, 소비”를 뺀 수정안을 2시 45분 가결했다.

이로써 1년6개월여를 끌어온 학교급식조례안이 우여곡절 끝에 의안가결은 됐지만 김영의 총무과장은 질의응답에서 차기 의회에서 재의안 제출을 밝혀 급식조례안 시행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한편 제126회 임시회 개회부터 의안통과를 목표로 의원들을 압박해온 급식네트워크 대표들은 회의 전부터 나와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협조를 요청했으며, 6명의 대표들이 회의를 참관했다.   < 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진통 속에 급식조례안 통과는 됐지만 산넘어 산...

17일 학교급식지원조례안은 그동안 수차례의 관계자 협의를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여전히 편차가 크다는 것을 그대로 나타냈다. 상임위 시작 전 이상훈 총무국장과 김기현 부천YMCA 사무총장의 대화에서도 이것은 쉽게 감지됐다. 이상훈 국장은 “시 예산이 어려운데 굳이 이것을 하려 하느냐”고 말문을 연 뒤 교육경비내에서 해도 되는데 일반예산에 반영해달라는 것을 지적하며, 지난번 회기에서 부결됐고 이후 대화가 안되고 있는데 될 때까지 협의해야지, 협의 안된 것을, 아직도 대치 중인데 밀어붙이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 국장은 계속해서 급식네트워크가 주장하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수·축산물’과 ‘품질이 우수한 농·수·축산물’(부천시 안)이 무엇이 다른가, 의견 통합을 위한 공청회는 왜 안했느냐고 따진 후 “시가 이것만 매달리나, 시정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시민단체와 협의할 일 아니다.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할 일만 하면 된다. 더 급한 시정이 있는데 강요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시정부에 여러 차례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며 진지하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해온 김기현 사무총장은 이제와서 공청회를 열자는 총무국장 발언에 “학교급식지원은 시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며 실행 의지가 있다면 과정을 밟아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이러한 시정부의 태도는 조례안에 대한 질의응답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밥을 먹는 것은 학부모 책임이라며 학교지원경비는 열악한 환경개선을 위해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과장은 “선거철을 맞아 선거 전에 이것을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각계각층의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공청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김관수 의원은 이에 대해 선거와 관련이 없다며 만일 그렇다면 추모공원 조성 찬성서명도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일부 의원은 급식네트워크가 조례안 통과를 촉구하며 발표한 성명서 내용 가운데 “오늘 상정된 학교급식지원조례를 폐기하거나 차기 회의로 유예시킬 경우 그 책임을 결코 회피할 수 없다. 만일 이번 회기에서조차 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이 무산될 경우 학교급식네트워크는 13,332명의 청구인, 100여명의 학교운영위원, 25개 시민단체와 함께 불가피하게 ‘학교급식조례 하나 입법하지 못하는 시의회의 무능과 학교급식조례를 무산시킨 시의원 또는 집행부를 규탄하는 특단의 활동을 5-31 지방선거까지 전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시의회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라는 귀절에 대해 시의회를 협박하는 것이냐고 반발하기도. 또 실제로 관련단체 소속 회원으로 5-31 선거 예비후보자가 시의회 의사록에서 관련 내용일부를 복사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선거에 이용한 점이 알려지며 다음 회기로 넘기자는 의견도 제안되었다. 한선재 의원은 중상동지역 중산층 이상의  잘 사는 가정의 자녀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고 또 최초 주민청구조례안으로 올라와 몇차례 부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조례안 개정 시점이 도래, 이 시점에서 제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차기 의회에서 시민 청구로 해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 위기를 맞았다. 이에 대표 발의자인 김제광 의원은 시민발의로 지작되었으나 부결되고 다시 이례적으로 TF팀을 꾸려 3개월간이나 협의를 진행하는 등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많은 시민들의 시간과 노력을 빼앗는 것으로 4대 의회에서 결정해야 할 일을 5대 의회로 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성과이고 결과일 뿐 아니라 시민이 없는 부천시와 시의회는 존재가치가 없다며 조례안 규정대로 ‘우선 사용’ ‘가능한 예산 범위’ 등 로드맵을 가지고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설명했다. 조정에 나선 정윤종 위원장은 장시간 검토했음에도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며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협의해 줄 것을 요청, 의안 설명에서 질의응답-동의안 가결까지 2시간 여 동안 팽팽한 논의를 거듭하며 발의된 지 1년 6개월여 만에 학교급식지원조례안은 상임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김영의 총무과장이 ‘재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실시까지 몇차례 더 진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재-정리 나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