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안지선 시민기자  

▲ 강화 초지진 ⓒ부천타임즈

지난 주,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외가댁인 강화에 다녀왔다. 김장철을 맞이해 김장을 하시는 외할머니를 돕기 위해서였는데, 김장을 다한 뒤 나는 근처에 어릴 적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하나 둘씩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집의 뒤쪽을 거닐면서 어릴 적 집 뒤에 있는 뒷동산을 오르며 신나게 뛰어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느 덧, 나뭇잎도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감나무, 그리고 밤나무, 은행나무가 나의 눈에 들어왔다. 노을빛처럼 곱게 물들어 잘 익은 감도 따서 먹고, 밤을 따기 위해 긴장대로 나무를 쳤다가 따가운 밤송이에 맞기도 했고, 은행의 껍질을 벗겨 모닥불을 피워놓고 구워먹기도 했었다.

▲ 봉천산 봉천대

우리 시골집의 뒤편에는 봉천산이라는 산이 자리하고 있다. 맑은 날에는 산 정상에 올라가면 북한의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또 산 중턱에는 하늘에 국태민안을 빌었던 재단인 봉천대가 있는데 이 대는 조선시대에 봉화대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이곳에 올라가서 놀기도 했었다.
 
또 고려시대에 건립되었다는 오층석탑과 봉은사의 절터, 그리고 석조여래입상이 있는 곳에도 자주 갔던 기억이 난다. 석조여래입상은 전체적으로 장대하고 분신의 비례가 좋아보였는데 큰 얼굴과 좁은 어깨, 그리고 큰 손등이 다소 균형감을 깨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가장 큰 놀이터는 사적 제 137호로 2000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등록된 고인돌이었다. 고인돌은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묘제의 하나로 강화의 고인돌은 북방식 고인돌이다. 이 고인돌의 재질은 주로 흑운모(화강암)편마암으로 구성되어있고, 크기는 높이 260cm, 개석의 길이 710cm, 너비가 550cm라고 한다.

어릴 적에는 이 곳에 가서 고인돌 위에 올라가 놀기도 했었다. 물론 어린아이라 키가 작았기 때문에 오빠가 도와주거나 삼촌이 올려주기도 했었다. 그 때는 이 고인돌이 왜 그리도 커 보였었는지...

▲ 강화고인돌

 
최근 몇 년 전부터 이 곳에서는 그 특성을 살려 해마다 '고인돌 축제'를 열고 있다. 고인돌 축제는 크게 공연의 장, 체험의 장, 놀이의 장, 교육의 장, 축제의 장 등으로 나뉜다. 이 축제는 각종 이벤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며, 원시생활을 느끼고 원시놀이마당을 누비며 하나라 될 수 있는 체험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추억이 깃든 장소를 둘러보며 감회가 참 새로웠다. 어릴 때에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한 달에도 몇 번씩 외가댁에 다녀오곤 했는데, 지금은 명절 등의 특별한 날에만 가게 되었다.
 
언제나 환한 미소와 사랑으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어느 덧 흰머리가 무성하고 주름살도 깊게 패인 노인이 되어 계셨다. 특히 지금 외할아버지께서는 병환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생활이 힘드시다. 이런 외할아버지를 뵐 때마다 손재주가 좋으셔서 곧잘 장난감을 만들어 주시던 모습이 아른거려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오곤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외할머니께서 정성스럽고 풍성하게 챙겨주신 음식들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풍요로웠다.

[시민기자 안지선, 소사본2동 인하대학교 재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