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유재근 시민기자   23일 호주의 시드니 방송 보도에 의하면 40대 남자인 브래드 새첼(44)이 퍼스의 스카버러 해변으로부터 120ｍ 떨어진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던 중 길이 1ｍ 가량되는 상어의 공격을 받았으나 맨주먹 세례를 퍼부어 상어를 격퇴시켰다고 한다. 이 보도에 따르면 그간 상어에게 맨주먹 세례로 목숨을 건진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이 뉴스를 보면서 나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한 젊은이의 죽음이 떠올랐다. 1984년 여름, 나는 이천 근교 모 전자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 동료들로부터 키 크고 잘 생긴 박 대리가 늦게까지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 날인 일요일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당시 박대리는 회사 동료 몇 명과 어울려 여주 근처 이포강으로 물고기를 잡으러 나갔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뒤 그만 실종이 됐다는 것이다. 바로 이틀 전인 토요일까지만 해도 나는 박대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박 대리는 키는 그렇게 멀쩡하게 커 가지고 탁구도 하나 제대로 못 치나?" "그럼 과장님은 수영 잘 하세요? 저는 수영 귀재에요. 바다에서 상어를 만나더라도 저는 문제 없어요. 과장님, 상어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아세요?" "몰라! 어떻게 하는데?" "상어는 눈이 아주 나쁘거든요. 눈이 나쁘니 상어 앞으로 가서 상어 코를 주먹으로 세게 한 대 갈기면 상어는 그대로 도망을 쳐버려요." 보슬비 내리는 일요일에 같이 물고기를 잡으러 갔던 동료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포 강의 낮은 곳을 택하여 박대리가 그물을 그의 어께에 둘러 메고 강 건너 편으로 건너다가 발을 헛디뎌 물살에 휩쓸려 내려갔다는 것이다. 나는 직원들 30여 명을 데리고 가서 강 주변을 하루종일 수색했으나 허사였다. 다음 날 우리는 다시 팀을 짜서 이포강 하구까지 샅샅히 뒤져 보았으나 소득이 전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박대리 가족들과 의논해 당시 UDT(잠수부) 2명을 200만 원에 고용해 다시 강바닥을 한 나절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잠수부들은 시신 수색 작업을 하면 힘이 많이 든다며 시신 수색 작업비를 다시 300만 원으로 인상했다. 이 때 이미 시신위치를 찾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신을 한시 바삐 찾으려는 가족들의 조바심을 이용해 이 잠수부들이 주검을 가지고 흥정을 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덧없는 인생사, 애처러운 영상이 교차 된다. 당시 박 대리는 30세 초반으로 25세 된 여인과 결혼하여 첫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5개월 된 상태였다. 어쩔 수없이 UDT 요원들의 요구를 수락한 후 10여 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박대리의 시신이 물위로 끌어올려졌다. 박대리는 이포강 바닥의 말풀을 꽉 움켜쥐고 있었으며 그대로 시신이 굳어 한 이틀 동안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시신을 인양한 후에 그 가족들은 그 부인을 절대 박 대리 시신 곁으로 오지 못하게 하였으며 그 박대리 손위처남의 당시 비통한 절규는 아직도 내 귓전을 맴돈다. "차라리 교통 사고로라도 죽었다면 보상이라도 받아 내지, 이런 개죽음으로 송장을 찾는데 돈까지 들여 가면서..." 벌써 20년이 지난 지금 박대리 부인은 잘 살고 있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어디서든 그녀도 나처럼 비오는 날이면 박대리의 죽음을 잊지 못하며 살아 가고 있으리라. 호주에서 '상어에 맨손 공격'이란 기사 글에 한 젊은이의 죽음이 내 머리 속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