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 시행과 함께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가 구성된다. 정부는 이때를 맞춰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 발표할 계획이다. <국정브리핑>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 '함께 만들어 가요, 아이 낳고 싶은 사회' 기획을 시작한다. <편집자주>

"중매합시다."
저출산 문제가 연일 화두로 등장하는 가운데 한 결혼중개업체 대표의 칼럼이 눈에 띈다. 간단명료한 제목의 이 글에서 필자는 청년세대의 경제적인 독립 시기가 점차 늦어지는 가운데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늦추고 있는 이들에게 주택자금 융자 등 지원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자고 제안한다.  

"'일할 곳'과 '맡길 곳'이 보장돼야 아이를 낳는다."
최근 저출산 관련 기획 기사를 연재한 한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아이 기르랴 직장 다니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부모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보육시설 확충 그리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한번에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많은 자녀를 낳아 경제적으로 힘들게 키우는 것보다는 한명이라도 제대로 키우는 편이 낫죠"라고 얘기하는 이들에게는 연간 8조원에 달하는 한국사회의 사교육비와 보육비용 등은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다.

▲ 아이들은 희망이다. 한국사회를 아이 낳고 싶은 사회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사회.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9명으로 현재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에도 모자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추계에 따르면 건강한 복지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우리나라의 적정 인구는 4600만∼5100만명 수준으로,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 합계출산율은 1.8~2.4명이다. 이대로라면 2020년부터는 총 인구수가 감소하고 2050년이 되면 전체 노동력의 절반은 50세 이상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예고된 위기'를 향해 함께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 하락,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경제개발연구원(KDI) 문형표 박사는 인구고령화의 급속한 진전과 함께 현재의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오는 2017년을 정점으로 인구감소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2016년 이후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인구가 줄어들 경우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편 고령화 사회에서 생산 가능 인구의 노인에 대한 부양 부담이 늘어나는 등 사회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를 포함 사회 각계는 저출산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의지를 모으고 있다.

가족계획 표어로 잘 알려져 출산억제 기관의 대명사였던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저출산대책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출산지원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했다.

협회는 '저출산 3행시 짓기'등의 이벤트를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고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한편 중점사업으로 △계층별·대상자특성별·연령별 차별화된 출산장려 홍보 △ 맞춤형 포탈사이트 구축 등 결혼·임신·출산·육아 등 종합 지원센터 운영 △불임부부 지원 △가정방문서비스 등 산모·신생아도우미사업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 등 종교단체 대표들이 6월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화대책 시민연대 발족 기자회견>에서 저출산문제에 공동대응하자는 연대서에 사인한 뒤 이를 교환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 29일에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개신교·가톨릭·불교 등 3대 종단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 시민단체와 연합, '저출산·고령화 시민연대'를 구성하기도 했다.

시민연대는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가정문화 확산, 생명존중문화 확산, 출산장려와 자녀양육을 위한 각종 정책제안 활동 등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가.
저출산 대책을 모색하다 보면 어느 한가지 또는 몇가지 정책으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양육과 일, 결혼과 출산, 교육, 그리고 '가족'의 개념에 이르기까지 생각의 범주가 넓어지다 전사회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이것은 '대책'이 아니라 '혁명'에 가까운 일이 되어 버리고 만다.

다른 정책들과 달리 '저출산 대책'이라는 것은 몇년 내 정책의 결과가 성과로 나타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쩌면 맹목적으로 보인다 싶게 오래도록 사회경제적인 자원을 쏟아부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간단치는 않지만 저출산 문제는 분명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게다가 해법을 찾다보면 저출산 문제 뿐 아니라 여성인력활용, 양성평등한 가족문화 정립 등 사슬처럼 얽힌 다양한 문제들이 함께 풀릴 수도 있는 '요술 방망이'이기도 하다.   

OECD의 출산지원정책 효과성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 자녀양육 관련 직접 비용경감(현금/세제지원) △ 여성의 파트타임 근로 확대 △ 육아휴직기간 연장 △ 취학전 아동 보육시설 확대 등의 정책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될 경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5명까지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함께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로 거론되는 스페인의 경우 같은 정책을 쓰더라도 출산율이 0.2명 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라는 결과와 비교할 때 우리는 정부의 출산지원정책 수준에 따라 출산율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민간과 정부가 공통의 목표의식을 갖고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제도와 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사회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희망적인 시도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를 확산시킬 수 있다면 '출산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요원한 일은 아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이 과제는 정부에 미룰 일도, 정부 정책에만 맡길일도 아니다. 함께 책임지는 자세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는 가정에서 낳지만 모두가 함께 지원하고, 기르고, 키워가는 사회가 앞당겨져야 한다. '아이 낳고 싶은 사회'는 함께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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