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정현순 시민기자

“얘는 초를 하나 더 꽂으면 어떻게 해. 한살을 줄여도 시원치 않은데 더 늘리고 있었요.” “초가 너무 많아서 헷갈렸네. 자 이젠 됐다. 할머니 생신 축하노래 다같이 하자”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 축하합니다.” “짝~~ 짝~~”

큰 박수를 치면서 온 가족이 83세의 노모의 생신을 축하해드렸다. 이번 엄마의 생신은 조금은 특별했다. 올케의 수고로움을 단 한번만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언니네 집에서 엄마의 83세 생신 상을 차렸다. 몇 년 전인가에는 우리 집에서 엄마의 생신 상을 차려 드린 적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 엄마의 생신을 차린 후 언니는 본인이 한번도 하지 않으면 왠지 마음의 빚이 클 것만 같다면서 나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번 엄마의 생신이 돌아오기 며칠 전에 언니와 난 엄마의 생신에 대해서 의논을 했다.

그래서 난 “그럼 언니가 직접 말하지?” “아니 별일도 아닌데 네가 내 대신 말 좀 해줘라” 했었다. 언니의 그런 마음을 올케한테 전해달라는 뜻이었다. 본인이 말하기엔 괜히 쑥스럽단다. 난 언니의 그런 마음을 가운데서 올케에게 전했다. 6월 세째 주 어느 날인가로 기억된다. 올케에게 전화를 했다.

“올케 이번에 엄마생신 언니가 차리고 싶다는데”

“어머나 왜요?”

“왜는 언니가 한번 해드리고 싶어서이지”올케는 한참이나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웬만하면 좋아서 단번에“그럼 그럴까요?”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는 올케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들었다. 난 다시 한번 채근을 했다.

“아마 언니가 엄마생전에 해드리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할까 봐 그런 생각을 했나봐?” 그제야 올케는 “그럼 저는 고맙지요. 그러라고 하세요.”한다. 난 언니에게 올케의 마음을 전했고 나중에 언니와 올케 둘이는 전화통화를 했나보다. 언니가 사는 곳은 천안이다.

엄마도 언니가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전해 듣더니 언니네 집에 하루라도 빨리 가고 싶으셨나보다. 올케와 난 엄마를 엄마의 생신 며칠 전에 천안에 모셔다 드렸다. 천안에 가는 시간은 두시간 정도 걸린다. 언니네 가는 자동차 안에서 엄마는 몹시 괴로워하셨다. 중간에 쉬고 싶어도 고속도로라 그럴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또 엄마가 참을 만 하다고 해서 이왕이면 일분이라도 빨리 도착하려고 애썼지만 엄마는 그만 자동차안에서 토하고 말았다. 엄마가 마음 놓고 외출을 못하시니깐 집을 떠나올 땐 비닐봉투에 사탕, 약, 술등 만만의 준비를 해가지고 집을 나선다. 한번 토하시고 나더니 속이 편해지셨단다. 그리곤 얼마 후 언니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엄마의 혈색은 금세 되돌아왔다. 올케와 난 그곳에서 잠시 머문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지난 주 일요일(26일)엔 동생네 가족과 우리가족은 천안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 해주는 엄마는 색다른 모습이었고 며칠 만에 보는 엄마의 혈색은 참으로 좋아보였다.

엄마도 우리들이 그곳에 도착하자 무척 반가워하셨다. 음식 솜씨가 좋은 언니의 실력 발휘는 유감없이 나타났다. 우리들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야 이건 또 뭐야? 뭘 이렇게 많이 했어”하면서 먹기에 바빴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어서 우린 그곳에서 아쉬움을 남긴 채 엄마를 모시고 출발을 서둘렀다.

그곳에서의 아쉬움이 남아서인가 남동생은 지네 집에 가서 2차를 다시 갖자고 했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놓고 엄마의 생신을 다시 한번 축하했다. 그리곤 내년부터는 올케가 많이 힘드니깐 세집이 나누어서 내고 나가서 생신을 보내자고 했다.

하지만 올케는 “일년에 한번인데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음식점에서 하면 이런 시간을 못 갖잖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궁둥이 부치고 앉아서 여유 있게 놀아야 하는데... 그냥 집에서 할게요.”한다. 난 그런 올케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날 엄마는 만족해했고 언니한테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나와 올케도 언니한테 “수고 많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그런 언니와 형부는 멋쩍은 표정으로 “나야 어쩌다 한거지만 올케는 해마다 하잖아. 그리고 니들이 그런 마음이라니 내가 고맙지. 밥 한 끼 먹느라고 이곳 멀리까지 와줘서 오히려 내가 고맙다”한다.

친정엄마의 생신을 꼭 올케에게만 맡기는 것보다는 딸들도 돌아가면서 해보니깐 그 방법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가 해야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말없이 수고한 올케에게 고마운 마음이 새삼들었다.

그런 반면 올케는 언니한테 진심으로 미안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그 마음이 더 예쁘기도 했다.  “엄마! 엄마의 83회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