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나정숙 기자

어려운 여건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부단한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이룩한 모범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경기도 장애극복상 수상자가 선정, 발표됐다.

이번 수상자로 선정된 용인시 구성읍에 거주하는 박진영(34·남)씨는 지체1급 장애인으로 현재 중부지방국세청 법인납세국에 근무하며, 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 정일상(65·65)씨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성남시지회장과 부동산임대업을 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돕는 시각1급 장애인이다.

또한 포천시 신북면 박진수(남, 41세)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조건부장애인시설인 ‘해뜨는 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KBS사랑의 가족 과 MBC 칭찬합시다에도 출연해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자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경기도 장애극복상은 지난 2001년부터 자체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그동안 매년 3명씩 12명을 선정하여 시상해 오고 있다. 올해 장애극복상 수상후보자로는 29명이 추천되었으며, 학계, 전문가, 시설관리자 및 도의원으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위원장 임응순 도의원)에서 1차 서류 심사를 통해 6명을 선정한 후 2차 본 심사에서 3명을 최종 확정하였다.

시상식는 4월 20일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제2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있게 되며 수상자별로 500만원의 상금과 함께 가족(보호자) 1인 동반의 해외여행 특전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 함께 있어 ‘장애’도 두렵지 않아요”

▲ 박진영

박진영/ 중부지방국세청법인납세국 근무
“남을 위해 한 일도 없는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아마 장애인으로 직업을 갖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열심히 사는 것으로 비쳐져 수상자가 된 것 같다. 한편으론 기쁘면서도 또 한편으론 습쓸하다. 아직까지 극복은 불가능하고, 사실 매일 쓰러지고 매일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살고 있다.”

박진영 씨의 수상소감이다. 
현재 중부지방 국세청 법인납세국에 근무하고 있는 박진영씨(34·남·국세공무원 7급)는 인천 부평고 2학년이든 1988년 8월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년여 간의 피나는 재활치료로 중도 포기한 학업을 계속해 장애인 특별전형을 통해 국립 세무대학에 입학, 졸업 후 8급 국세공무원으로 북인천세무서 총무과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세무대학에 입학한 것에 대해 박씨는 당시 서울대가 장애인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무사히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극진한 사랑과 협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숙사 생활을 하는 그에게 어머니는 이틀에 한번 꼴로 찾아와 모든 것을 챙겨주었다.

대학 재학중에 부기 2급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외국어 1급, 전산조사전문요원, 국세조세전문요원, 외환 관리사, 컴퓨터활용능력 2급 등 업무관련 각종 전문자격을 비롯해 2003년 5월 미국공인회계사(USCPA) 시험에 합격했다.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과 성과에 대해 그는 “그저 업무와 연관된 것으로 다른 사람도 모두 취득하는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그는 국세청 조사분야에서도 TIS(국세통합전산망)과 인터넷을 이용한 자료수집과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재무자료를 활용하여 부당한 국부유출을 방지함으로써 세수확보에 기여하였고, 1999년 서인천세무서 근무 당시 민원인이 놓고 간 봉투를 감사편지와 함께 되돌려 주어 감찰분야 표창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주최한 장애인재활증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중증 장애인으로 운전면허 취득 규정이 없던 시절 면허를 취득해 현재 12년째 무사고라는 그는 국립재활원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공동연구과제 인 ‘장애인 운전면허 개선방안’연구에도 참여, 합리적인 운전면허시험제도가 되도록 한 것을 비롯해 장애인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증진에 모범을 보여왔다.

25살에 선교사를 꿈꾸던 부인 이영아(36)씨를 만나 하영(8) 양과 하진(2) 군을 두고 있는 그는 “장애극복상 수상의 공을 부인에게 돌리고 싶다”며 쑥스러워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직접 “사랑한다”는 말을 못했는데 지면을 통해 “고생 많다,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덧붙여 그는 “사고 후 신앙과 또다른 장애인의 모습에서 가장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혼자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작은 것부터 서서히 이루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갔을 때 모든 시설과 제도에서 장애인 우선하는 사회적 인식에 감명을 받았다는 그는 선거나 특별한 때만 장애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늘 서로 접촉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임을 인식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늘 (기대감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 부담감이 많다는 그에게 장애 없는 대학원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해본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실명 아픔 딛고 24년간 이웃사랑 실천

▲ 정일상

정일상/ (사)한국시각장애인협회 경기도지부 성남시지회장
현재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경기도지부 성남시지회장을 맡고 있는 정일상(65) 씨는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부족한 사람을 장애극복상 수상자로 선정해준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며 “모든 장애인들은 동정이나 구호의 대상자로 복지사회의 수혜자가 아닌,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권을 갖는 재활의 소비자로 당연한 권리를 가져야 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편견과 차별이 없는 동등한 위치에 나란히 함께 설 때 비로서 외면당한 장애인들의 당연한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정일상씨는 1975년 6월(당시 35세) 교통사고로 실명해 1급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3년이란 긴 세월동안을 절망하며 삶과 죽음사이에서 싸워야만 하는 힘든 상황이었으나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을 통해 오랜 방황에서 벗어나 장애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 같은 시각장애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서 1981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입회, 장애인의 날, 흰지팡이날, 창립기념행사, 춘․하계 수련단합 증진대회 등 장애인행사를 후원하였고, 1988년부터는 생활이 어려운 회원에게 쌀과 병원수술비용을 후원해 왔으며, 또한 용인시 소재 소망의집,  한국맹인복지연합회 용인시지회,  평택시지회, 안성시지회 등 운영이 어려운 시설과 지회에 차량지원활동을 자처하는 등 현재까지 24년 동안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위해 1억여원을 후원했다.

현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성남시지회장을 맡아 시각 장애인의 권익과 복지증진을 위해 힘쓰면서 장학기금과 복지 기금을 조성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여 오고 있다. 특히 87세의 노모를 극진히 모시는 효행을 실천하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봉사정신으로 장애인들의 권익 신장 및 장애인복지실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에 앞서 2000년 4월 20일에는 임창렬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04년 7월 1일에는 제31주년 성남 시민의 날 모범 시민상을 수상했다.

“장애인을 위한 삶 살고 싶어”  15세까지 누워 독학으로 한글 익혀

▲ 박진수

박진수/ 포천 해뜨는 집 시설장
포천에서 해뜨는 집을 운영하는 박진수(41)씨는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도 많은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진수씨는 1964년 강원도 철원에서 2남5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1살 때 장티푸스를 앓아 뇌병변 1급 장애인이 된 그는 학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해 15세까지 누워서 TV를 보며 혼자 한글을 익혔다. 15세 때 처음, 세발자전거를 타며 바깥나들이를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 그리고 심지어 돌팔매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그 모든 역경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본인과 같은 장애인을 위해 이겨야 한다는 굳은 결심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1981년 장애의 몸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소년들에게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랑의 글’상담소를 열고 편지로 청소년 고민상담을 시작했다. 1988년부터는 ‘사랑의 빛’ 회지를 정기적으로 발행해 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찬양제를 11회 개최하여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계기를 마련했다.

1994년 KBS 사랑의 가족에 출연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과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 주었으며, 1998년부터 매년 장애인 주간마다 조승미 발레단의 도움을 받아 올해까지 7회째 정기공연을 기획 주관하였다. 또한 장애인 여름캠프, 지역장애인을 위한 나눔의 잔치, 알뜰 바자회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장애아동 재활교육시설인 ‘해뜨는 집’을 운영하면서 10년 동안 틈틈이 쓴 단편 시 60편을 모아 시집 「사랑 때문에」를 발간했다.

박진수씨의 장애극복에 대한 감동적인 사연들은 MBC ‘칭찬합시다’ 프로그램에 방영돼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재활의식을 심어주는데도 많은 기여를 했다.

장애아를 위한 특수재활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밝힌 박진수 씨는 올해부터 장애인 보호시설인 곰두리 주간보호센터 운영을 맡고 있으며, 부인 정미숙(38) 씨와 예람(12), 하람(9), 두람(6) 등 세 아이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