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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잇는 장인정신]
궁시장 故 김장환씨의 아들 김기흥
2004년 11월 24일 (수)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올 12월초에는 경기도 부천시 종합운동장 옆 국궁장 내에 ‘활 박물관’개관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만드신 활과 아버님의 유품 등 240여점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그 안에는 활 만드는 과정과 재료 등 활 만드는 모든 것이 전시됩니다. 또한 궁시장이셨던 아버님의 특별 전시실을 마련하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김기흥씨는 말한다.

   
▲ 활과 화살, 전통

김기흥씨는 활 박물관 건립에 대해 “우리나라 활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작으면서도 그 위력이 제일 뛰어난 활입니다. 이런 활을 우리들이 잘 알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되는데 지금은 우리 전통 활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다행히도 부천에 활 박물관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활을 알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정말 기쁩니다.”라고 말한다.

우리 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활을 잘 쏘는 민족이었다.
중국에서는 우리 민족을 활을 잘 만들고 잘 쏘는 동쪽의 민족이라는 뜻에서 ‘동이(東夷)’라 불렀다. 우리 민족이 활을 이용했다는 증거는 여러 기록이나 벽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고구려 벽화를 보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국궁과 같은 형태의 활을 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전통 활과 화살을 제작하는 기능을 가진 사람을 ‘궁시장(弓矢匠)’이라 하여 중요무형 문화재 제47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활을 만드는 장인을 ‘궁장(弓匠)’이라 하며 화살을 만드는 사람을 ‘시장(矢匠)’이라 하는데, 활과 화살은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두 기능을 하나로 묶어 궁시장이라 한다. 현재 궁장으로는 김박영씨가 보유자로 지정되었고, 시장으로는 유영기, 박호준, 김종국, 유세현씨가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 물소의 뿔- 아래는 다듬어 놓은 상태

충남 천안시 북면 용암 2리에 살고 있는 김기흥(金基興, 52세)씨는 궁시장이었던 故 김장환씨의 둘째 아들로서 선친의 뒤를 이어 4대째 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궁장인 김박영씨는 故 김장환씨와 함께 30여 년간을 활을 만들어오다 지난 1996년 12월 궁장으로 지정되어 전통 활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故 김장환씨는 최초의 궁시장으로 활을 만드는 장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활쏘기에도 탁월하여 전국 활쏘기 대회에서 수상을 놓친 적이 없다고 한다.
김기흥씨는 현재 궁장 이수자로 선친의 활 만드는 기술을 이어받아 사라져 가는 활의 명맥을 잇고자 구슬 땀 흘리고 있으며 우수한 우리의 활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버님은 활도 잘 만드셨지만 아니라 활쏘기에도 뛰어난 분이셨습니다. 당신이 만드신 활을 가지고 전국 활쏘기 대회에 참가하면 따라올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故 박정희 대통령과도 활쏘기를 하시곤 했습니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 예술인 활쏘기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또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후계자가 아직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라고 김기흥씨는 말한다.

활을 1장(활을 세는 단위를 ‘장’이라 한다.) 제작하는데 필요한 재료로는 물소 뿔 1마리 분량, 한우 등심 1마리 분량, 민어 부레 2근 반, 대나무, 향나무, 뽕나무, 화피(벗나무 껍질) 등이며, 이 재료를 약 3천 8백번의 손질과 4개월의 시간을 들여야만 활 1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요즈음은 이런 재료조차 구하기 힘들고 값도 만만치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좋은 활을 만드는데 가장 좋은 시기로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로, 활을 만드는 접착제로 사용하는 민어 부레 풀이 습기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며, 이 기간에는 작업장에서 꼬박 12시간을 앉아 작업에만 몰두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과 고난이 많은 일이기 때문에 활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후계자 양성에도 어려움이 많다.

또한 80년대 후반부터 들어온 값싼 개량궁(카본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진 활)이 많이 보급되어 판로마저 어려워져 경제적으로도 많은 타격을 받았고, 국궁이 사라져 가고 있어 우리 전통 활의 자리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 활을 완성한 모습- 명주실로 만든 시위를 끼워 반대로 꺾으면 제 모습을 찾는다.

우리나라 활의 종류로는 정량궁(正兩弓:과거시험용), 예궁(禮弓:궁중예식용), 목궁(木弓:일반 병사용 또는 보조 활용), 철궁(鐵弓:전시용), 단궁(檀弓:박달나무, 수렵용)등이 있는데 가장 보편화되고 그 성능 또한 우수한 것이 각궁(角弓)이다.
각궁이란 물소 뿔과 쇠심줄을 이용하여 만든 활로, 화살이 멀리 나가는 강궁(强弓)에 속한다. 현재 궁장이 만드는 활도 각궁으로 국궁에서 쓰이는 활이기도 하다.

우리의 전통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김기흥씨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지원이 제일 필요합니다. 전통 기술 기능을 가진 사람들을 문화재로 지정만 해 놓고 아무런 지원이나 대책이 없으면 소용없는 일입니다. 정부가 한 발 더 앞장서서 활성화 시키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고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있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삶을 살아왔던 우리 조상들의 유산을 길이 보전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예로부터 경기도 부천은 활과 복숭아로 유명한 도시였다. 부천 최초의 무형문화재인 故 김장환씨의 업적을 기리며 또한 전통 활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건립되는 활 박물관에 김기흥씨는 선친과 조부의 유품을 활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지난 6월 16일 협약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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