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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섶의 詩장바구니-89] 호수라 불리는 카운슬러
2020년 11월 23일 (월) 14:32:10 이종섶 mybaha.naver.com
   
▲ ⓒ부천타임즈

호수라 불리는 카운슬러
김휼


숲쟁이 지나 여기쯤에 그가 산다고 했어
공감능력이 지상 최고라는데
맑은 눈빛과 마주하게 되면
어떤 소요도 흔적 없이 사라진다는데

낯선 내게 물방석을 내어놓는 마음이라니
작은 새 신음도 아파하며 물결체로 새기는 그를 보았어
하늘이 일생 떠나지 못하는 이유일 거라 생각했어
명지바람 숨결을 고르는 사이였을까
어쩌다 퍼런 가슴속을 들여다보게 되었지 뭐야

가끔, 안개는 호수의 한숨일까, 허밍일까, 궁금했던 나는
어루만지는 자의 깊이를 물었지
잠시 파랑이 일었어, 근심은 수생식물 같은 것
물 그늘도 순리에 맡기다 보면
주름살은 곧잘 비단결이 되어 흐르게 된다고
방대한 눈물샘은 고이는 것을 풀어내는 키워드라고

익명을 원하는 이들이 벤치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어 

   
▲ ⓒ부천타임즈

카운슬러(counselor)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개인의 생활이나 적응 문제 따위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지도하고 조언하는 사람. 임상 심리학적 기술을 써서 상황을 분석하여 자기 이해를 돕고 자기 지도력을 높이는 것을 임무로 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런 카운슬러에 관해 김휼 시인은 호수를 비유해서 말하고 있는데요. 
 
시 제목이 「호수라 불리는 카운슬러」이니 호수가 카운슬러네요. 호수를 보고 호숫가를 걸을 때 그 호수가 카운슬러가 되어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 형태와 관계를 익히면 세상 모든 사물이나 자연이 나를 도우며 나에게 지혜를 주는 존재로 작용하게 되니, 산책에서부터 여행에 이르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이 인생과 삶을 풍성하게 해주거나 힘들 때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하겠습니다. 도처에 널려 있으면서 경제적인 비용도 전혀 들지 않는 카운슬러가 있는 셈이니까요.

반대로 사람이라는 카운슬러의 존재와 됨됨이를 말할 때나 그 카운슬러를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조언을 듣고 의논을 하려고 할 때, 카운슬러가 되든 카운슬러를 찾아가든 호수 같은 카운슬러가 되고 호수를 닮은 카운슬러를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카운슬러에 관한 공부에서 전문서적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의 넉넉한 인성이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것이 자연의 한 부분이요, 바로 이 시에서 말하는 호수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므로 호수를 찾아가는 사람에게는 카운슬러를 생각하게 해주고, 카운슬러와 관계된 사람에게는 호수를 생각하게 해주는 이 시를 통해서 그 둘 다와 관계된 양방향의 풍성한 울림을 공감하면서 적용해보면 좋겠습니다.

   
▲ ⓒ부천타임즈

호수(그)는 "공감능력이 지상 최고"입니다. 무슨 마음을 가지고 있든 무슨 말을 하든 품어주고 들어주는 공감능력 때문에 호수(그)에게 가면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니까요. 그(호수)의 "맑은 눈빛과 마주하게 되"는 날이면 "어떤 소요도 흔적 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경험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호수)에게 찾아갔을 때 "낯선 내게 물방석을 내어놓는 마음"을 바로 읽을 수 있었는데요. 그 방석에 앉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자 그(호수)는 "작은 새 신음도 아파하"면서 마음을 다해 공감하며 "물결체로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자세 때문에 그(호수)를 찾아간 사람은 정말 편안하게 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문득 들었던 생각은요. 이런 카운슬러(호수)라면 믿어도 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그(호수)의 얼굴이며 마음에 "하늘이 일생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를 계속하는 동안 그 얼굴에 하늘빛이 가득했으니까요. 그걸 본 사람의 얼굴도 하늘빛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 당연했구요.

그 숨결 또한 어찌나 부드러웠든지 마치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명지바람"의 숨결 그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언듯언듯 들여다보게 되는 "퍼런 가슴속을" 돌아나오는 숨결이었을 겁니다.

그런 그(호수)에게도 "가끔, 안개"가 끼고는 했는데요. 그 안개가 "한숨일까, 허밍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어루만져주는 그(호수)에게 그 안에 있는 깊이에 대해 물어보았는데요. 바로 그 순간 "잠시 파랑이 일었"습니다. 그에게도 "근심"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도 사람이니까요. 호수에도 "수생식물"이 자라는 것처럼요.

   
▲ ⓒ부천타임즈

"수생식물 같은" 근심 때문에 "물 그늘"이 지기도 하는데요. 그 "물 그늘도 순리에 맡기다 보면" 어느새 "주름살은 곧잘 비단결이 되어 흐르게 된다고" 몸소 체험하고 체득한 비결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네요. 근심 때문에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라도 그 눈물이 고여서 썩고 썩게 하는 눈물이 아니라 고여서 살리는 눈물과 고여서 새롭게 하는 눈물이 되었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그(호수)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눈물샘"은 오히려 그가 많은 사람들을 품어줄 수 있고 도와줄 수 있는 원천이 되었다고 하면서요. 그랬기 때문에 "주름살"이 "비단결"이 되었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괴로운 일도 많고 힘든 일도 많아서, 고통도 많고 상처도 많아서 어디 하소연할 데조차 없는 사람들은 그(호수)를 찾아올 때 "익명을 원하"는데요. 그는 오늘도 "벤치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 다 품어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겠지요.

그런 호수(그)가 곁에 있어서 얼마나 편안한지요. 그런 호수(그)를 찾아갈 수 있어서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요. 이제는 찾아가지 않고 생각만 해도 카운슬링이 되는데요. 그(호수)의 카운슬링에 실력과 자세와 품성이 겸비되어 있어 오랫동안 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 감사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데 호수에 다녀온 하늘이 호수의 표정과 마음을 반사해주고 있네요. 주름이 비단결이 되어가는 순간입니다. 바쁠 땐 하늘을 보면서 호수를 만나다가 시간이 날 때 호수를 찾아가면 그 하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시인 이종섶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이종섶(시인,평론가)은 2008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민들레예술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시집으로<수선공 K씨의 구두학 구술'>,<물결무늬 손뼈 화석>,<바람의 구문론>이 있다.'목일신아동문학상' 운영위원,부천타임즈 <이종섶의 詩장바구니>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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