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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할머니와 채소 할머니의 노점
2019년 06월 04일 (화) 16:34:25 최수진 기자 thinkcareer@naver.com

[부천타임즈:최수진 기자]
버스정류장이나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 위에서 고추, 호박, 나물 등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을 마주치곤 한다. 제대로 된 가게가 아니라, 말 그대로 노점이다. 작은 가판에 진열된 물건들은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 벌여놓은 것을 다 팔면 얼마나 될까? 노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김용인 (부천시 중동, 84살) 할머니 ⓒ최수진 기자

부천시 중동 위브더스테이트 3단지 횡단보도 앞에 한 할머니가 있다. 알록달록 동그란 수세미가 김용인 (부천시 중동, 84살) 할머니 앞에 가득이다. 세제를 적게 묻혀도 기름이 잘 빠지고, 흠집 없이 부드럽게 닦여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아크릴 수세미다.

"이게 크기는 작아도 색깔을 여러 개 섞어서 예쁘게 뜨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하루 5장 팔 때도 있고, 더 많이 파는 날도 있고 그래요. 집에 가만히 있으면 생각만 많아져서 안 돼요. 기운이 있으니 수세미라도 뜨고, 날씨 좋으면 밖에 나와 팔아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쐬고요."

김용인 할머니는 아픈 날 빼고, 비오는 날 빼고 장사하러 큰길에 나온다. 수세미를 파는 장소도 정해져 있지 않다. 매일 매일 장소를 바꾼다. 손바닥만 한 수세미는 한 장에 2천원. 수세미 하나 뜨는데 1~2시간이 걸린다. 재료값 빼면 뭐가 남나 싶다. 눈도 잘 안보이고 팔다리가 마디마디 쑤실 나이인데, 노점 장사가 힘들지는 않을까?

"남편이 어릴 때 북조선에서 중국으로 건너와서 살았어요. 중국에 살다가 손주들 한두 달 봐주러 한국에 왔다가 여태 살고 있어요. 이제 손주들도 다 자라서 나 혼자 사는데, 며느리가 몇 달에 한번쯤 챙겨주러 와요. 이래봬도 내가 눈도 잘 뵈고, 귀도 밝아요. 그래서 자식들이 내 앞에서 흉을 못 본다니까!"

수세미를 많이 파는 날이면 집에 들어가면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며 들어간다는 김용인 할머니. 수세미를 몇 장 집어 드니 할머니는 이렇게 많이 사가냐며 환하게 웃는다.

   
▲ 한희수(부천시 심곡동, 72살) 할머니의 채소 노점

한희수(부천시 심곡동, 72살) 할머니의 채소 노점은 롯데백화점 뒤편에서 원미경찰서 방향으로 가는 길에 있는 버스정류장 인근에 있다. 인도 가운데 자리를 펴고 채소는 팔던 할머니는 언제부터 인지 빌딩 처마 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점상 단속을 피하다보니 빌딩 아래였다.

1미터 남짓한 크기로 펴놓은 가판에는 상추, 미나리, 뽕잎, 마늘, 들깨가루 등이 있다. 한희수 할머니는 텃밭에서 상추를 직접 키웠고, 미나리랑 뽕잎은 직접 뜯어 손질했다. 마늘과 들깨가루는 방앗간 등에서 조금씩 사온다.

한희수 할머니는 매일 11시에 나와서 저녁 8시나 되어야 들어간다. 노점에 앉아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던 할머니는 오전에 고작 1만 원 어치를 팔았다.

"퇴근 시간에 그나마 장사가 잘 되요. 가지고 나온 걸 다 팔면 5만 원 정도에요. 전혀 안 팔리는 날도 있고…. 다 안 팔리면 채소라 시들지만, 어쩔 수 없지요. 비가와도 장사는 해요. 채소 팔아 번 돈으로 먹고사니 나와야지요. 남편은 나이가 많아서 저 혼자 나와요."

할머니에게 바람이 하나 있다면, 장사를 하도록 허락받는 것이다. 부천시가 허가한 햇살가게 노점을 가리키며 저런 가게를 원하는 거냐고 물으니 아니라며 손을 휘젓는다. "바라지도 않아요. 인도에서 야채를 팔면 시에서 단속을 나와요. 판만 펼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요.”

노점 단속은 부천시청 가로정비과 담당이다. 기업형 노점은 당연히 단속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종일 뜨개질을 하고 직접 상추를 키워 내다 파는 두 할머니의 노점은 단속에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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