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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아의 여행스케치 ③] 하코네-1
온천과 화산의 도시로 떠나다
2004년 07월 16일 (금) 00:00:00 배선아 기자 immyself@freechal.com

온천과 화산의 도시로 떠나다
 
‘어두운 강변에서 한강의 다리들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 위를 지날 때에는 미처 감상할 수 없었던 다리의 조형미와 환상적인 조명들이 약간의 거리를 둠으로 해서 온전한 아름다움으로 되살아난다. 일상의 안온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만큼 뚝 떨어져 나와서 바라보면 고인 빗물 같던 하루하루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하긴 세상에 내 집만큼 편한 곳이 어디 있으랴. 이러한 습관적인 망각을 깨치기 위해 천(千)금 같은 돈을 지불하지만 효과는 만(万)점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한 동안은 감사하기까지 한 일상을 기꺼이 누리는 행복감에 젖는다. 삶도, 사람도, 사랑도, 가끔은 이렇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04년 5월 ‘여행수첩’ 중에서)

   
▲ 밤 화장을 벗은 신주쿠 역 동쪽 입구의 알타 스튜디오 앞 거리.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각종 간판들, 그리고 직각은 물론 대각선으로도 그려져 있는 횡단보도와 인파 등이 과연 세계적인 대도시의 그것답게 이채롭다

파크 인 호텔’에서 동경에서의 첫날밤을 보낸 다음 날, 친구 D의 인도를 받아 하코네로 향하게 되었다. D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틀씩이나 휴가를 내어 안내를 자청해 주었다. ‘니캉내캉 칭구 아이가~.’ 영화 ‘친구’를 비디오로 재미있게 봤다며 서울 사람 D가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로 나를 웃긴다. 고맙기 이를 데 없는 일이었다. 가을에 서울 출장을 온다니 그 때 이 신세를 다 갚아야지. 체크아웃을 마치고 D와 만나기로 약속한 신주쿠 역을 찾아 나섰다. 워낙 가까운 거리라 길을 잃지는 않았지만 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들 때문에 한 번 왔었던 길을 되짚어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 수타(手打) 메밀국수 전문점 와타나베 입구에서. 신주쿠 거리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이었지만 입구에 마련된 깔끔한 메모판과 손으로 쓴 듯한 크지도 않은 작은 입간판, 그리고 작은 나무들의 푸르름에 선뜻 발길이 끌렸다.

간밤에 D가 간단한 약도와 함께 역의 출구 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준 덕분에 복잡한 역 주변에서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오타큐 선의 하코네 프리패스를 구입했다. 3일 동안 기차와 케이블카, 배, 버스와 같은 다양한 운송수단을 자유롭게 탈 수 있다고 하니 하코네에서 보낼 1박2일이 꿈만 같다.

가격은 5,500엔. 빈속에 기차 타면 못 쓴다며 D가 어서 가자고 길을 재촉하는 나를 말린다. ‘얘, 어디 청진동 해장국 집 같은 곳은 없니?’ 우리는 학창시절의 옛 추억을 떠올리고는 킥킥거리며 가까운 식당을 찾았다. 동경 여행에서의 첫 식사는 소박한 메밀국수로 시작했다. 음식에 관해서는 따로 모아 쓸 예정이어서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 하꼬네 행 특급열차 로망스카. 본전 생각이 나서 출발 1분전이라는 촉박한 시간을 남겨 두고 급히 사진에 담았다. 사진에서처럼 이 열차에는 흡연과 음주가 가능한 칸이 마련되어 자기 좌석에 앉아 피우고 마실 수 있는 자’를 누릴 수 있다.

국수 한 판도 다 먹지 못하는 나를 보고 D가 안 되겠다며 가는 길만큼은 가장 편안한 특급열차를 타자고 한다. 어차피 ‘사서 고생’하러 온 여행이고 더군다나 프리패스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냐는 반박에 D가 고집을 부린다. 유난히 부은 손과 발을 보니 갑자기 그 동안의 수면부족과 간밤의 음주로 인한 피로가 몰려온다. 이제부터 제대로 된 여행의 시작이건만…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아니지, 지기지우와의 오랜 회포 풀이에 후회라니! 가당키나 한 소린가. 타임머신을 타고 어젯밤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상황은 똑같았으리라는 생각으로 애써 피로감을 누르고 있는데, D가 굳이 자비를 들여 오타큐 선의 로망스카 티켓을 끊는다. 프리패스로 탈 수 있는 오타큐 선 급행보다 훨씬 안락하고, 시간도 원래의 1시간 반 가량에서 30분이나 단축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한시 바삐 하코네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 때문에라도 더 이상 거절할 수만은 없었다. 친구야, 역시 너 밖에 없다. 때맞춰 플랫 홈에 들어오는 열차소리에 D가 급히 내 팔을 잡아 이끈다.

● 여행 Tips!
일어를 전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나름대로의 처방책 한 마디. 영어권 국가가 아닐 바에야 대부분이 그러하지만 일본인들 역시 영어에 무척 약하다. 경험에 의하면 십중팔구는 영어에 대해 모종의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어순이 같고 문법도 비슷하니 간단하고 중요한 몇 개의 일어 단어쯤은 숙지하고 떠나자. 방문하는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일 뿐만 아니라 즐거운 여행을 위한 필수사항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에는 6하 원칙에 입각해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였다’ 중 ‘いつ’, ‘どこ’, ‘だれ’, ‘なに’, ‘どんな’와 같은 의문 대명사들과 그에 기본적으로 붙는 조사, 그리고 몇 개의 단어들을 ‘서바이벌 일본어’ 식으로 익혔을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どこ(어디)’와 같은 단어는 길을 묻는데 참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문제는 대답을 알아듣는 요령인데 그럴 땐 손짓으로 길의 왼쪽, 오른쪽만 알려줘도 감지덕지할 경우가 많았다. 하는 수 없이 영어를 써야 할 경우에는 ‘호테루(호텔)’와 같이 가급적 일본식으로 변형한 발음을 이용하면 고맙게도 잘 알아들어 주는 편이다. 긴 문장은 생략하고 한 개나 두 개 정도의 중요 영어 단어에 끝을 올리는 형식으로 질문하는 것도 하나의 요령. 허나 가장 좋은 의사소통 방법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미소 이상이 없다.

 

<배선아님은>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작사가, 잡지 자유기고가 등으로 글을 쓰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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