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4월 1일 발효되면서 와인 삼겹살 홍어 등 값싼 칠레산 상품들이 한국시장으로 밀려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무역협회가 발표한 와인 수입 국가별 통계를 보면 지난해 5위에 머물렀던 칠레 와인은 올 들어 2월까지 106만2000달러가 수입돼 작년 동기 대 비 180%의 신장률을 기록하면서 프랑스 미국에 이어 3위로 껑충 뛰었다.

물량기준으로는 프랑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등 성장률이 가히 폭발적이다. 백화점에서는 칠레 와인을 알리기 위한 경품까지 등장했다. 와인 수입업체 (주 )아영주산은 2일부터 8일까지 롯데백화점에서 '칠레 와인전'을 열어 할인된 가 격에 공급하고, 금양인터내셔날은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경품으로 내놓았다.

칠레산 홍어도 백화점에서 세일상품으로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국산 홍어의 절반 이하 가격인 ㎏당 1만3000~1만5000원에 판매한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포도주 삼겹살 홍어 포도 등 칠레산 농수산물을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1일부터 본격 발효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관세철폐 계획에 따라 1일부터 커피 원목 통조림(청어 정어리 등) 오징 어 등 9740여 개 칠레산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를 받지 않는다.

나머지 품목들 은 5년 7년 9년 10년 등으로 기간을 나눠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출 예정이다.

◇ 칠레산 삼겹살 가격 인하＝칠레산 삼겹살 가격은 1일부터 ㎏당 150원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2002년부터 수입되고 있는 칠레산 삼겹살은 현재 ㎏당 8000원에서 1일부터는 7855원으로 저렴해진다. 26.2%에 달하는 관세가 1 일부터 매년 2.38%씩 11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세인하 효과를 그대로 적용하면 칠레산 삼겹살 가격은 2006년에 7315원까지 하락한다. 칠레산 삼겹살은 지난해에만 2300만달러가량 수입돼 국내 수입 삼겹살 시장을 20%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매장에서는 아직 팔리 지 않고 음식점과 정육점 등을 통해서만 소량씩 유통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은 크지 않다. 한 할인점 관계자는 "칠레산 냉동 삼겹살은 수입가격이 ㎏당 7000원 선으로 벨 기에 프랑스 등 유럽산보다 ㎏당 2000원 정도 비싸다"며 "국산 냉동 삼겹살 소 비자 가격이 ㎏당 1만원 선이어서 아직 가격경쟁력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칠레 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삼겹살 등 칠레산 축산물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FTA 체결을 계기로 수입량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처럼 1일부터 당장 관세인하 효과가 나타나는 농산물은 밀 수수 사탕수수 커 피 등 224개에 달한다.

수산물은 고래고기 활어(송어 실뱀장어 방어 연어 등) 신선냉장(청어 대구 고등어 명태 갈치 꽃게 등) 통조림(청어 정어리 가다랭이 등) 굴 가리비 오징어 문어 김 파래 한천 등 227개 품목이다.

◇ 농ㆍ수산물 관세 철폐기간 장기화＝우리 농가와 수산업계 보호를 위해 일부 농ㆍ수산물에 대해서는 관세 철폐기간을 장기화했다. 실례로 적포도주는 매년 2.5%, 홍어는 3.18%, 삼겹살은 2.38%씩 관세를 낮추기 로 했다. 특히 포도는 매년 11월부터 4월에만 4.14%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칠레산 적포도주는 현재 1병에 평균 1만7000원 정도하지만 FTA 발효 3년차인 2 006년 4월부터는 1만5891원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6년차인 20 08년부터는 1만4783원으로 좀더 가격이 떨어진다.

와인은 가격 인하폭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수입업체들이 1만원 안팎인 저가 와 인을 대거 들여올 것으로 보여 칠레 와인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키위 홍어 등은 앞으로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관세가 낮아진다.

키위는 ㎏당 3800원 정도인 칠레산이 2008년에 3271원으로 떨어지며 2014년께 2621원으로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산 키위가 ㎏당 평균 2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10년 후에나 국산보다 가격이 저렴해지 는 셈이다.

정재화 무역협회 FTA팀장은 "한ㆍ칠레 FTA 발효로 칠레산 농ㆍ수산물 가격이 싸져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졌다"며 "그러나 지난해 칠레산 농ㆍ수ㆍ축산물 총 수입액이 8400만달러 수준이어서 국내 농어민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 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