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함평군 공무원과 주민들이 고철 모으기 운동에 참여, 가정과 도로변 등에 버려진 고철을 수거해 군청앞 광장에 쌓고 있다.

세계 경제가 원자재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7년전 '금 모으기 운동'으로 환란을 이겨냈던 한국인의 저력이 '고철 모으기 운동'으로 다시 한번 발휘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를 비롯해 충청북도와 대전시 등 대부분의 시·도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내 고철 수집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시민단체들도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또 정부가 고철과 철근을 한시적으로 수출제한하는 원자재수급안정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수출용 철강·골판지 생산업체들이 제품수출을 중단하거나 자제키로 하는 등 원자재난 해소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원자재 가격이 오는 2분기쯤 안정될 것으로 전망, 3~4월에 이어질 전국민적인 '고철모으기 운동'과 업계의 수출자제 노력이 원자재 수급안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철 모으기 운동 확산
행정자치부가 3월 한달을 고철 수집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250개 지자체는 지역실정에 맞게 고철모으기 운동계획을 수립·추진해 나가도록 했으며,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버려진 가전제품과 주방용기, 농기구, 건축자재, 캔류 등을 수거해 재생공사 등에 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키로 했다.

이에 따라 충북은 '고철 2500톤 모으기 운동'을 20일까지 실시키로 했다. 이 운동에는 새마을단체,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 등 민간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실시되며, 세대당 5kg씩 모을 수 있도록 했다.

충남도와 16개 시·군은 도내 건설협회 등과 함께 '고철 수집운동'에 나서고 있다. 충남도는 이 운동이 확산될 경우 철근 등 부족한 철강재 원료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경북도는 오는 4월까지 새마을회, 자연보호협의회 등과 합동으로 '1인 1kg이상 고철 모으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전남도 역시 3월 한달을 고철수집기간으로 정했다.

광주광역시는 5일부터 이달말까지 고철모으기 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상공회의소, 교육청, 새마을회 등에 동참을 당부했으며, 대전시는 이달부터 매주 토요일을 '고철 수거의 날'로 지정하는 한편 4월부터는 1일과 15일을 중점 수거의 날로 운영해 고철 모으기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들, 원자재 수출 자제
동국제강은 4일 철강제품 품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수출예정이었던 후판 등 철강제품 35만톤을 내수로 전환키로 했다.

또 포스코도 후판 수출물량 중 4만톤을 내수로 돌리기로 했으며, INI스틸도 철든 부족현상 해소를 위해 이달부터 철근 6만톤, H형강 5만톤을 각각 증산해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골판지 원지의 수급안정을 위한 업계간 합의도 이뤄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제지연합회, 제지협동조합, 골판지포장협동조합 등 제지·골판지 단체와 회원사들은 폐지 수출이 증가한데다 내수와 수출가격 차이로 수급이 불안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업계간 대화채널을 구축하고 수출을 자제하는 등 상호협력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자재난 언제쯤 해소될까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4일 "최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동향에 대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하고 "2분기부터 안정돼 물가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철금속의 경우 당분간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조달청이 비축했던 물량을 지난 2월부터 추가적으로 공급해 국내수급의 물량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가격도 국제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특히 철강의 수급상 애로는 국내 철강 생산업체들이 수출을 자재하고 생산을 확대해 국내공급용으로 집중하고 있으며, 작년에 비해 거의 두배 오른 고철은 2분기에는 어느 정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국 경제회복과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정부의 2분기 회복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의 원자재 난에 대해 관계장관들이 주2회 모여 원자재 가격과 물량 동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산자부에 '원자재 매점매석 신고센터'를 마련하는 등 원자재 수급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 최악의 상황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원자재난 원인 뭔가
최근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는 데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가속화에 따른 국제원자재 수요 증대, 그리고 고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이 원자재를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철강 생산 및 소비는 지난 1995년 이후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 2002년 세계 철강 생산의 23%, 소비의 25%를 차지했으며 지난해에는 2억6500만톤의 강재를 소비한 데 이어 올해는 2억9500만톤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대체 투자자산으로 원자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수요를 촉발시켜 가격이 상승했다는 주장도 있다고 산업연구원(KIET)은 밝히고 있다.

이 부총리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지적했듯이 지난해 말과 올해초 원자재의 매점매석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원자재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