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일 "우리경제는 별다른 정책을 쓰지 않으면 수출이 활발하더라도 성장률이 5%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 정부 정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경우 6%대 성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내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신용불량자문제, 카드문제 등 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을 제거해야 하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과 함께 기업의 투자노력이 활성화돼 중산층 소득이 증가하고 청년실업이 줄어야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안정기반속에 지속적인 성장가능성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를 위한 방법으로 "모든 문제를 시장친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지만 시장 시스템이 실패할 경우 정부가 사전대응적으로 적극 개입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자신을 '적극적 시장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경제가 지난해 3분기부터 점차 회복세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산업생산이 작년 4분기부터 증가세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피부로 느껴지는 경기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의 경제동향을 설명했다. 또 "설비투자는 올해 상반기에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으나 그 진행은 더디고, 국제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정부는 물가동향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년 상반기중에는 우리경제의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거시경제정책은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한국 금융시장의 자유화와 시장개방, 구조개혁의 노력을 지속해온 결과 어느정도 경쟁체제가 구축된 상황이지만, 리스크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시장 참가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쏠림현상으로 시장불안을 방지하지 못하는 등 아직까지 시장자체의 규율이 확립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신용불량자·가계부채·카드사 문제 등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당초 예정된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투신사 매각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민영화를 조속히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 그 기본틀을 유지하되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지 않도록 하고, 3년 후 시장감시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를 '제조업 위주의 경제체제'로 보고, "전세계가 개방의 추세에 있기 때문에 제조업 부문에서의 경쟁에 대한 도전이 많았고, 이를 대체할만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과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라며 서비스 산업 부진에 대해 진단했다.

그는 창업형 투자를 보다 활성화시키되 고용을 창출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 건전하고 실질적으로 창업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창업을 촉진하는데는 유한책임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진단하고 "이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검토하겠지만, 창업후 실패하더라도 다시 창업할 수 있는 의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우리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원인을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간 무분별한 경쟁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주도의 제조업 위주 성장체제가 한계에 도달했으나,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을 갈아끼우지 못한 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외개방과 관련해 '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연'이라고 강조하면서 "60년대 체제에 의해 구축된 기득권이 개방에 저항하고 있는데 이를 부드럽게 설득해 마찰 없이 개방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LG카드와 관련 "처리 과정상 미숙한 점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조치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지금 상태에서 정책을 바꾸는 것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줄 위험이 있는 만큼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LG카드 매각 과정에서 외국은행을 차별하거나 혜택을 줄 생각이 없으며 한투·대투를 비롯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민영화에 있어 국내외 차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와 관련해 이 부총리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과 영역 확대에 기여하지 못한 점이 있었지만 씨티은행의 경우 기술력이나 전문성 등이 있는 만큼 다를 것"이라며 "국내 은행이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국내 은행들도 살기 위해 변화를 할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다만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로 외환위기 직후 벌어졌던 은행간 경쟁 격화에 의해 시장 쏠림현상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