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 은행장들에게 신용불량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낮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기관장 오찬간담회에서 "신용불량자가 될 우려가 있는 한계거래자에 대해 밑에만 맡겨두지 말고 은행장들이 직접 나서 관심을 갖고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지난 3년간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시킨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금년에 만기가 대거 도래하면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채무자들이 신용불량자로 연결되지 않도록 만기연장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총리는 "주택가격이 대출 시점인 3년전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담보가액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만약 "회수가 경쟁적으로 일어나 시장의 기틀이 무너지는 경우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신용불량자 문제는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도록 하고, 일차적으로 은행에서 신용불량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감독당국과 협의해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 등의 수위를 높여 은행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또 LG카드 처리방안과 관련, "초기 상황에 매달려 유동성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는 판단이 지속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불렀다"며 "처리방법도 시장자율적이지 못했던 데다 주거래은행이 거기에 상응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전문적인 해결방안을 끌어내지 못해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롱텀 캐피탈 위기를 넘긴 방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이번 LG카드 문제를 계기로 유사한 일이 있을 때 좀더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보다 종합적이고 철저하게 분석하되, 대책은 일회적으로 내놔야 한다"며 "대책이 지속 확대되는 상황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LG카드 문제가 해결돼야 다른 카드사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고 민생이 안정되며 신용불량자와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며 "일부 은행들은 자기 부담만 털어내고 빠져나오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로 인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신중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아울러 은행장들에게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아무 것도 의미가 없으며 은행이 완충장치가 돼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말하고 "은행장들이 시장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는 여러분의 힘으로 자율적으로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시장친화적인 방법과 합의를 바탕으로 개입할 것"이라며 "정부는 시장을 거스를 힘도 수단도 없으며 유일한 것은 협조를 부탁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또 "가능하다면 은행차원에서 거래기업, 특히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청년 신용불량자들이 취업되도록 연결시켜 줌으로써 생활도 안정되고 은행대출도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용불량자들이 마치 사회로부터 낙오된 사람들로 비춰지면서 일자리조차 얻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며 "신용불량자 제도에 대해 은행들과 머리를 맞대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석동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후 설명을 통해 "은행장들은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과 LG카드 사태해결에 대해 시장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소해 나가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