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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청계천 철거민이 다시 철거민
2004년 02월 04일 (수) 00:00:00 시민의신문 ngotimes@ngotimes.net

"이런 엄동설한에 무허가 건물이라고 마구 쫓아내면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합니까. 정부와 재개발조합은 주거권을 해결해야 합니다."
 
 어둠이 내린 구로3동 773번지 제7구역 철거촌 골목길을 걸어가는 전국철거민협의회 구로7구역 이주대책위원회 김백호(58) 위원장의 눈물어린 호소다. 이곳은 지난해 9월부터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철거민들은 이에 맞서 철거반과의 몸싸움 등 몸부림도 쳐봤고 지난 1월9일은 구로구청으로 몰려와 대책을 호소하는 시위를 벌여봤다. 하지만 아무소용 없이 철거는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추운 날씨에 무허가 건물이라고 해서 철거반(용역깡패)들이 우리를 쫓아내고 있습니다. 무허가 건물은 아파트 입주자격을 줘야하고 상가나 세입자들은 임대아파트를 줘야합니다. 이주비도 안주고 무조건 쫓아낸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입니다. 구청에서도 대책을 세우라는 의미에서 시위를 했던 것입니다."

현재 그가 살고 있는 7구역 재개발지역 무허가 건물은 전기와 상수도가 끊긴지 오래됐고 날이 갈수록 재개발조합에서 나가라는 항의 통보 때문에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철거반들이 강제로 쫓아낸 사람들 중 임대아파트 계약도 못하고 400만원의 이주비도 못 받고 개취급 받으며 쫓겨 나간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관련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어 이주비 지원제도를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구로7구역 재개발조합은 나간 사람이든 나갈 사람이든 법에 따른 정당한 이주비와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줘야할 것입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무허가 건물주들에게 임대아파트는 고사하고 신규아파트 입주 자격이라도 주어 영세 서민들이 살아갈 길을 마련해 줘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1월21일 설 연휴가 시작돼 시골에 내려온 기자에게 급한 전화가 휴대폰으로 걸려왔다.

7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김 위원장이었다. "빨리 좀 와 취재해 줄 수 없소. 또 철거반이 와 유리창을 부셔놓고 난리가 났습니다. 설이라 시골에 있다고요. 죄송합니다. 급해서..." 이렇게 구로 재개발 7구역은 종종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 7구역은 60년대 청계천 이주민 500여 가구가 살아왔다. 하지만 현재는 세입자 20여 가구, 상인 10여 가구, 무허가 2가구 등 30여 가구만 이주를 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철거반이 닥쳐 전기와 수도를 끊어 현재는 촛불 및 호롱불켜고 인근 수돗물을 빌어 삶을 연명해 가고 있다. 현재도 재개발주택조합 철거반의 철거는 계속되고 있다.

6~7평 남짓한 방 한 두칸에 40년 전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이곳 주민들은 보증금 100여 만원에 20~30만원의 월세를 내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 9월부터 재개발 때문에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게된 셈이 됐다.

구로 7구역 재개발지역은 지난 1960년 청계천 재개발을 하기 위해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이 청계천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장소로 현재 이들은 또다시 철거민 신세가 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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