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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해야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될 일"
김진국 칼럼, '길주로 프로젝트 논란에 대해'
"길주로 프로젝트 타당성검토 후 추진으로 보류된 것은 다행"
2011년 04월 05일 (화) 14:19:20 김진국 urside@hanmail.net

김진국 (생활정치연구소 부소장)

지난주 페이스북을 통해 부천에 살고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길주로 사업이 보류됐다며 걱정하는 쪽지를 받았다. 그간 부천시 행정에 대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길주로 프로젝트라는 것에 대해 얼핏 듣기는 했어도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던 차여서 지역신문을 통해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 김진국ⓒ부천타임즈
부천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1012년12월 지하철 7호선 연장노선 개통과 2013년 부천시 승격 40주년을 앞두고 부천시가 추진하려던 '길주로 명품디자인거리 조성사업(길주로 프로젝트)'이 최근 재정투융자심사에서 재검토 보류되었다고 한다.

부천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1012년12월 지하철 7호선 연장노선 개통과 2013년 부천시 승격 40주년을 앞두고 부천시가 추진하려던 '길주로 명품디자인거리 조성사업(길주로 프로젝트)'이 최근 재정투융자심사에서 재검토 보류되었다고 한다.

 

보행과 문화가 공존하는 3차원의 젊음이 넘치는 국내 최고의 테마거리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내용으로 하는 길주로 프로젝트는 4년간 453억이 들 예정인데, 곧장 추진하는 것을 보류하고 일단 사업타당성 용역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보고 추진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사가 보류된 다음날 용역과제심의위원회를 열어 2억5천만원의 사업타당성용역비를 상정, 통과시켰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였다.

필자는 지난해 9월경, 지하철 7호선 연장선 개통에 따라 부천시의 도시생태계가 큰 변화를 겪을 것이므로, 난개발을 방지하고 미리미리 도시생활공간의 재구성을 대비할 수 있도록, 부천시 도시기본계획을 전면 재수립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 제안과 주장은 지역언론 여러곳에 보도되면서 공감을 얻었고, 부천시 시정계획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

5년마다 작성하는 도시기본계획은 크고작은 도시개발사업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이에 근거하여 지구단위계획 수립, 지구지정의 변경, 건축인허가 등이 이루어지게 되는 일종의 기본도면인 셈이다.

현재의 버전은 2007년에 작성된 '부천시 도시기본계획 2020'이다. 이 기본계획은 그러나, 시승격 이후 30여년 이상 유지되어온 '경인전철을 기본생활축으로 하는 생활공간 구성'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이 개통되면, 물리적 공간으로나 시민들의 생활동선을 볼 때나, 7호선 연장선이 부천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전제가 바뀔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2012년에는 '부천시 도시기본계획 2025'를 새로 작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같은 기본전제의 변화를 예상해보고, 미리 연구용역도 수행하고, 가능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시민참여 하에 도시기본계획을 재수립해 나갈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 이후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관련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필자는 즉각 추진하려던 길주로 프로젝트가 타당성검토 후 추진으로 보류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전타당성 검토도 없이 내용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업에 예산 453억이 투입될 예정이었다니, 또 하나의 '덜컥 프로젝트'가 될 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물론 용역수행한다고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아주 없지는 않다. 문제가 되고있는 용인경전철이나 의정부경전철, 월미도 은하레일, 무형문화엑스포 등의 사업들도 모두 사전 타당성검토 용역을 거쳤지만, 지금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용역 수행을 계기로 시간을 갖고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또 사업추진을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길주로 프로젝트는 현행 '부천시 도시기본계획 2020'과는 맞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7호선 연장선 개통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는 프로젝트라면, 그에 따른 도시기본계획부터 바꿔야하지 않은가? 급하다고 실을 바늘허리에 매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시의 중심축이 바뀌는 것은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미리 다 알 수는 없다 하더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일 내용들도 많다. 가령, 송내역에 조성한다는 환승센터는 송내역이 현재 중동신도시의 관문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일 터인데, 7호선 개통에 따른 환승계획은 어떻게 할 것인가?

원미뉴타운의 공업지구는 어떤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며, 당아래지구와 종합운동장 주변은 어떤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것인가? 또한, 명실상부 부천의 배꼽이 될 중부경찰서 사거리, 거기에 고가도로가 계속 존치되는 것이 마땅한 일이겠는가, 중부경찰서가 그 자리에 지금 모습으로 계속 남아있게 될 것인가?

이런 모든 일들은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지구단위계획의 수립과 지구지정을 변경해야 가능하며, 그만큼 시간을 필요로하는 일들이다. 당연히 길주로 프로젝트라는 것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부천시 도시기본계획 2025에 입각한 '명품거리 조성사업'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기존에 453억이 들 예정이라는 길주로 프로젝트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디자인도시', '명품 테마거리 조성' 등의 개념이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길주로 프로젝트는 도시디자인 중심의 거리정비 사업의 성격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것이 단지 지하철 개통에 맞춘 '거리 정비와 조성 사업'이라면, 상당 부분은 지하철 건설의 마무리 사업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거리 조성 후에 기본계획이 바뀌게 되면, 다시 뜯어고쳐야 할 지도 모르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무릇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을 구별해야 하는데, 도시계획변경이 먼저해야 할 일이라면 길주로 프로젝트는 나중에 해도 되는, 아니 나중에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제대로 집을 지으려면 땅사고 설계하고 터닥기부터 해야 한다. 급하다고 설계도와 기초공사도 없이 인테리어 먼저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들어 놓고 개통을 못하는 용인경전철이나, 만들어 놓고 가동도 못한채 해체할 운명에 처한 인천 월미도 은하레일 수준은 아니라도, 부천 또한 뜬금없이 제기되는 예산낭비성 '덜컥 프로젝트'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무형문화엑스포, 교통정보센터(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다루겠다), 천만다행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시티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시도되던 프로젝트 등등,,, 행정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부천비전 2020'이나 '부천시 도시기본계획 2020' 등 기본적인 설계도 어디에도 근거가 없고, 선거 공약으로 미리 제시된 바도 없는 즉흥적이고 무모한 프로젝트들이다.

행정의 기본절차도 지키지 않고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 채 일의 순서를 무시하고 추진되는 뜬금없는 프로젝트의 유혹에서 벗어나, 기본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일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 해도 되는 일, 아니 나중에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고 살피는 것은, 정치가 아닌 행정에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이중 작업을 방지하는데 있어 매우 기본이 되는 고려사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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