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최근 만화는 영화와 드라마, 캐릭터 등 문화산업의 원천으로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이끼'와 드라마 '대물'의 원작이 만화였으며, 만화 '식객'은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방송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콘텐츠로 서로 다른 유형의 상품을 전개시키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시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만화이며, 만화 역사 100년을 넘긴 한국에서도 만화산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 역사의 중심에 서 있는 고(故) 고우영(高羽榮. 1938~2005) 화백 은 가히 한국만화의 거장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한국만화를 대중화로 이끈 공신이며 현재 그의 만화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다.

▲ 선친 고우영 화백의 작품 '십팔사략(十八史略)' 의 컬러화 작업을 하고 있는 고성언 실장ⓒ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부천시 원미구 상동 영상문화단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비지니스센터 316호 고우영 화실에서 만난 고성언(43) 실장은 선친의 작품 '십팔사략(十八史略)' 의  컬러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고우영 화백의 차남이며 산업미술을 전공한 고 실장은 '사람들에게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주셨던 아버지'였던 만화가 고우영 화백을 회상하면서 "만화가로서 여러 가지 영역에 도전해 보셨던 선구자적인 분이셨다"며 "체구는 작으셨지만 꽤 강단이 있으셔서 주위에서 어려워하셨던 모습도 많이 뵈었다"고 회상했다.

고우영 화백은 실험정신이 돋보인 만화가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만화다.

지난 1972년 국내 최초의 신문 만화 '임꺽정'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후 고우영 화백은 자신만의 독특한 글과 그림으로 신문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수호지'(1973)와 '일지매'(1975), '삼국지'(1978)를 비롯 '십팔사략'(1993)까지 이어갔다.

그의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작품은 신문을 펼쳐 만화부터 보는, 주객전도의 경향까지 낳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 지난 2003년 고우영 화백의 견진성사에서/좌로부터 어머니박인희 여사-동생-故고우영화백-고성언 실장ⓒ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흑백의 고우영 화백 작품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고 실장은  "아버지께서는 너무나 많은 능력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만화작가로의 능력은 물론, 인간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도 매끄럽게 잘 하셨던 것 같다"며 "선친의 예술세계와 처세를 소개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직접 여쭙고 싶은 것들이 많아 속상하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만화가는 아니지만 유명 만화가의 품안에서 자란 고 실장은 지금도 만화에 대한 애틋함과 설렘을 간직하고 있다.

"좋아하고는 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성에게 느끼는 느낌이랄까요?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단한 미녀들을 향한 단순한 관심? 그러한 미녀들에게 엄청난 용기를 내어 다가선다면 참 좋을 텐데......"

날로 커지고 있는 만화에 대한 관심과 재조명 등 이제 만화는 영화와 같은 세계화를 준비하고 있다.

▲ 고(故) 고우영 화백의 작품 수호지-십팔사략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한국 만화의 세계화를 위해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고 실장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방법은 많은 분들이 머리 맞대고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시장 연구는 이미 세계 만화 시장에 나가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하며 우리 것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 왜 만화 선진국이 되었는가, 왜 문화 선진국의 호칭을 얻었는가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아버지 만화관련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많이 보고 느낀다. 특히 문화 선진국의 문화재 보존 및 전시 관련한 일에 관심이 많은데, 그들의 일관된 일 처리에 부러움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모습처럼 아버지의 작품들과 원고들을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이름을 건 '고우영 화실' 실장의 직함으로 기존 작품의 디지털 컬러 작업, 재출간 사업 등 선친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을 하면서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 '고우영 만화' 독자들에게 어필할만한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 고(故) 고우영 화백의 작품 초한지, 서유기ⓒ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     ▲ ⓒ부천타임즈 이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