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약품 입찰과정에서 낙찰가격와 입찰 참가도매상을 미리 합의해 정하는 등 담합행위를 저지르고, 약사에게 골프대접, 학회지원 등 경비지원을 통해 고객을 유인한 것으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지른 12개 의약품 제조사와 (사)백신연구협의회 등에 대해 806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시정명령 조치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녹십자피비엠, 보령제약, 동아제약, 씨제이, 엘지생명과학, 동신제약, 한국백신 등 7개 백신 제조사는 서울강남병원과 조달청의 백신 구매입찰에 참여하면서 미리 백신종류별 낙찰가격과 낙찰도매상 및 들러리도매상 등 입찰참가 도매상을 서로 합의해 결정하는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들은 일본뇌염백신 3000원 이상, 인플루엔자백신 9000원 이상, 장티푸스백신 4000원 이상 받기 위해 참가도매상을 통해 낙찰가격 수준으로 인상되지 않을 경우 유찰시키는 방식으로 부당한 공동행위를 저질렀다.

동신제약, 바이엘코리아, 종근당, 한독약품, 대웅제약 등 5개 의약품 제조사는 거래하는 각 병원·약국 소속 의사와 약사에게 학회지원, 비품지원, 골프접대, 식대대납 등의 경비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경쟁사업자를 유인하는 고객유인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시정명령을 받았다.

쎄제이와 중외제약 등 2개 의약품제조사는 서울대병원의 기초수액제 구매입찰에서 보험수가 대비 3% 인하된 가격으로 낙찰받은 도매상이 기초수액제를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한 것으로 지적됐다. 기초수액제 공급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행사해온 두 회사는 전년보다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았다는 이유로 해당 도매상의 기초수액제 공급을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입찰담합행위를 한 7개 백신제조사업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함께 총 806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와 거래거절행위를 한 업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입찰담합 행위를 행한 제약사들에게 신문공포 명령과 과징금 부과조치를 내려 암묵적으로 담합행위를 해오던 업계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경쟁질서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상습·반복적인 법위반 행위가 발생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감시체계를 가동, 시장경제질서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