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비부부들의 영원한 고민, 내집마련하기

결혼을 앞 둔 한쌍의 예비부부가 있다. 그들은 올 봄에 결혼할 계획을 세웠고 최대한 절약해서 결혼비용을 쓰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기독교인인 그들은 교회에서 예식을 치를 요량이고 예단도 생략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웨딩촬영도 가장 저렴한 상품을 선택했고 예물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으며 혼수도 당장 소용에 닿는 품목에 한해서 구입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이렇게 해서 결혼에 소요되는 비용을 추산해 보니 대략 2000만원 내외가 될 것 같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혼례를 치를 계획을 세운 예비부부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갑자기 이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자신들이 살아야 할 거처(居處)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 때문이다. 신혼집을 장만할 생각만으로도 예비부부들의 가슴은 가위눌린 듯 답답해져온다.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에서는 아파트 매매가(賣買價)가 평당 1천만원을 넘는 시대, 분양가격 조차도 현기증 날만큼 뛰어버린 시대에 부모로부터 지원받을 형편이 되지 못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자신들의 힘만으로 편안한 안식처를 마련한다는 것은 참으로 벅찬 일이다.

이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래야 고작 3000만원 남짓이다. 이정도의 자금을 가지고는 수도권에 소재한 아파트 전세는 물론이거니와 연립주택 전세 얻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그리 크지 않다. 변두리에 위치한 연립주택에 전세를 얻거나 오피스텔에 전세를 얻는 것, 단독주택에 방 한칸을 얻어 신혼 살림을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비싼 월세를 내고 집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이 3000만원 정도의 자금으로 얻을 수 있는 주거공간은 변두리에 위치하고 협소하며 그리 편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이다. '옥탑방 고양이' 와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상상의 공간 혹은 문학의 공간에 머무를 때 낭만의 향기를 뿜어내고 문학적 아우라(aura)를 갖는 것이지 현실의 세계로 뛰쳐나오면 정작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누추함과 괴로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물론 신혼살림은 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옥탑방 내지는 반지하방에서 시작하여 차츰 돈을 모으고 빌라 전세, 아파트 전세 등을 거쳐 결국 아파트를 사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느냐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예비부부가 결혼을 하고 방 한칸을 얻어 신혼살림을 시작한 후 자기집을 장만하기까지의 여정(旅程)에 대해서 말이다.

방금 결혼한 신혼부부는 맞벌이를 하면서 열심히 종자돈을 모을 것이다. 1년에 2000만원을 저축한다고 가정하면 한 3~4년 후에는 수도권에 소재한 작은 평수의 아파트 전세를 얻을 돈이 모일 것이다. 정작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엄청나게 치솟은 아파트 가격을 감안할 때 이들이 청약을 통해서 분양을 받거나 아니면 매매를 통해서 아파트를 구입하더라도 거액의 대출을 받지 않으면 내집마련의 꿈은 결코 현실화되지 못한다. 더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아파트 가격을 감안하면 대출을 받더라도 하루속히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아파트를 마련한 이들에게는 대출금 상환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있기 마련이다. 1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면 연리 8%로 계산할 때 이자만 1년에 800만원이고 매월 거의 70만원이 이자로만 지출되는 것이다. 원금을 상환할 생각을 하면 아득하니 아예 생각지도 말자!

결국 신혼부부가 내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청춘을 저당잡히지 않고는 몹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출산(出産)과 육아(育兒) 및 교육(敎育)에 따르는 엄청난 가계지출까지 생각하면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내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자신과 배우자의 전 인생을 고스란히 바쳐야 하는 과업(課業)에 다름아닌 것이다. 현실이 이와 같을진대 자신의 삶이나 배우자의 꿈을 돌볼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과연 우리들은 이 영겁회귀(永劫回歸)와도 같은 질곡(桎梏)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2. 지대조세제의 실질적 구현은 우리를 자유케 할 것이다

누차 강조한 바와 같이 지대조세제의 실질적인 구현은 우리들의 삶을 옭죄고 있는 많은 영역들에서 우리들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지대조세제를 기초로 하는 토지공개념의 실질적 구현은 지가의 하락, 안정을 가져와 토지투기가 사라지고 생산부분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고, 주택가격을 낮추어 실질임금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임대료 안정으로 창업이 활발해져 실업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간접세 등의 감면으로 인해서 상품가격도 하락할 것이며 이는 건전한 소비를 촉진시키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투기로 인해 황폐화된 사회가 근로의욕이 충만하고 창의성이 강조되는 사회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한 번 생각해 보라!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을 건축하는데 드는 비용 중 토지구입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이 얼마나 되겠는가? 현행 토지제도 아래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은 한 줌도 되지 않으며 나머지 대다수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삶이 고단해지는 것을 허락하지 말자! 우리들은 지금 여기서 행복해 질 수 있으며 우리들의 행복이 유보(留保)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지대조세제의 실질적 구현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를 건설하자! 예비부부들의 불행과 고민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서는 후손들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