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학교가 건물 신축공사를 하면 운동장이 줄어드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공사를 한 뒤에 오히려 운동장이 넓어지고 쾌적한 환경으로 변모시킨 학교가 있다.

또한 이 학교는 심원중학교와 나란히 붙어 있는데 두 학교 사이에 담장을 헐어버리고 나무를 심었고 운동장 앞에 위치한 공원 담장을 헐고 길을 만들어 아이들이 맘대로 넘나들게 해 공원 같은 학교로 변모했다.
　　
부천시 원미구 중2동 1097번지에 자리한 심원초등학교는 인근에 위브더스테이트 주상복합아파트가 지어지면서 학생수가 늘어나 교실을 증축하고 체육관을 지었다. 원래 계획은 운동장 동편에 체육관을 신축하려고 했지만 김관선 교장은 운동장을 그대로 살리면서 체육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했다.　
　
요즘은 가볍고 튼튼한 건축재료가 발달하여 신축이 아닌 증축이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체육관 증축으로 얻은 성과는 매우 컸다. 만약 처음 계획대로 운동장에 체육관을 지었다면 학교의 자랑인 여자축구부(지난해 전국소년체전 우승을 비롯하여 전국대회 3관왕) 운영에도 지장이 있었을 것이다.　
　
유소년 축구의 운동장 규격은 골대 간 거리가 70미터이다. 운동장에 건물이 지어지면 규격을  확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야가 답답해지고 운동장에 그늘이 생겨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

▲ 댜목적 체육관에서 <재량학습>을 하고 있는 2학년 학생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눈 앞의 민원보다는 먼 미래를 생각하는 학생중심 건물　
　　
일반적으로 학교 입장으로는 건물을 빨리 짓는 것이 민원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잠시는 힘들겠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며 학생중심, 사람중심, 환경중심의 건물을 지은 것이다.　
　
신축보다 증축을 택한 결과 운동장은 줄어들지 않았다. 운동장 천막교실을 철거하고 각종 운동기구들을 합리적으로 배치한 뒤 학교 담장 언덕을 이용해 만든 스탠드는 학교의 자랑거리가 되었으며 운동장은 오히려 공사 전보다 넓어졌다.
　　
원래 운동장에 지으려던 체육관 건립계획을 변경해 5층에 짓기로 했다. 여기에는 6개교실과 다목적 체육관이 건립됐다. 체육관은 단독건물 안에 있다보니 관리가 편리하고 활용도가 높아졌다.
　
체육관이 운동장에 웅장하게 들어서 있는 것이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시설관리와 활용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한다. 학교 예산이 많지 않으니 야간에 경비원을 따로 고용할 수도 없다. 또 학생들이 이용하려면 교실을 나와 운동장을 통해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교실건물과 함께 있는 체육관이 훨씬 편리하다고 한다.
　
기자가 5층에 자리 잡은 체육관을 찾았을 때는 2학년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재량학습’수업을 하고 있었고 한 학생은 무대에 서서 자신의 특기를 뽐내고 있었다.

570㎡(약170평) 규모의 체육관은 무용을 할 때는 한 학년(200명 이상)이 사용해도 되는 넓은 면적에 배구·탁구 등 실내 운동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최신 건축자재를 써서 지은 체육관은 소리의 울림이 일어나지 않고 냉온풍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무엇보다 신경 쓴 것은 채광이다. 일부 다른 학교는 체육관이 있기는 하지만 엄청난 전기료 때문에 잘 이용을 하지 않은 곳이 많은데 심원초등학교 체육관은 낮에는 자연채광만으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 심원초등학교(좌)와 심원중학교(우)간 담장을 허물고 나무를 심고 길을 냈다ⓒ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담장을 헐어버린 열린 생각

이 학교는 심원중학교와 나란히 붙어 있는데 두 학교 사이에 담장을 헐어버리고 나무를 심었다. 담장을 헐면 중학생들이 초등학교에 넘어와 학습에 지장을 주지 않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정경봉 교감은 "오히려 그 반대지요. 옛날에 혹시 한 두녀석이 장난삼아 담장을 넘기고 했지만 담장을 없애버린 뒤 오히려 담을 넘는 학생이 없어요. 길이 생겼는데 왜 담장을 넘겠어요. 담이 막아서면 넘고 싶은 것이 학생들의 호기심이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 운동장과 공원을 가로막은 담장을 헐어 내고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중학교  사이의 담장만을 없앤 것은 아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지원한 학교  공원화사업, 부천시청이 지원한  숲가꾸기 사업으로 운동장 정면 건너편에 있는 공원담장을 허물어 길을 내고 학생들이 보다 자연 친화적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지난 운동회 때는 학생들이 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마치 소풍 나온 것 같은 기분을 즐겼다고 한다.

▲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학교 뒤뜰은 다양한 꽃을 재배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여기에 국화 재배용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걷어내고 화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꽃의 종류는 알뿌리 화초류를 비롯해 우리꽃도 만날 수 있다.

윤국재 선생은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이라도 한번 보려면 화려한 꽃을 심어야지요. 그렇다고 꼭 그것만 심은 것은 아니고 목단도 있고 산나리, 할미꽃, 초롱꽃, 금강초롱 같은 우리꽃도 많이 심었다"고 설명했다.

윤 선생은 "앞으로 한 열흘 지나면 백합, 글라디오러스 같은 꽃들이 활짝 필 것인데 어디서 오는지 벌과 나비 떼가 몰려온다"며 "그래서 꽃밭 이름을 '꽃 그리고 벌, 나비'라는 현판을 달았다"고 말했다.
　
옆에는 농촌체험 학습장이 있는데 감자, 무, 배우, 상치 등 30여 가지 채소를 재배한다. 이곳도 몇 년 전에는 풀밭으로 버려진 땅이었는데 아이들의 관찰학습장으로 새롭게 단장했는데 지난해 심었다가 수확한 벼포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이 학습장은 수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학습을 위한 텃밭이다. 폐보도블럭을 이용해 만든 통로가 널찍했는데 아이들의 관찰학습을 배려한 것이 돋보였다.
 

▲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학교 운동장 스탠드도 올해 완공되어 전교생 1,100여명이 함께 참여하는 운동회 등 행사를 쾌적한 환경 속에서 치를 수 있게 되었다.

시설이 좋은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 훌륭한 시설이다. 스탠드 지붕에 야간 조명을 설치하여 스카우트 뒤뜰, 야영과 같은 야간행사도 가능하게 되었다. 　

지붕은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사이에 보온재가 들어가서 아래에 서면 여름에도 시원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결하고 미려한 디자인이다.지붕색은 오방색 계열을 사용해 화려하다. 왜 이런 색을 사용했는가에 대한 답은 자명하다.

"초등학교는 밝고 화려한게 좋지요. 화려한 원색을 보면 아이들의 마음까지 밝아지니까요···“

교장선생님께 기사에 쓸 약력을 묻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난색을 표하면서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기존 담장을 허물고 새로 낸 교문ⓒ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김관선 교장은 "그냥 있는 그대로 쓰면 되지 우리학교가 다른 학교 보다 나은 것도 없는데 뭐 기사를 쓰냐"며 손사래를 쳤다.

언론에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교장선생님은 얼굴 사진 찍는 것도 한사코 거부했지만 자랑한 일은 딱 하나가 있다．새로 교문을 낸 일이다. 학교 정문이 비좁은 주택가 도로에 위치해 있어 학교 안으로 대형(관광)버스가　들어오지 못했다.

김 교장은 "현장학습을 가기 위해서는 차를 근처 도로에 불법주차를 시켜야 했는데 타고 내리는 것도 위험하고 또 교육자가 불법주정차를 조장해서야 되나 싶어 현재의 교문이 있는 반대편 담장을 헐고 2차선 도로가 있는 곳에 대형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문을 새로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학교 담장 한 부분을 헐고 교문만 세우면 되지 않느냐 싶지만 구청과 경찰서에 허가를 받는 일을 비롯하여 빡빡한 학교예산을 줄여 공사비를 마련하는 일이 보통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 급식을 위한 조리실 기자재도 완전히 바꿨다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학교급식시설도 완전히 개선했다. 그동안 조리실이 비좁고 기자재가 낡아 불편했으나 최신시설로 바꿔 학생들에게 더욱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사를 제공하게 됐다. 특히 각종 세균이 손을 통해 감염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핸드크리너까지 설치한 것이 돋보였다.

지난 4월30일에는 체육관 증축 준공식과 이를 기념하는 운동회가 열렸는데 지역 교육관계자, 정치인, 학부모가 참석해 컷팅식을 가졌다.

최운용 경기도 교육위원은 "이제 학교도 변하고 있다. 학교시설을 이웃에 개방해  학생과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발전된 형태의 새로운 평생교육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면서 "주민들이 시설을 이용할 때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해서 학교와 주민 간에  관리문제로 마찰을 빗지 않도록 내 집처럼 깨끗이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원초등학교는 학교 담장을 허물고 지역주민들에게도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함으로서 새로운 평생교육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 심원초등학교 전경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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