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 양주승 대표기자

초고층 빌딩 건설이 전국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부천에 66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착공된데 이어 100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아파트도 점점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데 과연 초고층 아파트는 "이 시대의 진정한 대안인가?, 아니면 미래의 위기를 담보로 한 재앙인가?" 그 논란의 중심에 선 초고층 아파트를  KBS 1TV  '환경스페셜'이 23일 방송에서 집중 분석했다. <다음은  '환경스페셜' 주요 내용>

무방비 상태의 초고층 아파트

초고층 아파트 화재에 대해 전문가들은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화재진압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서 "초고층 건물의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강훈(경남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는   "지금 건축법이나 소방법의 안전에 대한 규정은 최저한도의 규정이고 일반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규정이기 때문에 초고층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지금 지어지는 건축물들은 초보적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법에서 규정하는 이상으로 위험을 안고 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건축법은 11층 이상의 바닥 면적 1만㎡가 넘는 건물 옥상엔 가로 세로 22m 이상의 헬기장을 건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옥상 크기가 작을 경우 15m까지 줄일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어 서울의 경우 14인승 헬기가 착륙해 원활한 구조를 할 수 있는 곳이 20%에 불과하다. 초고층 건물의 안전대책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위층일수록 유해물질이 쌓여
초고층 아파트 임산부 유산·사산 등 이상 분만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임산부의 경우 유산·사산 등의 이상분만 비율이 고층일수록 높다는 연구결과가 일본에서 보고 됐으며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건물의 위층으로 갈수록 벤젠,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이 많이 쌓이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동해대학교 의학부 오사카 후미오 교수는 "초고층 건물은 자고 있는 중에도 흔들리게 된다”면서 “ 이런 미세한 흔들림은 몸이 잘 느끼지 못해도 뇌에는 영향을 주게 되어 심리적인 불안감과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유산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 아파트의 임산부들은 외출기피로 인한 운동부족 현상을 보였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해 그 결과가 모체에 나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 초고층 아파트의 거주자들에겐 당뇨병, 뇌졸중 등의 성인병과 폐쇄적인 생활로 인한 우울증, 자폐증 등의 유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초고층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에 비해 5배 이상 전기 소비

초고층 아파트의 에너지 소비 문제도 지적했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외관과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탑모양(탑상형)의 통유리로 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조망권을 위해 만든 초고층의 통유리 구조는 추락사고의 위험과 바람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게 지어지고 있다.

또한 건물은 자연 통풍이 어려운 구조로 설계돼 환기를 시키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가동해야한다. 특히 통유리 구조는 온실효과로 냉방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초고층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은 결국 많은 에너지의 소모로 일반 아파트에 비해 5배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초고층 주상 복합 아파트의 경우 일반 가구에 비해서 5배 이상 전기를 쓰고 있다. 즉 일반 가구가 일 년 쓸 전기를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시는 가구의 경우 석 달 안에 다 써버린다"고 말했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초고층 도시 매연에 오염된 공기 마셔

도시는 초고층 빌딩들로 숲을 이루고, 건물들은 안개 속에 가려져 그 끝을 알 수 없다.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초고층 건물의 증가는 주변의 열섬현상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의 공기 소통 장애를 일으킨다. 이렇게 공기나 바람이 통하지 않게 된 도시는 스모그 현상으로 인해 뿌연 안개로 뒤덮이고, 사람들은 먼지나 매연에 오염된 공기를 마실 수밖에 없게 된다.

프랑스 초고층 지역은 이미 슬럼화

그렇다면 오랫동안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생활해왔던 유럽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고층주택을 헐어내고 저층주택을 짓고 있으며, 주민들의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지어졌던 파리의 초고층 지역인 13구역은 초기 거주하던 주민들은 전부 떠났으며 외국인 이주자들이 살고 있다.

재건축조차 불가능한 초고층 빌딩

초고층 아파트의 수명도 큰 문제다. 초고층 빌딩의 주로 사용하고 있는 철골콘크리트 구조의 수명은 보통 50년, 길어야 100년이다. 재건축조차 불가능한 초고층 빌딩, 과연 100년 후엔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현재는 좁은 땅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미래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초고층 아파트, 과연 미래를 위한 진정한 대안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 이다.

한편 부천시의 초고층 아파트 건설계획과 관련해 윤병국 시의원은 지난 4월 9일 국회의원선거 연설원으로 나서 "시민여러분, 문예회관이 들어올 예정이었던 이곳에 100층이 넘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서 부천의 랜드마크로 삼겠다고 합니다. 시민여러분은 차 없는 거리와 문화공간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교통혼잡을 극대화시킬 도시 한복판의 초고층아파트를 원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윤의원은  "당시 질문이 다소 선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민들이 잘 모르는 상황이라 쉽게 대비하여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중대사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시민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때" 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부천의 인구는 87만여명으로 1㎢당 거주 인구수가 16,171명으로 서울을 제외한 인구밀도가 전국에서 1위이다. 또한 전국 최고의 차량밀도(3천600여대/㎢), 전국최고 수준의 도시화율(95%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부천의 녹지율은 약 18%로 인간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녹지율인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대기정화율 14.1%로 경기도 31개 시군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이같은 통계치에 근거하면 부천은 교통환경, 자연환경 측면에서는  썩 살기 좋은 도시는 아닌셈이다.

물론 향후 원미·소사·오정지구 뉴타운이 개발되면 일반적인 주거환경은 개선되겠지만 서울-인천 중간에 위치한 부천의 교통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부천은 초고층 아파트를 계획할 것이 아니라 현재 87만의 인구를 어떻게 억제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