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섭(부천예총회장 )

▲ 김창섭 부천예총회장

도시는 사람들의 활동을 담는 그릇입니다. 하나의 그릇에도 담겨지는 내용에 걸맞는 모양새가 있듯이 시민들의 삶을 담아내는 도시에는 품위와 격이 있어야 합니다.

어려웠던 시절의 옛 관점으로만 판단하던 시대를 떠나 지금의 시민들은 자신들을 위한 삶의 가치를 요구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 가치를 수용하는 것이 시민문화 활성화를 위한 배려입니다. 시민적 피부에 와닿는 문화적 배려는 문화적 품격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공간의 정책이 함께 할 때 가능한 것이 됩니다. 그 때문에 문화정책은 공간과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문화란 결론되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되는 과정을 통하여 산출되는 움직이는 유기체입니다. 문화도시는 문화와 도시가 결합된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문화적으로 집결된 결과물입니다. 그것은 바로 살기 좋고 쾌적한 아름다운 도시를 뜻합니다.

▲ 공공디자인의 중요한 요소 Street Funiture 중 하나인 벤치의 디자인의 예

도시민의 활동을 담아내는 그릇을 공공디자인이라는 말로 불리고 있습니다. 근래에 새삼스럽게도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전국적인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능 위주의 사고로 일관됐던 개발방식을 떠나 인간적인 삶을 위한 욕구를 수용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그러한 곳을 만드는 일을 장소만들기(place-making)라고하고, 이것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때 장소판촉(place-maketing)으로 활용되어 경제적인 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장소를 만드는 일은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일입니다.아름다운 도시는 외양만이 아니라 도시의 기능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은 공공기관과 창의적인 개인, 그리고 혁신적인 집단, 그 누구도 우리의 잘못된 공공적 공간을 만드는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살기 좋고, 아름답고, 방문해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외의 경험을 예로 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도시를 한두번 벤치마킹 한다고 하여 그 사례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배움의 초보단계는 남의 것을 그대로 해보는 것이고, 다음의 단계로 자신의 실정에 맞게 변형하는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남의 사례를 바탕으로 재창조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카멜시(센프란시스코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그림같은 도시)의 개성적 도시미관을 벤치마킹하여 시작된 일본 가나자와 구마모토현의 아트씨티 프로젝트 사업은 남의 사례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좋은 예로 보입니다.

이 아트폴리스 사업은 지자체 및 민간기관의 예정된 사업예산으로 공공시설물, 미술관등 건축물들이 잘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사업으로 별도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 기왕에 진행될 공공과 민간 건축 사업들이 심사를 거쳐 아트폴리스 사업으로 지정되어 효율적으로 실천되고 있습니다.

▲ 비엔나 공공디자인-거리의 아름다운 모습은 시민들의 정서를 순화한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1980년대 이후 기존 산업이 쇠퇴함에 따라 새 경제 개발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도시민의 삶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문화적 환경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폭력도시, 술에 찌든 도시, 쇠퇴하는 도시의 이미지를 벗고자 매력적인 건축물들을 집중화  시킴으로서 도시를 활성화시킨 영국 글래스고나 도시 전체를 미술관으로 키운 구겐하임 미술관 설립으로 새로운 문화도시의 전형을 마련한 빌바오시의 사례는 문화와 경제적 효과를 함께 달성한 문화도시의 새 지평을 열어간 대표적 사례에 속합니다.

시의회에서부터 제기되어 도시를 새롭게 변화시킨 로테르담 버밍햄시, 돈·포르노·폭력 등이 연상되는 문화사막에서 문화시설을 건립하면서 문화관광 명소화 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같은 경우도 참고 될 점이 많습니다.

버려진 건물과 쓰레기까지도 문화와 환경적으로 재활용하여 지구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는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는 참으로 배울 것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도시문화 창출의 새 기원을 열어나가고 있는 파주 출판도시와 예술인들의 자율적 조성에 의한 헤이리 아트밸리 사업은 주목할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안양시는 안양아트시티(AAC21)사업의 일환으로, 전제한 구마모토의 아트 폴리스를 벤치마킹 한 후 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도시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외 각처에서 예술을 활용한 도시 환경 개선의 예는 문화도시 부천에 시사되는 점이 많습니다.

문화와 예술을 활용함은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들을 끌어 모아 매력적 공간으로 거주가 이동함으로서 기업이 투자하고 고용이 창출되는 살기 좋은 곳으로 전화되어집니다. 문화는 예술과 경제를 상생시키는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분야입니다.

도시의 새로운 생명력.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듯 거창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공간부터 조화롭게 만드는 일이 살기 좋은 도시 건설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도시라는 인공의 환경 속에서 미래를 찾습니다.자연이 그립다고 하여, 도시가 싫다고 하여, 도시를 자연으로 환원 시킬 수는 없습니다. 도심 속의 혼탁함이 어지러워 전원을 찾아 자연과 함께 있더라도, 그것은 잠시의 휴식일 뿐, 우리의 삶의 터전인 도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스쳐지나가는 거리는 도시 환경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입니다. 그 단위 속에는 가로등, 벤취,  휴지통, 공중전화 부스등 여러가지 존재들이 있습니다. 이 구조물 모두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습니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전기배선함이 아름다운 조형물로 둔갑할 수도 있으며 벤치나 가로등에도 낭만이 깃들게 할 수 있습니다.

현대 도시의 풍경은 사람들을 유혹합니다.갖가지 볼것, 먹을것, 즐길거리가 많은 번잡한 도심 풍경은 늘 새로운 것들을 제공해 줍니다. 특히 어둠이 깔린 도시의 휘황찬란함은 눈이 부시게 합니다.

그러나 좀 더 사람을 자극하기 위하여 좀 더 크게, 좀 더 튀게, 좀 더 자극적으로 건물마다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입간판까지 가세하여 걷는 길을 막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만행들은 우리의 도시를 짜증나게 합니다.

▲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의 뒷골목-예술적 이미지의 간판

간판은 우리 시대의 문화를 대변합니다. 누군가에게 알리는 정보의 기능만이 아니라 업소의 얼굴이기도 하며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그 알리고 싶은 모습이 천박한 형태로, 색채로, 크기로 다가올 때 우리는 걷는 즐거움을 잃습니다. 그리고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 단절된 소통의 의미를 되찾고 공공의 행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디자인은 최소를 사용하여 최대를 말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공공디자인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는 일은 우리의 도시에 새로운 생명력을 가져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실생활 속에 접목함이 도시를 살고 있는 시민들의 가치 충족과 직결되며 그러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때 그 지역을 문화도시라 불리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