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국제만화행사로 ‘문화도시 부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부천국제만화축제가 16일로 10회를 맞았다.‘판타지아, 도시의 꿈을 만화로’라는 슬로건처럼 19일까지 부천은 ‘만화의 도시’가 된다.

우리나라 만화발전에 40년 인생을 바쳐온 조관제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을 만나 행사 10년의 의미와 만화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10회 행사는 여느 때와는 좀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행사 개최에 대한 소감은?

▲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흔히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빗대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1회 축제를 시작한 후로 벌써 강산이 한 번 바뀌었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만화가로서 한국 만화와 만화가들의 위상을 제 자리에 앉혀 보자는 생각에서 익숙하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일을 시작한지 10년이 흘렀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이번 축제는 그 동안 축적된 부천만화정보센터의 문화적·산업적 측면의 모든 것을 한 번 정리하고, 우리 만화 문화 및 만화 산업의 도약 계기로 삼자는 계획으로 전 직원이 밤잠을 잊어가며 준비한 축제다. “

▶이번 만화축제의 컨셉과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라면?

“장소의 변화와 지역 문화 사업으로서 시민들에게 좀 더 밀착하는 축제로서의 변모를 들 수 있겠다. ‘도심을 만화로 물들인다’는 슬로건에 어울리게끔 이번 축제는 한정된 장소에서만 열리던 것에서 탈피, 부천 시내 일대가 행사장으로 쓰인다. 기획전시도 크게 늘었고 시민과 함께하는 이벤트도 대폭 강화되었다.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전시인 ‘철인의 꿈’이나 시민의 강변을 활용한 프로젝트인 ‘시민의 강 걷기대회’, 테마가 있는 이벤트 존 등 온 도시민이 함께 만화적 상상력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기획들은 물론, 국제 행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국제포럼을 마련했으며, 국제만화페어는 일반인의 참여가 용이하도록 꾸몄다. ”

“성인만화전이나 ‘카툰이 흐르는 강’ 전 같은 기획 전시들은 만화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주목하는 새로운 기획 전시이다. 10회 행사는 아시아 출판만화문화와 산업의 허브 기지로 거듭나는 발판이 되자는 의도를 담았다. ”

▶국가적인 차원에서 만화산업의 육성도 중요하지만 재정자립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지자체에서는 생산적인 행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많은데?

“사회 5대 악으로 평가 받았던 우리나라 만화가 학문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20년도 채 되지 않은 현실에서, 만화를 문화사업으로 접목시켜 많은 대중들에게 관심을 끌게 한 곳이 부천이라고 생각한다면 ‘만화도시 부천’으로 국내외에 알려진 그 무형적 가치는 따질 수가 없을 것이다.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지역산업에 기여하는 길이면서 국가산업에 기여하는 길이다. 해외 각국에서 부천이라는 작은 도시로 5대양을 건너온다는 것,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다. 하지만 이는 꾸준한 노력과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일이다. 수익구조만 생각해서 이벤트성 사업만 추구한다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문화사업을 수익 구조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다. 문화는 농사와 같은데,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성급한 생각을 가진 분들의 극성스러운 관심이 부담스럽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욕심 때문에 배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 만화정보센터 임직원은 그 동안 미흡했던 일을 개선하고, 하는 일을 많이 알려 이해하고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만화정보센터의 위상과 역할은?

“부천만화정보센터는 이미 존재 그 자체로 만화계의 자랑인 동시에 한국만화의 본산이며,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문화기관이라 생각한다. 이걸 잘 유지하면서 관련 기업들과 만화관련 산업을 부천에 많이 유치하면 그들이 고용을 창출하고 매출을 올리고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다. 부천만화정보센터는 이 같은 전략을 잘 정리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문화의 ‘경제적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매진하고 있다. 또한 인프라에서 ‘만화 문화의 한국 최고’라는 지존을 놓쳐 우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월 만화정보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임기동안 추진할 정책은?

“그 동안 도와주고 격려해 준 부천시민을 위해 만화문화운동을 하는 것이다. 첫째, 눈으로 보이는 만화 도시 부천과 함께, 문화의 세기에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가장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만화적 발상을 하는 체험교육 확산이다. 지역마다 이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공부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우리 만화정보센터에서 적극 나서서 참가하고 싶다.”

“둘째, 부천 지역 경제인들과의 소통이다. 중소기업도 좋고 재래시장도 만화와 연계한 문화놀이를 권하고 싶다. 요즘 유행이 Fun 경영, 즉 재미있는 경영이 대세이다. 모두 힘든 삶에 유머, 웃음, 재미는 삶의 오아시스 또는 쉼표 같은 존재다. 만화는 우리 삶에 있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적 역할이라 생각한다. ”

“셋째, 만화가들이 자주 찾는 부천을 만들고 싶다. 개인 작업을 하는 만화가들이기 때문에 사회성이 떨어지고, 낯가림을 많이 하지만 이들이 힘들 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그런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작가가 모이면 출판사와 함께 팬시 회사, 애니메이션 회사, 문화산업 투자자 등 만화 문화 관련 사업가들이 모이게 된다. ”

“넷째, 만화 문화와 산업에 관심 있는 마케팅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이다. 일찍부터 구미에서는 만화를 소재로 뮤지컬로, TV드라마로, 영화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 만화의 다양한 원천을 다른 대중 문화산업과 연계 시키는 젊은 학자들을 모으고 학생들을 키워 함께 사업을 하는데 적극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만화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와 만화가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모든 예술가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만화 역시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다. 자기 생각을 만화로 표현하고 작가의 생각을 공감하는 독자가 있고 그래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만화가로서 보람이라면 데뷔 한지 40년 가까이 되지만 그냥 무늬만 만화가 같았던 본인이 운 좋게도 부천과 인연이 되어 대한민국 만화가의 위상을 제자리 찾아준 것과 만화 문화를 높인 일이다. 나의 만화 인생뿐 아니라 내 인생에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

▲ 조관제 이사장 케리커쳐

▶자신의 만화세계와 만화에 담는 철학은? 

“나의 작업은 한 칸 만화 Cartoon이다. 대중적인 인기는 없지만, 한 칸 안에 이미지와 함께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있는 메시지가 들어 있는 만화 장르이다. 카툰은 대중적이지 않아 돈이 되지 않는다. 모든 예술이 부와 명예와 관계없는데 예술가들은 아편과 같은 중독성 때문에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카툰 역시 돈과 무관하지만, 작품을 하는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점검하고 즐기면서도, 언제나 능력 부족에 따른 한없는 절망과 싸우면서 존재 가치와 이유를 만들고 있다. ”

“세상이 바뀐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독자에게 메시지 전달을 위해 간단히 그리는 카툰 문화를 이제는 종이 밖으로, 대중 속으로 가까이 가는 시도를 하고 싶다. 갤러리뿐만 아니라 역사도 좋고 공원에도 전시를 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작품 전시를 하는 시민운동도 좋고, 미술품과 같이 시장을 형성하는 영역을 넓혀 보고 싶다. 만화라는 좁은 곳에서 나와 만화와 문학, 만화와 음악, 만화와 산업 등 다른 문화와 접목시켜 카툰문화를 확산 시키고 싶다. ”

▲ 2006년 제6회 만화의날을 맞이하여 이현세-손학규 전 경기지사-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김병헌 원장 등과 함께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부천시민과 만화축제 참가자들에게

“만화 축제를 10년 동안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국제적으로 만화 도시의 위상을 해마다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대한민국 만화가·선배·동료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더불어 매년 많은 관심을 가져 주고 이해해주며 자부심까지 느껴주는 부천시민 여러분께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

“그리고 다른 엄숙한 문화도 아닌 만화로 시작된 문화 축제를 10년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준 홍건표 시장을 비롯해 진지하면서도 열성적으로 만화문화사업을 도와준 부천시 공직자, 시의원 여러분의 절대적인 관심과 관용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린다. ”

재)부천만화정보센터는 부천시와 대한민국 만화가들의 명예를 오랫동안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우리나라 문화예술 역사에 오래 남는 부천의 자랑스러운 문화 공간이 될 때까지 관계자들의 노력을 지켜 봐 주고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재)부천만화정보센터는 부천 시민의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 생산 기지인 만화정보센터가 오랜 동안 자리를 지켜 우리나라 문화계의 큰 나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 달라. ”

▲ 2005년 축제 행사장을 찾은 팬들과 함께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경력]
1969년 만화전문 월간지 '만화왕국'을 필두로 '주부생활', 월간 'KBS-TV 유치원' 창간 편집장, KBS문화사업단 출판 기획팀장 역임. 1995년 만화기획집단 '카툰피아' 를 개소했으며, 2007년 1월 (재)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재)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사)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  한국카툰협회 회장·청강문화산업대 및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품 활동]

1973년 월간 '학원'에 감성만화 '아빠의 첫사랑'으로 데뷔해 현재까지 <왁자 행진곡>, <동물 선생님> 등 수많은 작품을 매체에 연재해 왔다.

작품집에는 <장미소녀 로우즈>(1980, 이서방문고), <도화골 아가씨>(1982, 동문출판사), <만화로 풀어쓴 고사성어>(1990, 천재교육사), <열려라 섹스피아(전2권)> (1998, 서울문화사 발행) 등 다수가 있다.

이밖에 행정자치부 만화부문 대통령 표창(2001)을 비롯해 부천시 시정발전 공로상(2003년), 제3회 청강 카툰상 대상(2006)을 수상했다.

▲ 2006년 제6회 만화의날 기념식에서 민병두 국회의원의 케리커쳐를 그리고 있는 조관제 이사장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2006 여성의 전화 호프야 놀자 축제에서 시민생협 김은혜 이사와 함께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시민의강 축제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

▲ 2007년 3월16일 경기도의회 문광위원들이 춘의동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박물관을 방문했을때 ⓒ부천타임즈 양주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