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제 생일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 선물 준다고 오라해서 갔더니 갑자기 막 때렸어요.
왜 때리냐고 했더니 ‘생일방’이라고 계속 막 때렸어요.
전 너무 아파서 그만하라고 했더니 사장님은 작은 마음의 표시니
거절하지 말라며 계속 막 ‘생일방’을 줬어요.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 월급 올려 달라하면 ‘생일방’ 줍니다.
몸 아파서 일 못 하겠다 하면 ‘생일방’ 줍니다.
저 1년에 생일 한번 있어요. 왜 자꾸 사장님 매일 ‘생일방’ 줍니까.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 40만 명 있어요.
더 이상 ‘생일방’으로 고통 받는 외국인 노동자 없길 바랍니다.
블랑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폭소클럽의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 중 한 대목이다. 외국인 노동자 블랑카의 시각으로 한국사회의 폐단을 시원하게 긁는 시사 코미디인 이 코너는 터져 나오는 웃음 뒤로 우리에게 반성을 하게끔 메시지를 던져주는 프로그램이다.

▲ 2003년에 있었던 <우리도 부천을 사랑해요> 행사

MBC프로그램 <아시아! 아시아!>가 종영된 이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은 버려지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 역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먼 이국땅에서 하루하루 눈물을 흘리며 지내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는가, 아니면 등한시 하는가.

우리나라에는 40만 명에 달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거주하고, 부천에도 무려 만5천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있다. 부천의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산업재해나 건강문제로 인한 피해를 적지 않게 보고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서 야근은 기본이고, 뙤약볕에도 어디든 달려가는 부천의 일꾼들이 있으니,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 소장 김범룡>이 바로 그들의 터전. 원미동에 있는 석왕사 영담스님의 도움으로 지금의 <외국인 노동자의 집>으로 성장한 이곳은 부천과 경기도 각 지역의 외국인들을 위해서 노동상담, 쉼터제공, 의료지원, 교육사업 등의 활동을 한다.

▲ 무료진료를 받기 위해서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방문한 외국인들. 접수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마다 있는 무료진료는 많은 외국인들이 와서 진료를 받는다. ⓒ부천타임즈 유성숙기자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 최현자 사무국장은 “근무시간이 많고 근무 조건이 열악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내국인들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냉소적 인식 때문에 가끔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노동자 스스로도 한국인에 대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거나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차츰 나아지는 방향을 보일 때마다 뿌듯하고, 한국인과 노동자들이 융합하는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또한 “현재 운영비의 대부분을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아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고충도 털어 놓았다.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은 시의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라 후원금으로 운영을 하고 있으나 경기불황으로 인해 이것 마저도 충분한 지원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들의 인권을 위한 자발적 후원금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농협 : 216017-51-095149 예금주: 김범용)

▲ 자원봉사자 김진영,장정이,박언주는 혈압측정, 소변검사, 혈당검사, 혈액체취 등의 진료를 본다 ⓒ유성숙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행 등의 피해를 보고도 법적보상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보험이 가입되지 않으므로 아프거나 다치면 매우 비싼 병원비를 자신이 전액 부담해야만 한다.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은 이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준다. 최현자(37) 사무국장, 한명실(28) 상담팀장, 김양주(31) 의료지원팀장, 박지현(32) 홍보팀장, 김양중(32) 교육팀장,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의 실무자인 이들은 산업재해, 임금체불 등의 문제를 상담해 오는 외국인들을 찾아가 직접 해결하고, 산업재해자, 환자, 단기 실직자에게 쉼터를 제공하며 그들의 회복을 돕는다.

또한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에는 무료진료소를 운영하며, 무료진료소를 여는 날에는 무려 200~300여명의 외국인들이 찾아와 진료를 받는다. 무료진료소는 경기도 의료봉사팀, 부천지역 보건소, 부천시 약사회 등의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출장을 나와 돕는다.

daum카페 ‘외.의.모’ 동호회를 통해서 이곳을 찾게 된 간호사 김진영(27)씨는 인도를 방문했을 때 불합리한 대우로 인해 힘들어하는 외국인들을 보고나서 한국에 돌아와 봉사활동을 자처하게 되었다고. “자원봉사자로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이곳에 오는 외국인들을 치료하는 일을 돕지만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것들이 많습니다.”며 일에서 보람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 이비인후과계 오충현 의사가 외국인 노동자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유성숙기자

역시 ‘외.의.모’동호회를 통해서 이곳으로 봉사활동을 온 부천성가병원 이비인후과계 의사 오충현씨는 이 일을 시작한지가 벌써 2년째이다. “사실 환자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지만 이들을 돕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보람입니다.

이주일마다 나와서 봉사를 하고 나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 듯해서 뿌듯하고, 환자들을 돕는 직업이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습니다.”며 겸손의 자세를 보였다.

또한 매주 일요일에는 한국어 교육과 컴퓨터 교육이 있다. 말이 안 통하는 것이 큰 불편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각 나라별 자판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컴퓨터를 쓰기에도 편리하게 해 두었다. 내달 9월 12일에 있을 「한국어 능력 검정 시험」을 많은 외국인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이 시험에서 자격증을 얻게 되면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자국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한다.

▲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는 현장 ⓒ유성숙 기자

한국에서 거주한지 11년 된 미얀마인 윈라이(남,33세)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을 알기 시작한지 9년이 되었다. 11년 전, 처음 2년 동안은 타국 땅에서 많이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았으나 이곳을 찾기 시작하면서 좀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었고, 한국에 대한 적응기간도 더 짧아졌다고 한다.

“한국에는 한국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요. 한번은 <외국인 노동자의 집>의 소개로 언어로 고생하는 친구를 도운 적이 있어요. 병원에 입원한 친구였는데, 한국 병원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서 치료받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한 달 반 동안 간병하면서 통역도 해 주고, 많은 도움을 줬답니다. 덕분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게 되었지만요.... 하하. 이번에 실시되는 「한국어 능력 검정 시험」4급과 5급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4급은 자신 있는데, 5급은 어려울 것 같아요.”라며 또박또박 한국말을 곧잘 했다.

▲ 소장 김범용 ⓒ부천타임즈 유성숙 기자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 김범룡 소장은 “부천은 만5천명이라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수의 개념을 시행정부와 시의회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모두가 ‘이주 노동자 지원 센터’의 필요성을 알아야 한다.

‘이주노동자 지원 센터’를 만듦으로써 외국인들의 한국생활 후 자국으로 돌아가서도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하고, 한국에서 배운 기술력으로 자국에서도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귀향 정착 프로그램을 새로이 개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올해 후반기 외국인 노동자들의 나라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부천에 거주하는 노동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노동자들의 나라를 방문하여 그 나라의 문화, 기술 산업을 시찰하고, 귀향 후 바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한 기획안을 준비 중이다.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 집> (농협 : 216017-51-095149 예금주: 김범용) http://www.bmwh.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