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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땅, '영암'과 만나다
2007년 06월 13일 (수) 00:00:00 박정필 시민기자 daum nogo0424

박정필(시인)
 
올해 초, 오랜 근무지였던 부천을 떠나 이곳 영암에 부임하면서 나는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영암에 대한 기억은 고교 시절 국어시간에 고산 윤선도의 시조 ‘월출산’을 배우면서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그러나 그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해마다 한두 번씩 고향을 오가면서 차창 밖으로 비취진 월출산을 볼 때마다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아쉬움만 간직한 채 그냥 스치곤 했다.

 

그런 내게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을까? 영암에서 1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주위에선 남의 속사정도 모르고 도시의 삶을 빠져나와 농촌의 품으로 안긴 나를 두고 부정적인 추측이 나돌아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소망하던 고향 가까운 곳에서의 근무가 이뤄진 셈이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부천에서 영암까지 달려와 몇 개월 지낸 지금, 온몸에 밴 도심의 매캐한 냄새가 요술처럼 빠져나간 것 같다.

 

영암 땅은 남도의 젖줄기인 영산강을 끼고 있어 한때 어로와 농경생활의 최적지로 천혜의 寶庫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현재는 농경지로 변한 곳이 간척사업 전에는 바다로써 고기떼의 서식처임이 분명하다. 가뭄 때도 어족자원이 풍부해 배고픈 설움을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서호면의 선사주거지이다. 이곳에서 출토된 민무늬 토기, 돌칼, 돌도끼, 그물추, 화살촉 등 많은 유물과 고인돌 유적을 보니 아득한 옛날 조상들의 생생한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시종면에 있는 삼국시대 이전 마한시대 것으로 추정된 19기의 고분군을 보면서 경주에만 존재한 것으로 알았던 고분이 백제권에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고대부터 상당한 지배세력이 서남쪽에 형성됐다는 역사적 사실이 홍보되지 않는 게 유감스럽다.

 

영암의 넓은 들녘은 붉은 황토이고 돌이 없다는 게 특이하다. 때문에 비옥한 농토에서 전통적인 농경문화의 유산이 면면히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영암의 상징인 월출산은 신비 그 자체이다. 오뚝 솟아 오른 해발 809미터 높이에 기암절벽으로 이뤄졌고 저마다 독특한 생김새에 따라 고인돌, 손오공, 사랑, 남근바위 등 많은 이름이 붙여졌다. 어디 그뿐인가! 그 장엄함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누구나 천왕봉에 올라서면 시야에 들어온 사방의 정경을 바라보면 절로 환호와 탄성이 뒤섞인다.

 

게다가 바위성분이 대부분 맥반석이라서 ‘氣’를 받는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산자락 끝에는 토착민들이 ‘풍요와 여유’를 갖고 유유자적하며 사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특히 철따라 옷을 갈아입는 월출산의 모습은 환상 그 자체일 뿐 아니라 마치 몇 폭의 동양화 병풍을 펼쳐 놓은 듯 하다. 봄옷을 입은 월출산은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을 일깨어 주는 명산 중의 명산이다. 철쭉과 야생화의 향기가 코끝을 찌르고 그 빛깔은 핏물을 쏟아 부어 놓은 듯 황홀하다.

 

여름의 경관도 예사롭지 않다. 수목들이 뿜어 낸 맑은 공기는 뇌리 속에 박혀있는 번뇌와 탐욕, 집착과 증오를 씻어주고 산바람은 더운 열기를 밀어내 시원스럽게 해 준다. 또 여인같이 곱게 단장한 가을은 어떤가. 살짝만 건들어도 깨어질 듯 파란 하늘아래 만산홍엽과 하얀 억새 밭에서 낭만을 만끽하면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연인들의 추억의 고향이다.

 

겨울에는 눈부신 때때옷을 벗어 던진 알몸의 동장군이 나뭇가지마다 순백의 눈꽃을 피워내 온 누리에 은세계를 만든다. 이러한 미의 극치를 당대의 제일가는 문필가도 어떤 수사와 논리로 제대로 묘사하기가 힘들 것이다. 누구든지 빼어난 월출산을 바라보면 센티멘털해져 절로 시상(詩想)이 떠올라 시인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영암에 대한 깊은 감명을 글로 표현해보기 위해 오늘도 중단 없는 사유(思惟)에 침잠(沈潛)해본다.

 

   
박정필 시인은 순수문학 예술세계로 등단했으며 경찰문예대전 시 부문 입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 협회 회원입니다. 2006년 12월시집 <갈꽃섬의 아침>과 수필집 <오늘밤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를 출판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졌습니다. 저서로는 시집 <숨죽여 뛰는 맥박>을 비롯해 <섬 안의 섬>, <꽃과 생명>, <세상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또한 부천타임즈 제정 제1회 시민기자상(2007년1월10일)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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