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관리 발언 "한나라당 총선 이기면 대통령이 힘 있나?"

▲ 외교통상부 건물

외교통상부의 일부 관리들이 최근 사석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폄하하고 한나라당을 편드는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청와대는 외교부에 처리를 일임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된 만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연합뉴스는 12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핵심관계자 말을 빌어 최근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드러난 외교부 관리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외교부의 과장급 관리들로 알려진 이들은 최근 회의와 회식자리에서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의 `김정일 호감세력이 대통령 지지세력'이라는 발언이 맞는 게 아니냐",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이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 그러면 대통령은 과학기술부와 해양수산부만 관리하면 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월 중순경 제보를 받은 민정수석실은 공직사회의 기강을 우려해 외교부 간부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고, 지난 주말에 조사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모두 7∼8명을 상대로 조사했고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이들 발언보다 훨씬 심한 말도 있었다"면서 "발언은 한 사람이 한 것도 있고, 두 사람 이상이 한 것도 있고 들은 사람은 여러 명"이라고 말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오전까지만 해도 "(외교부 직원들 사이에)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의 부적절한 언사가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해줬을 뿐 구체적인 발언내용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했는데, 외교부 관리들의 발언 내용이 공개될 경우 공직사회 기강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음이 우회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외교부 직원들을 조사한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지만, 공직사회 기강에 관련된 사항이라 청와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사에 전념해야 할 일선 공무원들이 야당의 정치공세에 동조하는 듯한 행동을 방치할 경우 이보다 더한 국기문란 사태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정수석실의 한 비서관은 "이번 사건 조사는 민정1비서관실에서 일임해서 자세한 정황은 잘 모르겠다"며 "어떤 조치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외교부에서 알아서 조치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한미동맹과 안보가 흔들리는 것은 '민족공조'라는 편향된 코드만을 고집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청와대가 일선 외교 공무원들에게 이미 실패한 대통령의 편향된 코드를 강요하고 색출협박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외교부 관리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조선일보의 '검찰 발언' 보도 등 일련의 통치권 훼손행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후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아달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게재 전날 밤 기자와 통화한 외교부 간부들 조사" 

외교부 출입기자 통화내역 조회여부 논란...청와대 부인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김범현 기자 =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외교사항과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한 외교통상부 일부 직원을 조사한 것과 관련,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사과정에서 취재기자의 통화내역을 조회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통상부 출입 국민일보 J모 기자는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가 지난 10일 자신이 쓴 기사의 보도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기사 게재 전날 밤 휴대폰으로 통화했던 외교부 간부 두명을 조사했다며 12일 통화내역 조회 의혹을 제기했다.

J기자는 "내가 외교부 간부들에게 전화한 것을 청와대가 어떻게 알고 통화내용을 추궁했는지 의심스럽다"며 "휴대폰 통화내역 조회가 가능한 지점에 가서 알아봤더니 '청와대나 수사기관은 공문만 있으면 타인의 통화내역을 열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는 통화내역 조회 사실을 한사코 부인했으며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도 12일 "민정수석실에 알아본 결과, 통화내역을 조회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J기자가 6일자 신문에 쓴 '외교부-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사건건 충돌' 기사는 외교부와 NSC가 미국 방북팀이 6자회담에 미칠 영향 분석 등에서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으로, 외교부와 NSC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