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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고 싶은 노래
2007년 04월 30일 (월) 00:00:00 박정필 시민기자 daum nogo0424

부천타임즈: 박정필 시민기자
 
흔히 "젊어서는 희망에 살고 나이를 먹으면 추억에 산다"고 한다. 세속적인 말처럼 느껴지지만 깊이 음미해 보면 인간사 일부분이 함축된 것 같다. 그렇다. 10~20대는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다. 하지만 60대가 넘어서면 자신이 걸어온 인생행로를 되돌아 볼 시간 여유가 생겨난다.

 

그 중 가장 그리워지는 것은 초교시절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아닐까 싶다. 넓은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을 가슴에 새겨두고 가끔 되새김질해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특히 6. 25직후 국민(초등)학교를 다녔던 세대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당시는 도시나 농촌지역을 막론하고 뼈저린 가난에 허덕여야 했다. 그런 사정으로 국민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은 대부분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어린 나이에 부모 일을 돕거나, 직업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필자가 다녔던 땅끝 코앞 갈꽃섬 초교에선 50명이 졸업을 했지만 중학교 진학은 고작 12명에 불과했다. 시골 친구들은 도시로 유학간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우연히 중학생이 된 친구와 눈이 마주치면 괜히 소외감을 느껴 못본 체 고개를 돌리거나 도망쳤던 해프닝도 일어났다. 그런 코흘리개들이 어느덧 황혼기가 됐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가슴 쓰린 추억마저 그리워질 법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누군가 선뜻 ‘초교 동창모임’을 갖자고 제안하는 열성친구가 나타나질 않았다. 짐작하건대 거친 세파에 시달려 인정미가 사라져 버린걸까? 그들의 무심한 태도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옛말에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했던가. 천성적으로 나서기 싫어하는 필자가 소매를 걷어 붙였다.

 

우선 고향에 살고 있는 몇몇 친구들에게 전화를 통해 대충 알아보니 20여명이 출향하여 소재가 불분명하고, 이미 5명이나 고인이 됐다. 어렵사리 찾은 25명에게 2회에 걸쳐 안부편지를 띄웠다. 6개월쯤 지날 무렵, 만나고 싶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때다" 하고 안내장을 잽싸게 날렸다.

 

드디어 지난해 5월, 21명(남 17명·여 4명)의 동창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빛고을 광주에서 첫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 동창들은 실로 강산이 4번 반이나 변했는데도 금세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 주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도 나도 모르게 이름이 튀어 나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모두가 어릴 적 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얼굴과 목엔 흘러간 시간을 대변하듯 깊은 주름살이 내려앉았다. 그렇지만 순수한 정서만큼은 그대로였다. 우리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초교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오랫동안 무소식으로 지내온 터라 궁금한 것을 알기 위해 참새처럼 실컷 떠들었다. 그러다 헤어짐의 계기가 됐던 1961년 2월 어느 날, 초교 졸업식 날을 다함께 떠올려 보았다.

 

그때 머리칼이 희끗거리던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끝나고, 은사님들은 제자들의 앞날에 성공과 행운을 기원해 주었다.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한 <초교 졸업식 노래 >는 혼자서 흥얼거려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때 1절은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 행사에 참석한 4~5학년 후배들이 불러주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여/ 우리들은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1절이 끝나면 졸업생들이 후배들에 대한 답가로 2절을 불렀다.〈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그리고 3절은 선·후배가 다함께 합창을 한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이처럼 졸업식 노래를 부르고나면 비로소 헤어짐이 실감나 아쉽고 섭섭함에 졸업식장은 금세 울음바다가 되었다. 여학생들은 앞 저고리를 흠뻑 적셨다. 이제 망각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아름다웠던 초교시절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한 편의 시로 엮어보았다.

 

책보자기 동여 매고/ 산길 따라 오간 글 밭 / 눈빛 마주칠 때마다/ 늘 수줍음 탄 풀잎들/ 6년 내리 글동무였지/ 1961년 2월 어느 날/ 눈물바다 이룬 동심/ 씨앗처럼 흩어졌지/ 어느덧/ 잿빛 세월 휘감는/ 진한 그리움/ 44년만의 빛고을 재회/ 하얗게 핀 억새처럼/ 저마다/ 시린 바람에 흔들거리고/ 메마른 기억에서/ 금세 떠오른 이름 부르며/ 가슴 활짝 여는 친구들/ 잔마다 넘친 흥겨움에/ 헤어질 줄 모르고/ 우정의 향기에 흠뻑 젖었지/ 그리고/ 아침햇살처럼 환생하면/ 정겨운 모교에서/ 또다시 만나자는 다짐을/ 영혼 속에 새겨 넣었지/ 필자의 시 〈초교 졸업생〉전문 
 
   
박정필 시인은
현직 경찰이며 순수문학 예술세계로 등단. 경찰문예대전 시 부문 입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 협회 회원입니다. 2006년 12월시집 <갈꽃섬의 아침>과 수필집 <오늘밤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를 출판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졌습니다. 저서로는 시집 ‘숨죽여 뛰는 맥박’을 비롯하여 섬 안의 섬, 꽃과 생명, 세상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또한 부천타임즈제정 제1회 시민기자상(2007년1월10일)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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