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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2007년 04월 27일 (금) 00:00:00 유재근 시민기자 jku810@naver.com

부천타임즈: 유재근 시민기자
 
 4월 26일(목) 부천 복사골 문화센타에서 소설가 이기호(1972년생, 원주출신)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란 제하로 강연이 있었다. 이 씨는 문학가의라 수강하는 분들의 연령대가 어릴 줄 알고 왔는데 군데군데 자신의 부모님뻘 되는 분들도 많이 보인다며 다소 긴장이 된다며 강연을 시작하였다.

이기호 작가는 자신의 처가가 부천 춘의동이라 연애시절 지금의 아내와 주로 부천역과 춘의동을 오가면서 부천복사골문화센타에는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러 한번 들려본 기억만 있다면 이곳이 낯설지 않다고 하였다. 3년 전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내와 열애를 할 때 연봉이 겨우 6백만 원이었기에 가난한 연인으로 처음에는 아내에게 '니이체를 아는가?'라는 고상틱한 물음과 특유의 사색적 분위기로 당시 여대학생이었던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어 결혼에 이르게 되었으며 아내에게 결혼선물로 결혼 일주일전에 낸 책의 제목이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라고 한다.

자신은 1991년도에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전공으로 택하였는데 같은 전공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친구들은 많은 아픈 가족사를 가진데 반해 자신은 잘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밥먹는 걱정, 등록금내는 일등 전혀 문제없이 너무 평범하게 살았기에 심지어 친구들에게 미안한 감정까지 느꼈다고 한다.

소설은 논리적 산물로 사는 만큼 나오는 것인데 재능보다는 노력의 산물이고 자신은 비록 재능은 없지만 엉덩이가 무거워 노력은 가능하니 그를 위안삼아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하였다.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연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소설가가 될 자격이 없다면서 80년대는 리얼리즘의 소설로, 가령 자신의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다거나 남로당원이었다든지 또는 집안 내에 월북한 분이 있다거나 유신체제에 저항을 했거나 광주항쟁에 투쟁을 한 분이 있었다면 좋은 오브제가 될 수가 있었을 텐데 순수하게 농사일에만 매달린 부모덕에 소설의 문턱이 매우 높았다고 하였다.

좋은 오브제가 없어 군에서 제대 후에도 소설을 쓰지 않고 방황만 하고 있자 어느 아는 선생님께서 자신의 돈도 모두 빼앗아가면서 오직 컴퓨터 하나만을 남겨준 채 인가와는 1시간 정도나 떨어진 불암산 자락에 가두면서 1주일에 한번씩 오직 부식만을 주면서 1년간의 생활을 강제하였다고 한다.

한창 유흥을 즐길 27세의 나이에 모든 외부 세계와 차단이 된 채 아무와도 대화를 나눌 수없다보니 2 주후부터는 느티나무와도 이야기를 하게 되고 1달이 지나니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두번이나 슬리퍼와 추리닝바람으로 도망도 시도했었으나 결국 나중에 적응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가 있게 되면서 태생, 계급 등을 잊고 내면세계에 충실하게 되어 소설을 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매일같이 자기 자신을 속이고 그것이 진실인 양 느끼면서 그 안에서 상처를 받고 드러난 상처는 작은 상처로 쪼개져 그를 무시하면서 사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마이크 앞에서 강연을 할 기회도 많이 생겼고 그 전까지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주 좋은 줄로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이크의 반향음으로서 비로서 자신의 목소리가 그다지 좋지 못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한 두어 달이 지나자 한번은 한 할아버지가 자신이 사는 집을 지나가시기에 반가움으로 그를 쫓아가보니 그 위에 밭을 개간하고 계서서 무조건 말을 걸다보니 그분이 벙어리이셨던지라 실망을 많이 했었지만 입산 후 처음으로 해보는 말인지라 자신이 계속 말을 걸으니 그분 표정이 알아듣는 표정으로 느껴져 거기에서 위로를 받으며 소설을 쓸 용기를 내게 되었다고 한다. 고독한 순간들이 자신을 밑바닥에서의 눈높이로 낮추고 그것이 바로 소설을 쓰는 좋은 공부로 되었다고 하였다. 

서울로 나와서 취업적령기인 29세에 이르러 자신도 대학을 나왔으니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하여 회사에 이력서도 두어 번 제출해보았고 친구들은 펀드매니저로 잘 나가는데 자신만이 뒤쳐지는 것은 아닌가하여 소설가로 가느냐  직장인의 길을 택할 것인가로 기로에 섰었다고 한다.

취업을 하여서도 틈틈이 소설을 쓰면되지 하는 심정으로 직장에 이력서를 냈었지만 '아무리 일에 열심히 매달려도 그것이 밥이 되지를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취미일 뿐이다'라는 아버님의 리얼리즘에 부딪쳐  자신의 이력서를 가지고 갈질팡하였었다고 회고를 한다.

소설을 쓰는 것은 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정신이 문제임을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취직을 하게 되면 그 세계의 틀 안에 갇혀서 포로가 될 것이 우려되어 취업의 길을 포기하였다고 하였다.

자신의 친구 연봉이 수천만 원이었고 자신의 연봉은 비록 6백만 원으로 월 50만 원에 불과했었지만 자신이 생활하는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방세 15만 원, 식대 15만 원, 유흥비 15만 원이면 크게 부족할 것이 없었다면서 마포 공공도서실에 가서 공짜로 신문을 3시간정도 읽고 영상자료실에서 DVD나 책을 보면서 라면에 김밥이 1,700원이면 해결되고 그 나머지 시간으로 소설을 쓰면 자신의 하루는 매우 뿌듯하였다고 하였다. 

연봉 1억 받는 친구의 생활을 보니 매일 CNN이나 인터넷에 붙어살고 뉴욕증시를 밤새 체크하면서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신문을 끼고 살면서 일일이 법안통과까지도 신경을 써가며 8시에 출근하여 고객과 펀드이야기로 입씨름하다가 저녁 8시에 녹초가 되어 퇴근을 하는데 매일 다람쥐 채 바퀴 돌듯 피곤한 생활의 반복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운전면허가 없으니 차걱정을 안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되고 자판기 커피를 즐기면서 별이 쏟아지는 옥탑방에 살다 보니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갈 일도 없이 남과 비교할 일도 없다고 하였다.

자신을 회상해 보건데 친구 성현이엄마가 성현이에게 사준 단편집을 어머니도 자신에게 월부로 사다준 것이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 같으며 남과의 비교는 이미 고통의 길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이 없다. 소설을 쓰려면 타인을 보려하지 말고 자기 자신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복사골문화센타에 문학강의를 들으러 오는 많은 여인들이 소설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이 밖으로 나가면 바로 부동산아줌마들이 되어 버린다. 집에서 박완서의 소설을 직접 손으로 써보는 것도 처음엔 손이 아프고 곧 회의를 느끼지만 여러 편을 베끼다보면 문장 감각이 생겨난다. 피카소는 뎃생의 기본실력이 극대화 된 후에 비로소 추상의 세계로 들어 갈 수 있었다.

많은 작가들은 문장을 고전적으로 쓴 후 퇴고 시에 큰 소리로 읽어 본 후 잘못된 곳을 깨닫고 고치며 녹음 후에  호흡이 거친 부분을 고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절대로 눈으로만 읽으면 고칠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

시는 함축이고 소설은 허구이며 신문은 객관적 사실을 보고하는 형식이지만 소설은 그 중간중간마다 독자에게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라고 질문을 하는 장르이다. 물론 독자에 따라 대답이 백양백색임은 물론이다.

가령「이순신」은 역사 소설이지만 이 인물에 대하여 독자에게 '이 인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을 했습니까?' 또는 '전쟁 속에서 어떻게 처신을 했습니까?'를 묻게 해야 한다.

옛 소설은 '심청전', '흥부전' 등 모두가 인물의 선악구조가 뚜렷했지만 현대에는 선악이 복잡하면서도 다면적이라, 다시 말해 인간은 100% 선인도 100% 악인도 없음을 다루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 예술 등은 사회현상보다 한 단계 먼저 예견을 하고 글을 써야 하며 법은 사회현상보다 한단계 늦게 다시 말해 강간, 간통이 생기고난 후 한 단계 늦게 법이 만들어지지만  항시 앞을 내다보는 현자적 식견이 필요하다.

동남아등에서 드라마나 장동건등 한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는 우리의 문화가 그들보다 한 단계 빠르고 앞서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소설에서도 사회현상이나 법보다도 한 단계 늦은 것을 볼 수도 있는데 심오한 통찰을 요로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설은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을만한 것을 써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예전에 심청전이나 흥부전을 보면 필연에서 용왕이나 제비를 만나 우연으로 해결을 보이지만 현대 소설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필연으로 끝을 맺어야 한다. 갑돌이와 갑순이가 우연히 만났지만 결혼의 필연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도가 문학에 너무 몰두하다보면 그 틀 안에 갇히게 되고 오히려 문학의 테두리를 벗어나야 제대로 된 문학을 다룰 힘이 생긴다.

문장이 좋아지려면 소설책보다 시를 더 많이 읽어야 한다. 가끔 정치인들이 '그런 소설 같은 말이 어디 있나요?'라는 말을 하는데 이들은 소설을 모르기에 하는 소리이다. 소설 속에는 진실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동호수공원에 유채꽃이 활짝 피워 너무너무 기뻤다.'라면서 형용사나 부사로 매꾸려 하기 보다는 유채꽃의 꽃대나 꽃망울을 설명하면서 노란 정도 등을  독자가 감정으로 느끼게 해주어야만 한다.

글을 쓰는 순간에 있어서만큼은 작가는 오만방자하여야 한다. 기성작가 또는 유명작가에 주눅이 들어 버리면 작가로서 자신감이 결여 되어 좋은 글이 될 수가 없다. 또한 소설은 '너무 낯익은 것일지라도 낯설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소설의 힘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5월(5월 31일)에는 부천복사골문화센타에서 소설가 유덕희(1953년생 부산 동래출생)의 '사랑 또 한 잔'이란 제하로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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