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박형숙(xzone) 기자     

이 장관의 '본업'인 문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대통령과 언론분야 대담에 밀려 인터뷰 시간이 충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 대목에서 말이 길어졌다. 대담자가 말을 자르려하자 "나도 대통령을 닮아서 짧게 안되네(웃음)"하며 질문 하나하나에 역점을 뒀다.

인터뷰는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덕수궁터 미 대사관 신축문제, 김운용 IOC 부위원장 비리의혹 등 부처내 현안과 올해 문광부의 정책비전에 관해 질의응답이 오갔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 지난 해 문광부 산하 기관들의 소위 '코드' 인사로 말이 많았다. 예전에 비해 진보인사가 상당수 진출한 것은 사실인 것 같은데 내용적으로 성과가 있었나.
"일부언론에서 코드인사라고 비판하고, 문화권력이 이동했다고 썼지만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인사의 원칙은 공정성, 합리성, 투명성에 의해 이뤄졌다. 그 원칙을 얼마나 지켰느냐를 따져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왜 출신과 색깔이 언급되나.

지금 현장에서 뛰는 예술인들에게 예총, 민예총의 구분은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문화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지극히 비문화적이다. 문화권력은 개인이 창조력을 가질 때 가능하다. 조용필도 있고 나도 감독이라면 있을 수 있다. 요전에 김수현씨가 방송연예상에 대해 비평을 하니까 문화권력을 행사한다고 하는데 그건 그럴 수 있다. 작가로서 그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하지만 많은 변화들이 문화예술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예진흥원이 문화예술진흥위원회로 바뀌고 있는데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성격변화를 스스로 해가고 있다. 말이 쉽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자기 자리를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 덕수궁터 미 대사관·아파트 신축문제에 대한 문광부 입장은 문화재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안이 어떻게 결론날 것으로 전망하나.
"전망하는 것 자체가 (문화재위원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적절치 않다. 여기엔 두가지의 가치가 있다. 문화재 보호와 민족의 정통성을 살리는 것이 그 하나이며, 다른 한편에는 미 대사관과 정부간의 약속이라는 외교상의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어느 하나의 선택의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승패의 차원에서 주어지면 결정이 왜곡된다. 한쪽을 취하고 다른 쪽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양자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합의해 가야 한다. 그간 문화재청장이 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거스른 적이 없다고 알고 있다."

- 올 1월 1일로 4차 일본대중문화 개방이 이뤄졌다. 그간의 개방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긍정적으로 본다. 우리 문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개방의 속도는 더 빨라야 한다. 일본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개방조치라는 게 있었지만 문화를 인위적으로 막고 푸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앞으로 남은 5차 개방을 마지막으로 끝내야 한다.

한일 문화개방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조정되거나 중단되어선 안 된다. 일본에 근래 몇년 사이 우리문화가 상당히 확산되고 있고 일본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대중문화개방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

- 공교롭게도 4차 문화개방이 이뤄지는 날, 일본 총리가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봉안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우리의 호의에 대해 친구로서의 예의가 아니지 않은가.
"일본 총리가 정치적 동기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는지 몰라도 일본의 침묵하는 다수가 그 행위에 동의한다고 보지 않는다. 공산권 몰락 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성의 축이 없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사회의 우경화가 유별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외교부의 입장도 그렇지만 (일본측이) 사과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일로 4차 문화개방을 취소한다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신사참배라는 정치적 행위가 더 큰 의미를 갖지 않도록 양국 국민은 의연하게 가야 한다. 정치적 동기에 의한 발언과 행위는 반응을 크게 하면 할수록 힘이 커진다."

- 김운용 IOC 부위원장이 비리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한국의 스포츠를 국제무대에 널린 알린 공로 등이 크긴 하나 그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국스포츠계의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체육계도 새로운 세대에 의해 거듭나야 한다. 그중 가장 큰 화두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유기적 통합문제다. 체육계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생활체육의 터전 위에서 아마추어 체육이 이뤄지고, 그 토대 위에서 엘리트 체육이 서야 한다.

한국생활체육협의회, 대한체육회 등과 체육계의 구조개편 논의를 많이 해왔는데 점차 통합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 내부에서도 이 점에 동의를 하고 있다. 이제 체육계가 정치로부터 독립해 순수체육인에게 돌려져야 한다. 체육계의 문제는 정치로부터 비롯된 게 많다. 김운용씨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인터넷상에서 선거에 대해 의견을 올릴 때 전자서명에 의한 실명확인을 거치도록 법제정을 추진하려하자 이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장관 생각은 어떤가.
"인터넷문화의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인터넷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편하고 쉽게 접근하자는 취지가 핵심인데 이는 아날로그시대로 돌아가자는 발상이다. 인터넷 문화의 폐해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익명성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참여가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책임성이나 부작용의 문제는 그 토대 위에서 보완하면 된다."

- 부처 책임자인 장관에게는 공평무사한 일처리, 비전 제시 등 여러가지 덕목이 기본적으로 필요하겠지만 문화부장관에게 특별히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
"문화적 가치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구현해 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문화적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문화의 변화가 모든 분야, 심지어 경제도 이끌어 가고있다.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뒤쳐진다. 문화적 가치에 대한 강한 신념과 이것을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메시지 던져야 한다."

- 올 한해 문화정책의 기조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지난해는 터잡이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실천할 때다. 아직도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예산확보 등 수순이 있겠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우선 몇 가용할 계획이다. 가령 주5일 근무제 실시로 국민생활의 큰 틀이 바뀌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 것이다.

다음은 문화산업 분야인데 그 바탕을 전통문화와 순수예술에 둘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류'도 일시적인 현상이 되고 말 수도 있다. 유사이래 처음으로 우리의 문화가 아시아권으로 전파되고 있는데 이런 문화산업의 위세를 순수예술의 바탕 위에서 더욱 심화시켜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