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박형숙(xzone) 기자     
 
이창동 장관과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관련 얘기만으로도 당초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을 넘겨버렸다. 시간 때문에 초조해 하는 <오마이뉴스> 취재진에게 이 장관은 "다음 일정은 상가 조문이라 좀 늦어도 된다"며 "시간 구애받지 말고 할 말은 다 하자"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물 한잔 먹고 하자"며 "좀 숨 쉴만한 질문도 해달라(웃음)"고 먼저 운을 뗐다. 인터뷰 2부에서는 언론 주무장관으로서 언론 문제를 주로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 영화감독 시절 만들었던 영화(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보면 공통적으로 잔치의 끝은 '깽판'이었다. 화려한 어울림 이면에 어떤 불편함이 베어있어 보이는데 장관이 된 후는 어떤가. 참석하는 행사도 많을텐데.
"불필요한 행사를 많이 줄이긴 했는데도 아직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어색하다. 내용이 없는 행사가 꽤 있다. 하지만 장관이 참석하지 않으면 그 분야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민원성' 행사에도 가야되는 경우가 많다."

- 장관이 된 후 영화는 몇 편이나 봤나.
"극장에서 한 서너 개 봤다. 혼자 가서 보기도 하고."

- "대통령은 '안티조선', 영부인은 <조선> 애독자"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 장관은 어떤가.
"나를 '안티조선'이라고 하는데 안티조선은 아니다. 장관이 되기 전에 안티조선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긴 했다. 지금은 신문을 꼼꼼하게 읽을 형편이 안된다. 모든 신문을 가리지 않고 나와 우리부와 관련한 기사를 '의무적으로' 읽는다."

- '안티조선'이 아니라고 해서 '친조선'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 꼭 참여정부에 비판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이후 2~3년간 언론개혁이 뜨거운 화두였다. 새정부 들어 이같은 움직임이 다소 주춤한 상태이나, 새정부도 별달리 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관점을 바꿔야 한다. 참여정부의 (언론)개혁의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보수언론, 즉 참여정부가 언론의 기득권층에 서 있다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점에 편견이 작용했다고 본다. 정부는 언론개혁을 할 수 없다. 언론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나를 언론 주무장관이라고 하지만 주무장관이라는 개념도 되돌아 볼 때가 되었다."

- 정부 부처 가운데 문광부가 언론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부서가 아닌가.
"그 점에서라면 맞다. 문광부 내 문화산업국이 있고 그 안에 출판신문과가 있는데 정기간행물 등록을 담당한다. 또 방송은 방송광고과에서 방송영상산업정책을 다룬다. 이러한 법적 토대에 한해 문광부가 있을 뿐 나머지는 신문사나 방송사 자율권에 속해 있다. 언론개혁은 공공성과 도덕성을 포괄한 대단히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런 관점에선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 그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 이상 해달라고 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 법적 권한 이상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실제로 있고 또 건전언론 육성이나 불합리 시정 등 할 게 왜 없나. 가령 자전거 경품 등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 사례들이 여전히 있지 않나.
"쉽지는 않지만 의지를 가지고는 있다. 가령 공동배달제나 신문고시를 지키는 문제, 지방언론육성 등 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할 것이다. 또 언론사가 스스로 하는 개혁에 대해 지원할 것이다. 그런 의지를 수없이 밝혀 왔지만 그런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또한 언론사 주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기는 힘들다.

정부조직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선풍기 돌리고 자전거 돌리는 것을 일일이 다 포착할 순 없다. 이 일을 담당하는 정부내 공무원이 10명 정도 밖에 안된다. 이 인원으로 신문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어떻게 다 책임지나. 언론사나 민간단체가 손발이 되어야 하고 또 사회적으로 활발한 토론과 합의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 언론사 자율개혁을 말하는 건데, 유감스럽게도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독자가 나서야 한다지만 그 역시 백년하청이다. 정부가 사회개혁 차원에서 촉매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언론이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버림받을 것이다. 이미 일부 언론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시작되었고, 이는 언론시장 전체의 공멸로 갈 수 있다. 벌써 신문시장이 많이 위축되지 않았나. 참여정부에 호의적이냐 적대적이냐를 떠나 국가사회 전체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느냐를 자문해 봐야 한다. 스스로 갱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생명계의 진리다.

정부입장에서 언론사는 육성되어야 한다. 물론 모든 언론사가 육성의 대상은 아니다. 지방언론은 중앙언론에 비해 심하게 위축되어 있다. 이 문제는 삶의 실존과 관련된 문제다. 지방 사람들은 늘 중앙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어느 언론을 살리고 죽이고를 판단할 수는 없다.

이 모두는 결국 독자가 바꿔야 한다고 본다. 물론 지금 신문시장 상황에서 독자가 옥석을 가려낼 조건이 되어있지 않다는 데는 공감한다. 시장질서 위에서 독자의 판단을 축으로 신문사간 경쟁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벼'와 '피'가 구분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