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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의 엘레지
2007년 04월 18일 (수) 00:00:00 박정필 시민기자 daum nogo0424

부천타임즈:박정필 시민기자

지난 3월 15일 여명 무렵,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잠을 깼다. 비명소리는 앞집에서 나는 소리였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달려가 보니 아줌마는 피를 흘린 채 엎드려 신음하고 있었고,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는 입가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한 눈에 끔찍한 가정폭력 사건임을 직감하고 가슴이 철렁했다. 급한 김에 119에 연락해 사건을 수습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건의 전말은 대충 이렇다.

   
남편 K(42)씨는 H중공업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퇴직하고 6개월 가까이 집에서 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아내 L(38)씨가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온갖 허드렛일을 하여 초등 4·6학년인 남매와 남편의 생계를 꾸러갔다.

사건이 발생한 그날 아내는 정성껏 차린 저녁 밥상을 앞에 놓고 남편에게 어려운 삶의 고통을 하소연하면서 힘들겠지만 일거리를 찾아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런데 뜻밖에 남편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그리곤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며 심한 갈등 끝에 자살을 작심하고 울다 잠든 아내의 등에 부엌칼을 내리 꽂았단다.

아내는 비몽사몽간에 "사람 살려라"는 외마디를 남기고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급히 후송돼 겨우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남편은 범행 즉시 독극물을 마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주위 사람들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며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새삼 남남이 만나 부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들도 결혼 전에는, 적어도 결혼 초까지는 서로 사랑하며 목숨까지도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살다보면 처음의 그런 마음은 어디로 가버리고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정도로 미워하게 되는 걸까!

기본적으로 부부 간에도 제각기 인생관과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 바탕에서 서로 아끼고 위로하며 동반자로서 살아야 한다고 본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 고집하고 관철하려는 것은 위험한 독선이다. 대부분 이해와 양보가 부족한 사람이 가정의 행복을 만들 줄 모른다. 앞에서 보듯 아내가 가정을 위해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했지만 남편은 대안은커녕 열심히 살려고 하는 아내를 상해하고 자신은 비극적 결말을 선택하고 말았다.

우리 옛 속담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이 있다. 즉 칼로 물을 베어도 잘리지 않고 흔적조차 남지 않듯이 부부 간의 다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곧 화합한다는 것이다. 과거 한때 경찰은 가정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사랑싸움으로 가볍게 여겼고, 사생활침해라는 이유로 관여를 꺼려했으며, 형사처벌을 원해도 난감해 했다. 사실상 야만적인 가정폭력 주범은 남편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이 이혼을 부추겨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1997년 약칭"가정폭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여성들을 보호하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흔히들 "부부는 전! 생에 원수끼리 만난다"느니 또는 "잘 만나면 인연이고, 못 만나면 악연이다 "고 말한다. 농경사회속 어머니께서는 딸들을 시집 보내면서 "남편을 잘 섬기고 그 집안의 귀신이 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또 부부일체니 부부일심이니, “아내의 고민이 남편의 고민이다” 등 세간엔 부부를 위한 지혜로운 말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이혼을 금기시하는 전통적인 풍습에 따라 여성들은 모진 고난을 이겨내면서 살아야 했다. 만일 이혼하면 그 자체가 허물이고 가문에 불명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부관계의 인식도 변했고, 사회제도도 달라졌다. 특히 여성권리 신장으로 인해 남녀평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만일 구태의연한 고정관념으로 아내에게 모독적인 언사를 뱉거나 가벼운 손찌검을 하여도 이혼소송을 당하게 된다. 누구나 개인주의가 발달하여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를 소망한다.

또한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부부끼리 잘 싸운 가정의 자녀들은 인격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쳐, 그들이 성장하면 반항적이고 쉽게 범죄에 빠져든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싸움은 온갖 불행의 근원이다"는 인식을 깊이 해야한다. 누구에게나 기쁨과 성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좌절과 실패도 있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부부간 행복의 비결은 고차적인 행동논리가 아니라 누구든지 가능한 여반장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즉 ‘부드러운 대화와 정감이 넘친 애정표현’이다. 부부는 늘 애정이 식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박정필 시인은
현직 경찰이며 순수문학 예술세계로 등단. 경찰문예대전 시 부문 입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 협회 회원입니다. 2006년 12월시집 <갈꽃섬의 아침>과 수필집 <오늘밤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를 출판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졌습니다. 저서로는 시집 ‘숨죽여 뛰는 맥박’을 비롯하여 섬 안의 섬, 꽃과 생명, 세상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또한 부천타임즈제정 제1회 시민기자상(2007년1월10일)을 수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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