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 대담 및 정리: 정운현 박형숙 기자
- 사진: 남소연 기자
- 동영상 : 김호중 기자

▲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5일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장관은 참여정부 1년에 대해 "잘 했다고 자부하긴 어렵다, 국민이 크게 신뢰하고 있지 못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모든 갈등조정자로 대통령이 과도하게 조명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한 해 논란이 돼온 노 대통령의 화법에 대해 이 장관은 "대통령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고 단언하면서도 "다만 전략적으로는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소위 이 장관이 노 대통령과의 '코드'가 맞는 각료로 꼽히는 것에 대해서는 "코드란 '배제의 개념'이 담긴 비하된 표현"이라며 "노무현 개인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국민적 요구를 어떻게 실현해 낼 것인가가 각료의 역할"이라고 못박았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서는 "공공성과 도덕성의 의미를 포괄하고 있는 언론개혁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진단하고 "다만 법적 테두리 내에서 정부가 언론의 발전을 위해 지원할 의지는 강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올 한해 국정운영과 관련, 총선이 가진 변수에 대해서는 "누가 제1당이 되든 지역감정으로 점철된 과거의 정치구도는 깨질 것"이라며 "국가발전을 위해 정부에 협조할 것은 하는 대화가 가능한 상대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어 이 장관은 특히 "노 대통령은 지금 자신의 허물(측근비리)을 안고 정치적 생명을 건채 오체투지하듯 정치개혁을 하고 있다"며 "개혁의 대상에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총선출마설에 대해서는 "총선결과가 국가 사회발전에 결정적인 변화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모두 총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간접적인 제안을 더러 받았지만 그쪽은 공기도 싫다"며 출마설을 일축했다.

▲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밖에도 문화정책 현안과 관련, 이 장관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5차 개방을 마지막으로 일본문화는 전면 개방되어야 한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 한일 문화교류를 재고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격식 없이 스피디하게'가 평소 인터뷰 모토인 이 장관과의 인터뷰는 대단히 '자유분방'하게 이뤄졌다. 세종로 문광부장관 집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 장관은 노타이로 회의 테이블 '손님석'에 앉았고, 반면 넥타이에 정장차림을 한 <오마이뉴스> 정운현 편집국장은 '호스트석'에 앉아 취재원과 기자가 뒤바뀐 듯한 착각을 주었다. 이 장관은 자세 역시 시종일관 '삐딱해' 사진기자를 애먹였다.

애초 인터뷰로 예정된 시간은 5일 오후 3시부터 1시간30분 정도였다. 하지만 "내용이 부족하면 내가 불안하다"는 예의 '예술가'다운 완벽주의로 인해 인터뷰 시간은 3시간으로 늘어났고, "과거 얘기에 너무 치중한 것 같다"며 이 장관이 추가 인터뷰를 요청하는 바람에 다음날 석식을 겸한 짧은 인터뷰가 추가로 이어졌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참여정부 1년 "잘했다고 볼 수 없다"

- 새해를 맞았다. 개인적인 감회가 있다면?
"내 인생은 비교적 변화가 많았던 편인데도 작년처럼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없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책임과 도전을 겪었다. 버거웠다. 개인적인 감회는 느낄 틈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한 해를 어떻게 보내나 하는 걱정이 더 많다."

- 문화부 장관으로서 지난 10개월은 성공적이었나. 굳이 점수로 매겨본다면?
"점수라는 건 좀 우습다. 한 두 개 특별한 난제를 안고 있는 부처는 다른 일을 못한다. 또 일을 해도 성과가 안 보인다. 강한 변화를 걸면 소용돌이가 치고, 그 점이 두려워 조용히 가는게 잘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공직자들의 경험과 도전은 결과를 쉽게 손에 쥘 수 없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나는 그 과정을 충실히 밟으려고 노력했다. 굳이 점수를 매긴다면 61점. 60점 이하면 F학점인데 낙제는 면하지 않았나?(웃음)"

- 타 부처에 비해 문광부는 상대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없었다. 그런데도 왜 이 장관은 걸어다니는 '뉴스메이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언론의 관심을 끌었나.
"뉴스메이커라는 딱지는 과장이다. 하지만 굳이 이유를 들자면, (영화감독 출신이라)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그런 인물이 장관이 되었으니 특이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언론에) '공격거리'를 자주 제공하는 장관으로 볼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달가운 평은 아니다.

직원들도 기자를 만난다고 하면 걱정부터 한다. 꼬투리 잡힌다고 가능한 한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그러면 숨만 쉴까 했더니 숨도 쉬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조심하게 된다. 꼬투리 잡히지 말아야겠다는 뜻이 아니라 공직자가 필요 이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은 좋지 않다. 제일 좋은 평가는 조용하지만 뭔가 일하고 있다는 평가라고 생각한다."

▲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대통령과 소위 '코드'가 맞는 각료로 분류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고 보는데.
"대통령도 '코드'라는 말은 싫어한다. '코드'는 몰이해, 편견이 반영된 말로서 '끼리끼리'라는, 소위 '배제의 개념'이다. 참여정부가 한 일 모두를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는 없어도 동의받을 부분도 있다. 그런데 코드는 전면적인 배제를 전제로 한다.

장관 중에 누구는 (대통령과) 맞고 누구는 안맞고 식으로 분류할 수 없다. 장관은 '노무현' 개인이 아닌 '노무현 대통령'으로 상징화된 정치문화를 봐야 한다. 국민의 요구로 탄생한 이 정부의 정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정책과 일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 각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코드'라는말은 '끼리끼리' 뉘앙스의 비하된 표현

- 지난 해는 국론분열이라 할 정도로 노동자 분신, 파병, 부안사태, 네이스 등을 두고 논란이 심했다. 현정부는 국민참여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참여정부다운 모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참여정부의 지난 1년의 정체성을 뭐라 표현하겠나.
"과거정권을 바라보던 시각으로 판단하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자율·분권·참여라는 현정부의 목표는 과거정권과 다른 가치다. 이 '질적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가 참여정부가 할 일이다.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혼란과 충돌이 적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소용돌이로 인해 밑바닥의 부유물들이 일어 지저분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크게 보면 물길은 바뀌었다. 변화의 내용이 강할수록 저항은 클 수밖에 없다."

- 참여정부 출범 이후 한-미간에 동맹관계는 중시하되 굴욕적이지 않은 외교, 여론을 수렴한 외교를 펼칠 것이라 국민적 기대가 컸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의 발언이나 이라크 파병안 처리 등에 대해 실망스런 목소리도 많다.
"파병을 반대라는 논리에서 보자면 그럴 수 있다. 우리사회는 찬반이 너무 분명한 게 문제다. 이분법적이다. 때문에 누구도 만족을 못한다. 파병 반대론자들은 정부의 처사에 대해 굴종적이라고 비판하고, 반면 찬성론자들은 왜 미국이 만족할 정도로 속 시원하게 응하지 못하냐고 불만이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의사수렴, 자주와 동맹관계의 균형, 국익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등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 일시적으론 치우쳤다고 볼 수 있고 그래서 국민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런 고려 없이 결정했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노 대통령의) 살아온 이력을 봐라. 그런 고민은 당연히 하게 돼 있다."

- 각료의 한 사람으로서 노무현 정부의 1년을 어찌 평가하나. 잘했다고 보나?
"잘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 국민이 크게 신뢰하고 있지 못하다. 굳이 여론조사 결과를 들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다. 그런 불신은 참여정부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어떤 일을 했는지 국민이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여정부 1년.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새해는 어쨌든 노무현 정부도 '뭔가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는 국민적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혹자는 노대통령의 '분신'이라고도 하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새해 시무식 첫날(5일) 만났다. 참여정부의 1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밝히는 첫 각료 인터뷰라는 점에서 이 장관도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는 듯 보였다.

이 장관의 역질문 "인터뷰 1시간 넘었는데 죄다 대통령 이야기, 문제 아닌가?"

인터뷰가 시작된지 1시간30여분. 이창동 장관은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해 '도발적인' 질문을 역으로 던졌다.

"이걸 한번 생각해 보자. 인터뷰 시작하고 1시간이 넘었는데 대부분 대통령에 관한 얘기다. 원로회의든, 전문가집단이든, 사회발전 각 분야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죄다 대통령 얘기만 하고 있다. 이거 문제 아닌가? 대통령의 의미가 작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대통령에 집중되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나라는 엄연한 삼권분립 국가다. 입법, 사법, 행정에 각각의 기능과 역할이 주어져 있다. 또 사회 각 분야에 그 기능이 나뉘어져 있다. 이해집단간의 갈등을 대통령이 꼭 나서서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회가 있지 않나. 행정부의 갈등조정 기능은 매우 약하다. 모든 걸 대통령으로 집중시키면 어떤 대통령이든 실패할 수밖에 없다. 또 언론 탓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풍토가 대통령의 소위 '말버릇'을 키웠다."

이 대목에서 이 장관은 '뜨거웠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라며 "자, 그만 됐습니다"라고 답변을 자르려는 대담자를 물리치고 "조금만 더 하겠다"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선국면이다. 새정부 출범 1년이 지났지만 대선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대통령 흔들기'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부 집단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 새해이자 집권 2년째다. 이제 참여정부도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참여정부의 체질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한 해라고 본다. 우선 정치적으로 대통령은 자신의 허물(측근비리 등)에 대해 재신임을 걸만큼 오체투지하듯 정치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나는 개혁의 주체고 너는 개혁의 대상이다'라는 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며 함께 하는 개혁을 하고 있다.

경제문제는 분배냐 성장이냐라는 이분법보다 시장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항목이다. 또 무엇보다도 전반적인 사회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토론을 중시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사회적 체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준비가 안된 것 같다. 어떤 집단이든 상대를 소통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기 목소리만 내고 있지 상대를 대화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사회갈등의 기본 요인이다. 상대를 인정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적 합의도 가능해 진다."

"총선은 중요한 분기점, 모두 '총동원'되어야 할 때... 하지만 출마의사는 없다"

▲ ⓒ 오마이뉴스 남소연

- 4월 총선이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총선 결과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총선 결과는 지역감정으로 점철된 지금까지의 정치구도를 크게 바꿀 것이다. 지역감정은 이성을 무디게 하고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으로서 정치의 본질을 훼손시켰다. 국가발전의 발목을 붙잡은 불필요한 정쟁은 해소되지 않을까 낙관적인 전망을 해본다. 누가 제1당이 되었든 국가발전을 위해 정부와 협조할 것은 하는, 대화가 가능한 상대가 될 것이다."

- 그간 지겹도록 4월 총선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텐데.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미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도 거듭 밝힌다. 4월 총선의 결과는 국가 사회발전에 결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모두 총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렇다 해도 쓸 수 있는 카드가 있고 쓸 수 없는 게 있다. 출마는 정치인으로 일 할 각오가 되어 있을 때 가능한 얘기인데 난 그게 없다. 나같은 허깨비가 나가 봤자…(웃음)."

-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은 받아본 적 있나.
"간접적으로 많이 받았다. 하지만 거두절미하기 위해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쪽(정치권)은 공기도 싫다'는 식으로 심하게 대답한다. 그런데 저 사람은 안 나갈 사람이라는 걸 딱 보면 모르나?(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