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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퇴출 잘못하면‘인격 살인’
2007년 03월 27일 (화) 00:00:00 박정필 시민기자 daum nogo0424

박정필(시인)

전국 자치단체에서 ‘무능 불성실’ 공무원을 퇴출시키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바싹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각에선 내년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인사개혁의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나돌고 있다.

지난 1975년인가. 정부는 부정부패를 발본한다는 명분으로 서정쇄신을 단행하여 썰렁한 공직사회를 만들었다. 그 당시 비위 공무원이 퇴출대상이었기에 반발과 논란이 거세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1980년 6월 대규모 숙청으로  수많은 공무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가족과 함께 피눈물을 흘리면서 고통스런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 후 8년쯤 지나서 당시의 숙청작업이 적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시 복직을 시켰고, 이미 정년이 넘은 사람에게는 피해보상을 해 주었다.

이렇듯 공무원의 퇴출에 있어서 선정기준의 객관성 부족과 절차적 하자 등 과오와 오류가 있다면 그 책임은 의당 인사권이 있는 단체장이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문제에  대해선 누가 책임을 졌는지 아리송하다. 분명한 건 현직에 있던 단체장은 이미 임기가 끝난 터라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다수의 공무원들은 소수로 인해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에 불쾌감을 느낀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문했기에 높은 자존심과 명예를 갖고 생애의 직장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 대해 ‘무능 불성실’로 낙인찍어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은 마치 과거의 독재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실상 인권이 신장된 오늘날에도 자유민주사회에서 비민주성을 띤 인사혁신을 내세워 퇴출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낯선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나이 들면 업무 능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진대 이를 문제 삼아 ‘무능 불성실’로 치부해 버린다는 것은 왠지 비정한 느낌마저 든다.

얼마 전 퇴출대상자 명단을 작성한 서울시의 경우 3%를 걸러내기 위해 97%가 잔뜩 겁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 가운데 특히 퇴출명단에 오른 A씨는 34년 동안 묵묵히 근무해 온 공로로 정년을 앞두고 7월부터 공로연수를 떠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살생부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알고 억울해 분통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성실하게 근무한 자가 인정을 못 받고, 반면 말재주나 부리고 아첨과 아부를 한 자가 신임을 받게 된다면 그 조직은 필연코 병이 들 것이다. “퇴출후보 3%에 대한 벌주기보다 나머지 97%의 업무수행능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충북대 강형기 교수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직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부적격자 20명이 선정됐다고 한다. 과연 이런 방법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게다가 그들을 일정기간 청소나 쓰레기 투기 감시 등 생활현장에 투입시킨다는 자체도 치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수치심을 주어 버릇을 고쳐보겠다는 취지는 비인간적인 미봉책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한시적인 선출권력의 횡포로 비쳐지면 곤란하다. 공조직을 이해와 포용으로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박수를 받을 것이다. 이처럼 기강을 잡겠다고 퇴출만이 만병통치약처럼 집착한다면 오해와 비난을 비켜가지 못할 것이다.

최근 벌어진 ‘무능 불성실’ 공무원 퇴출제가 자치단체장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줄 세우기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노조에선 “조직 장악이나 부하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물론 공직사회에 채찍도 필요하지만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서야 되겠는가. ‘무능 불성실’ 공무원 퇴출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해당 공무원에 대한 ‘인격 살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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