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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근 시민기자] "나는 황소고집일까"
2007년 03월 22일 (목) 00:00:00 유재근 시민기자 jku810@naver.com

나는 살면서 주위 몇몇 사람들한테 '황소 고집'이란 소리를 가끔 듣고 지낸다.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때로는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 하면 그것이 때로 나의 생활신조나 철학과도 상충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젊어서 이야기인데 가령 '내일 시간이 되면 지나는 길에 ○○교회 앞에서 12시쯤 잠깐 얼굴이나 한번 볼까?'라고 하면서 매일 같이 보는 친구와 우정 약속이 되었었다면 특별한 일이 있어서 만나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번 얼굴이나 볼 수 있으면 보자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 다음 날 공교롭게도 비가 억수 같이 퍼붓는 것이었다.

물론 내 친구는 그리 긴요한 약속이 아니었기에 약속 장소에 나오지를 않았고 나는 친구와 구태여 지키지 않아도 될 가벼운 약속이었을망정 나는 우산을 받쳐 들고서 12시 5분전까지 약속 장소에 출두하였다가 그 곳에서 약 15분가량을 기다린 다음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내 전형적인 생활 스타일이다.

지금이야 휴대폰이 있으니까 나올 것인지 아닌지를 직접 확인을 해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청색, 백색전화 운운하던 시절인지라 거리에는 공중전화도 많지 않던 시절이고 보니 단지 나는 내 지킬 도리만을 하고 그리고는 그 친구에게는 일체 나무라지를 않는다.

나도 그 친구가 중요한 약속이 아닌지라 안 올 것을 뻔히 알고도 나간 것이었고 민주사회이건 공산사회이건 사회란 것은 밀톤의 사회계약론에 의해 상호간의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누구와 약속을 하면 5분이나 10분 정도를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것을 생활 신조로 하고 있으며  소싯적에는 돈이 없어 술값을 외상져도 항시 외상값을 갚겠다고 한 날짜보다는 항시 2, 3일 전에 먼저 갚곤 하였다. 그래서 술집 마담들이 나에게 술을 외상으로 파는 것은 현금과 마찬가지였기에 나에게 술을 외상으로 주지 못해서 안달을 했었다.

이적 외상술을 마시면서 한번도 술값을 떼어 먹은 적이 없었는데 약 20 년전에 공교롭게도 한번 불가피(?)하게 술값을 떼먹은 적이 있었다. 부천 중앙극장 앞에서 외상술을 마시고 약속한 날짜보다 2, 3일 먼저 외상 술값을 갚으려고 그 술집에 들렀더니 그 술집이 부천 춘의동 근방으로 이사를 해버렸다는 것이었다.

물론 춘의동 근방에 가서 술집을 모두 뒤진다면 그 술집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직장 다니며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고 하여 아예 외상 술값 지불을 단념해버린 적이 있었다. 당시 외상 술값이 3만 원 정도나 되었었는데 아마 그 술집 주인도 나한테 술값을 못 받아 억울한 심정이었겠으나 나도 양심 한편에 먹물이 칠해진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또 한번은 가끔 들리던 근교 다방에서 다방 아가씨에게 차를 사주며 담소를 나누다가 나이 지긋한 다방 아가씨와 부가세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다르기에 그 자리에서 옛직장 경리를 맡았던 지인에게 직접 전화로 문의를 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이 다방 아가씨가 내 차를 얻어 마시면서도 내게 화를 벌컥 내는 것이었다. 화를 내는 이유는 자신이 그 전에 경리 일을 보았다고 하였는데도 자신을 의심하여 확인 전화를 한다면서 불쾌감을 들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아가씨를 의심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고 단지 내가 지금껏 알고 있는 지식과 다르기에 당장 확인하여 그 것을 내 지식으로 만들려는 행위일 뿐이었다. 물론 나중에 집에 돌아온 후에 인터넷으로 확인을 해보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실기를 하게 되면 그 의문점이 그냥 묻혀 버리는 수가 다반사이기에 즉시 확인을 하는 것뿐이었는데도 그 아가씨는 내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었던 것이었다.

물론 이런 내 행동을 그 아가씨가 나중에 이해를 하고서 내게 용서를 구해 왔었지만 그 녀를 탓할 수만도 없었고 그 녀는 내 행위를 거의 결벽증 수준으로 느끼면서 화를 냈던 모양이었다.

내가 평상시 8자 걸음을 걷고 밥을 먹을 때에 허겁지겁 먹는 바람에 밥 씹는 불쾌한 소리를 낸다면서 아내는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여 당장 고치라고 성화를 대곤 한다. 하지만 내가 일 없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하면 아내는 내게 저렇게 고집을 세운다고 나를 몰아세운다.

하지만 내가 나이 60에 8자 걸음을 고쳐서 8자를 고칠 것도 아니고 또한 밥을 먹는 것을 나는 예절로 보기 보다는 다음 일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데도 이를 가지고도 아내와 적잖은 감정 대립을 보이곤 한다.

아내는 나에게 점잖게 식사하는 버릇으로 고치라는 주문이었고 나는 60년 평생 살아오면서 굳은 생활 습관으로 이제는 소신과 철학으로 굳어진 것인데도 이를 뜯어 고치라는 말에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영위하고 있는 지금의 나의 생활 습관은 살아오면서 내 생활 철학과 신조가 융해되어 화석처럼 굳어진 것을 아내가 굳이 고치라는 잔소리(?)에 내가 거부를 하게 되면 아내는 나보고 고집이 세다면서 몰아 부치는 것이었다.

그럴라 치면 나는 아내에게 이리 말을 해준다. "이젠 제발 그냥 내비(냅) 두세요! 오히려 나쁜 습관 고치려다가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게 되면 자신의 명까지 단축시키는 수가 있어요!" 라고 말이다. 하기야 갑자기 안하던 짓 하면서 마음이 돌변해서 죽는 사람도 주위에서 여럿 보아온 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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