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근 시민기자
 
오늘(14일)은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많이 차졌네요. 허기야 내일은 영하 6도로 내려간다더니 더 추워질 듯싶습니다. 그저께 가스렌지를 아파트 단지내 쓰레기 통 주변에 밖에 내놓고 동사무소에 폐기물 표딱지를 사러 간 불과 10분 사이에 아파트로 돌아와 보니 버린 가스렌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네요.

이 가스렌지는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약 2년 전에 내다버린 것을 아내가 주어 와서 우리 집에서 약 1년 6개월간 요긴하게 사용을 했다가 약 6개월 전쯤에 아내가 가스렌지를 전기렌지로 바꾸면서 혹시나 가스렌지를 여분으로 더 쓸 경우를 대비하여 깨끗이 닦아서 잘 보관을 하고 있었는데 구정 설도 다가오고 공연히 장소만 차지하는 것 같아 과감하게 버리기로 마음을 먹은 거였습니다.

어쨌든 이 가스렌지가 한 이틀을 기다려 봐도 다시 나오지를 않는 것을 보아서 아마도 남의 집에 시집을 가서 어느 집 부엌에 떡하니 한 자리 차지하고 마지막 남은 소임을 다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기왕지사 가스렌지를 버릴 바에는 가스렌지 밑에 커다란 전지라도 빼놓고 버릴 것을 하는 후회도 치밀어 왔으나 그냥 버렸었고 어째든 폐기물 닦지를 한 이틀 붙들고 있었는데 소식이 없던 지라 폐기물 딱지를 동사무소에 반납하고 환불 받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동사무소로 폐기물 딱지를 환불 받으러 길에 인도로 옆 아파트 단지 정문을 걸어가는 참이었습니다. 물론 날씨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오리털 잠바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타이탄 차가 나를 치받는 바람에 나는 벌렁 아스팔트 바닥에 자빠질 수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쓰러지기는 하였지만 머리까지 아스팔트에 부딪치지는 않았고 단지 왼쪽 발목이 좀 까진 정도였습니다.

나는 인도에서 넘어진 것이었고 넘어지자마자 발딱 일어섰습니다.  그랬더니 타이탄 기사가 차에서 튀어 나와 눈이 휘둥그레져가지고 대뜸 '에어컨을 만지느라고 잠시 앞을 보지 못했다면서 대뜸 차에 치이고서 그렇게 빨리 일어서시면 어쩌시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하기야 차에 받힌 인명사고의 경우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이 그대로 림프액이 잡혀 멍드는 것보다 더 낫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있었지만 그의 물음에 솔직히 '쪽 팔려서 빨리 일어 났수다.'라고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운전기사는 빨리 병원을 가보자고 했고 내게 전화번호도 남겨 달라고 했지만 그만 됐다고 하고 가던 길을 가려 하니 그 기사분은 내가 혹시 뒤에 그에게 덤터기라도 씌울까봐 염려를 했음인지 인사사고 사후조치를 밟으려 하기에 나는 일부러 그의 우려를 떨구어 내고자 짐짓 그 분의 차량번호도 보지 않은 채 그냥 나의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물론 지금 내가 직장에 다니는 처지도 아니고 하니 병원에 가서 며칠 누워 있으면서 2주 진단에 1주일 보험회사와 네고로 술값이라도 챙길 수는 있겠으나 이제 불과 3일 후이면 대명절인 음력설이고 나도 음력 한 해 액땜도 할 겸 또한 남을 위해 좋은 일로 적선을 해놓으면 그 음덕이 나에게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굳은 믿음으로 그 분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면서 보내 드린 것입니다.

쓰러지면서 오른 손바닥으로 아스팔트를 치는 바람에 당시에는 손바닥에 검은 자국만 있었는데 씻어도 씻기지 않고 약간 부기가 올라오네요. 그래도 한 30년 탁구로 다져진 몸인지라 피부가 탄력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뼈에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였으니 이제 내년 설 이후부터의 한 해도 무사평안을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