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전 부천시화장터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

“문화에 기반하지 않는 국가, 문화에 기반하지 않는 경제, 문화에 기반하지 않는 기업, 문화에 기반하지 않는 조직은 지속발전은 물론 그 존립 자체도 유지할 수가 없다. 부천시가 추구하고 있는 최고의 이상은 문화도시이다. 이념과 가치 또한 모두 문화도시이다” 

▲ 권정희

위 내용은 최근 박경선 원미구청장이 언론에 배부한 특별기고의 일면이다. 박 청장은 문화도시 부천의 문제점을 도시 이미지 결핍이라고 지적했고, 도시 이미지는 곧 도시 브랜드 가치에서 비롯된다고 부연했다.

부천시의 이미지 실추는 과거 세금도둑사건, 성고문사건, 시험지유출사건 등에서 비롯됐다며 지금은 과거의 나쁜 이미지를 씻어내고 희망이 있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지닌 문화도시를 표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복사골예술제, 시립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부천국제영화제, 영상단지 조성, 국제대학애니메이션 축제, 만화박물관을 비롯한 각종 박물관, 무형문화제 등 인프라를 국축함으로써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문화도시 위상을 확보했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부천시 문화의 현 주소를 병으로 진단한다면 폐암 3기 정도라고나 할까. 이미 수술을 해도 회생이 어렵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 부천시의 문화는 문화 자체가 부천의 존립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복사골예술제가 횟수에 비해 전체 부천시민에게 삶의 질적 향상과 예술가들에게 참다운 예술의 전당이 된다고 보는가. 시립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이 연간 50억원 이상을 들여 명맥을 이어 가고 있는데 부천시의 위상 제고에 투자된 비용만큼 기여했다고 보는가.

또 부천국제영화제를 만들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상동에 영상단지를 조성했다고 하는데 부도난 난장판으로 만들어 회생불가한 폐허의 도시로 만들었는가. 그나마 한다고 하는 만화축제나 만화박물관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아직도 멀기만 하지 않은가. 

부천시가 문화도시로서 확고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성공적 감각부터 익혀야한다. 미국의 라스베가스를 배우자. 미국의 라스베가스는 도박과 환락의 도시로 퇴락의 길목에 봉착했었다. 이때 퇴락하는 라스베가스를 살린 것이 문화공연이었다.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박판에 스티브 존이 내놓은 흥미로운 문화공연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지금은 하루 15만명이 세계에서 몰려온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간 전체 수출액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라스베가스의 성공의 비결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난장판 도박으로 패망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흥미를 가져다주는 각종 공연은 난장판 도박을 세계 최대의 게임문화 천국으로 만들었다. 

부천시에 바람이 있다. 부천시는 일상적 생활수준의 문화 인프라를 가지고 도시경쟁력을 논하고 있고, 도시이미지 브랜드화를 추구하면서 화장터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는 화장문화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LA의 헐리우드나 디즈니랜드, 라스베가스는 문화를 산업화 하고 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화가 얼마나 고부가가치 산업인지 깨닫게 하는 면목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문화지식산업의 근간은 문화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있다. 21세기의 세계경제 흐름은 이미 자본·노동 중심에서 지식기반 경제구조로 전환되고, 문화산업이 지식기반 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화도시, 도시브랜드 가치는 잡다한 문화요소에서 찾을 수 없다. 확고한 생산성을 갖춘 문화콘텐츠 생산과 경제적 창출이 요구되는 유통에서 만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 부천시의 문화적 요소는 생산적이고 유통적인가 아니면 경제적 창출 없이 잡다하기만 한가 깊이 되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