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유재근 시민기자

아들은 평상시에 아빠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면 그냥 막연하게 공부를 해야 하는가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아들의 대학 생활 중의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기간 동안 호주에 영어 어학연수를 가서 많은 외국인 친구들과 사귀다보니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내가 중국에 가서 잠깐 일을 하고 있을 때 아들이 막 군을 제대하고 복학을 기다리고 있던 중 나는 아들에게 대학 졸업 후 취직을 대비하여 영어 해외연수를 1년 더 하여 영어를 확실하게 다질 것을 권유했었지만 아들은 지방대에 다니는 컴플렉스를 먼저 털어야겠다며 우선 1년간 편입시험을 대비하여야겠다고 하여 나는 아들의 결심이 확고한 것을 알고서 그리 하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아들은 대방에 있는 편입 전문학원인 김x 학원에 등록을 하고 다니는데 매일같이 오전 4시반에 일어나서 5시 반이면 집을 나서서 학원으로 향하는데 너무 이르다 보니 아침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대충 라면으로 때우면서 다니는 아들의 모습이 몹시 안타까워 보인다.

세상 이치란 것이 모두 때가 있어 제 때에 한번에 온 힘을 바짝 기울려서 끝을 보아야 하지 재도전의 길은 그만큼 험악하기 마련이며 몇 배의 에너지가 소진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모두들 만학이 그만큼 힘들다고들 말을 하는 것이다.

아들의 편입 공부를 하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공부방 천정의 모든 형광등을 켜놓고 그도 모자라 책상에 전기스탠드를 켜놓고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영어 책을 모두 색연필로 여러 가지 색칠을 하는 것도 모자라 형형색색의 포스트잇(post-it)을 책에 일일이 오려 붙여 가면서 공부를 한다.

때로 내가 거실에 있는 프로젝션 텔레비전을 볼라 치면 스피커 볼륨이 너무 크다면서 좀 줄여달라치면 아들이 무슨 장원급제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리 요란스럽게 공부를 할까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자식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사실 대학 편입시험이라는 것은 설사 실패를 한다하여도 그 전에 다니던 대학을 다시 다니면 그만이기에 배수진은 이미 쳐져 있는 상태로 그다지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 주에는 한번 떨어지면 다시 대입편입 재수를 한다고도 하니 그냥 대충이 아니라 그 치열한 경쟁이 어디에다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으리라.

아내는 내게 아들이 지금은 제대 후 군인 정신이 바짝 들어 한 6개월은 열심히 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아마도 적당히 하려 할 것이라며 장담을 했었지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었다. 왜냐하면 아들의 편입 목표가 내가 아들에게 준 목표가 아니고 아들 스스로가 잡은 자신의 목표이었기 때문이다.

매사의 계획은 스스로 짜게 하여야 자발적으로 짠 계획이기에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어 추진력이 붙기 마련이며 관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계획 입안자의 능력을 감안하여 목표치가 너무 낮으면 스스로 약간 올려 짜도록 조언을 해주고 반대로 과도하게 짠 계획은 중도에서 포기할 확률도 그만큼 높으니 스스로 조금 낮추어 짜도록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아들은 나의 바램대로 1년간 끊임없이 페이스를 잃지 않고 공부를 한 결과 몇 차례 학원에서 장학금을 받기도 하였으며 어쨌든 각고의 노력 끝에 충청남도에 있는 대학에서 서울 장안의 유수 모대학으로 무사히 입성을 하게 되었다.

사실 아들이 영어 공부를 하는 방법에 있어서 못마땅한 점이 많이 있었는데 달리는 기관차에 중간에 갑자기 노선 변경을 주문할 수가 없어서 무사히 서울에 있는 희망 대학에 합격이 된 후에 영어 공부 방법의 변경을 충고해 주었다.

다시 말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으로는 많은 영어 단어의 암기가 필수적인데 영어 단어를 머리 속에 가두는 방법으로 책에서 고개도 안돌리고 영어 단어를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손으로는 그 단어를 계속 쓰면서 암기를 시도하는데 이것도 한 가지 방법은 될 수 있으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영어의 신이 보상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눈을 영어 책에 응시하지를 말고 천장이나 벽면을 바라보고 있을지언정 외우려는 단어를 머리 속으로 계속 연상을 하고 이런 행위는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도 하고 때로 버스를 타러 가면서도 그리 하되 영어 사전을 절대로 몸에서 머리에서 떼어 놓으면 안되고 암기가 불명확하면 언제 어느 장소에서고 영어 사전을 뒤져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이런 충고였다.

사실 공부에서도 포커페이스(poker face)는 필요한 것이다. 열심히 머리 박고 책에서 눈을 띠지 않는다고 머리에 속속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영어 단어를 암기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로 공부를 안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책에 묻혀 공부만 판 친구는 자기가 제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기실은 2보 전진을 위해 1보를 후퇴하는 방법도 진정한 공부의 포커페이스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요즘 대학 입시철이라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일찌감치 재수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유사시를 대비하여 낮은 목표치의 학교를 들어 간 후에 다시 편입을 목표로 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은 되리라.

산 정사에 오르는 길도 여러 군데이듯이 세상 이치에 정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진대 본인의 결심과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만 재수는 여러 과목을 준비하여야 하고 이런 과목들은 순전히 대학입시용으로만 필요할 뿐 막상 대학에 들어 간 후에는 필요치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며 편입의 경우에는 주로 영어과목 한 과목만 준비를 하면 되고 설사 편입에 실패를 한다하여도 영어는 돈과 마찬가지로 평생을 호주머니에 넣고 살아야 하는 것이니 반드시 헛된 노력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