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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필 칼럼]갈꽃섬의 추억
2007년 01월 22일 (월) 00:00:00 박정필 daum nogo0424

박정필 시인(부천중부경찰서 경비교통과장)

   
▲ 노화도(갈꽃섬) 전경 ⓒ완도군
갈꽃섬은 땅 끝에서 금방 손을 잡을 듯 바로 앞에 있다. 도선으로는 20~30분 정도의 거리이고,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남 완도군 노화읍이다.

이곳에 있는 7기의 고인돌은 오래 전부터 조상들이 살아온 삶의 터전임을 입증해 준다. 한때는 많은 늪지가 형성돼 갈대가 무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명이 蘆(갈대.노) 花(꽃.화) 島(섬.도)가 됐다는 일설이 있다.

필자는 10개 마을 중 가장 북단에 위치한 북고리에서 출생하여 청년시절까지 그곳에서 보냈다. 1950~60년대 반농반어촌인 고향마을의 인구는 80여호에 600여명 정도였다. 주민들은 주로 물고기를 잡아 생활을 했는데, 가끔 겨울철에는 넓은 해안에 김발을 막아 값이 뛸 땐 목돈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 갈꽃섬(노화도) 마을 풍경 ⓒ완도군
주식(主食)은 주로 소작농에서 얻어진 보리와 고구마이었다. 1년에 두 번 고유명절인 추석과 설날이 되어야 쌀밥과 쇠고기 국을 먹는 것이 예사였다. 물론 그 시절 어려운 경제사정은 전국이 공통분모였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슬땀을 흘려도 가난의 멍에는 벗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했다. 이런 가난 속에서도 교육열이 높았던 부모들은 자식을 도시에 유학시켰지만 고교생은 고작 4명뿐이었다.

결혼은 이동수단이 부족한 관계로 타 지역과의 교류가 극히 단절돼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면내 혼(面內婚)과 군내(郡內)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먹을 것도 부족하고 어려운 섬마을이었지만 어느 지역보다도 사람들 간의 따뜻한 인정은 넘쳐흘렀다.

하지만 줄기찬 산업화 바람 속에서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른 후, 경제성장은 고향 섬의 판도를 흔들어 놓았다. 많은 주민들이 김과 미역을 채취했던 고전적인 삶의 방식을 접고, 대규모 전복양식으로 전환해 성공했다. 뜻밖에 수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급격한 의식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벌어 신바람이 난 고향 사람들은 우쭐거리고 돈을 헤프게 쓰면서 티격태격 부딪치는 소리가 높아갔다. 또 지나친 자기과시와 이웃간의 경쟁이 점차 과열돼 갔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섬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지만 주민 정서는 점점 싸늘하게 식어갔다.

필자가 1년이면 한두 번 찾아가던 고향은 이제 더 이상 옛 고향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밭에서 김을 매다가도 달려와 흙 묻은 손으로 악수를 나누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그런 광경은 먼 과거의 추억이 되고 말았다. 고샅길에서 서로 마주치면 “오랜만에 왔다”고 인사 한마디 던지고는 그냥 스쳐 지나갔다. 예전의 따뜻한 인정과 이웃사랑은 느껴볼 수가 없었다.

우리 속담에 “부자 3대가 없다”는 말처럼 달라진 경제 환경은 빈곤했던 집안을 풍족하게 만들고 부자로 살았던 가정은 빈곤하게 바꿔놓았다. 이에 따라 끈끈했던 인간관계는 물질주의로 이동해 돈이면 권력과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이웃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듯 시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서로 협력해야 할 경우에도 이기적인 욕망을 앞세워 오기를 부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변화의 단초들이다.

   
▲ 갈꽃섬(노화도) 앞 바다 풍경 ⓒ완도군
이제 집집마다 절대빈곤에서 해방됐지만 순박했던 사람들은 거칠고 야박스러워졌다. 정겨운 초가집 풍경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아쉽고 그립다.

지금까지 필자가 고향에 관해 보고, 느낀대로 묘사한 이야기는 절대 허구와 과장된 것이 아니다. 아마 출향인이라면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에게도 가끔 고향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른 아침 선잠에서 깨어나 소먹이로 뒷산에 오르면 섬들 사이로 피어난 물안개 속에 일출광경은 너무나 황홀했다. 널따란 쪽빛바다 수평선 위를 나르는 바다새떼들과 돛단배 오가는 정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고, 해변에 억겁의 세월동안 파도에 씻긴 즐비하게 서있는 갯바위는 자연이 만든 환상적인 예술품이었다.

가슴에 담아놓은 고향 추억은 잊으려해도 잊을 수 없고 세월이 흘러갈수록 더욱더 새롭게 느껴진다.

   
박정필 시인은
순수문학 예술세계로 등단했으며 경찰문예대전 시 부문 입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기문학인 협회 회원이며 현재 부천중부서 경비교통과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최근 (2006년 12월)시집 <갈꽃섬의 아침>과 수필집 <오늘밤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를 출판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졌습니다. 저서로는 시집 ‘숨죽여 뛰는 맥박’을 비롯하여 섬 안의 섬, 꽃과 생명, 세상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또한 부천타임즈제정 제1회 시민기자상(2007년1월10일)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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