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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감잎차 한 잔
2006년 12월 12일 (화) 00:00:00 부천타임즈 webmaster@bucheontimes.com

박은미(서울 은평시민신문 기자)
 
'나는 왜 더 바쁘게 살지 못하는가?'하는 물음에서 늘 딱히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한 채 스스로 주눅들어 가는 내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게으르게 살 작정이야? 아침에 좀 더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좀 더 늦게 자며 남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야지 하는 스스로에 대한 명령은 늘 지켜지지 않고 게으른 내 모습만 한탄하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니 상냥한 목소리의 아나운서는 올 초에 세운 계획을 잘 마무리하는 시간을 만들라며 나를 더 다급하게 만들어 버리곤 한다. 도대체 연초에 내가 세운 계획이 뭐였지?
 
짐작하건데 아마도 올해 역시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그 간 못읽은 책을 다 읽어버리고 몸을 위해 운동도 시작하고 남편에게 상냥하고 아이들에게 자애로우면서 일가친척 어른 모두 공경하여 가족간에 화합하며 친구간에 우애쌓고 은평지역위해 뭔일 하나 하고 돈도 듬뿍듬뿍 많이 벌어들이고...
 
뭐, 이런 거창한 계획을 혼자 마음 속으로 그려 보았던 것 같다.  어린시절 학교에 내는 과제물도 아닌데 결코 누가 시켜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닌데 해마다 거창한 계획을 잔뜩 세워놓고 연말에 절망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학자 조주은씨의 '너무 바쁜 것은 반역이다' 라는 제목의 칼럼 하나를 읽으면서 내가 왜 스스로를 달달 볶아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퇴근 후 여성이 저녁을 준비하는 1시간동안 무려 7가지의 가사노동을 한꺼번에 한다고 한다. 일과 가정의 이중부담 속에서 여성들은 그야말로 엽기적인 그녀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압박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가혹한 경쟁과 불안감 때문이라는 지적은 내가 그동안 왜 그렇게 조바심을 내며 살아야 했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우리에게 새벽형 인간이 될 것과 1분 1초를 잘 관리하라는 명령으로 실패의 모든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진보진영 역시 끊임없는 교육, 세미나, 지루한 회의 등으로 미처 주변 동료들을 챙길 시간도 없이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이 칼럼에서는 지적하고 있었다.
 
물고기가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있어도 강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고 하더니 나역시 혼자 잘나고 똑똑한 척 해도 결국 신자유주의 물결에 어느덧 휩쓸려 되지도 않을 가혹한 명령을 스스로에게 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고, 참. 내가 세상 보는 공부를 게을리해서 이런 것도 몰랐던 것은 아닌가? 큭 큭.
 
그래 좀 쉬어 가자. 신자유주의가 요구하는 생산적인 인간을 거부해 보자. 은평시민신문에서 원고달라고 독촉하지 않아도 늘 숙제를 안고 있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 보자. 오타박멸의 대업을 안고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는 딴지돌이님의 지적을 또 받더라도 의기소침하지 말자. 뭐, 틀릴 수도 있는 거지.
 
대신 올 한해 그럭저럭 잘 살아 온 나에게 '그래, 올 한해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잘 살아왔구나' 하며 특별한 차를 한 잔 대접해 보자. 늘 마시는 자판기 커피나 율무차 대신 시간과 정성을 들인 차를 한 잔 마셔보자. 비록 밥값보다 비싼 값을 치루더라도 말이다.

   
▲ 감잎ⓒ박은미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차로는 뭐가 좋을까? 무슨 차를 마셔야 먹기도 편하고 부담도 없으면서 우리를 한층 안정시켜 줄 것인가를 고민한 끝의 차는 바로 감잎차다.

감잎차는 풍부한 비타민을 갖고 있으며 맛이 부드러워 녹차나 중국차 등을 바로 마시기에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적합하다. 또한 녹차처럼 우전, 세작, 중작 등으로 나누어 일일이 찻물 온도를 맞추고 다기를 갖추어 우려먹는 번거로움 또한 없다.

 큰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여 약간 식힌 후에 감잎을 조금 넣어 우려주면 보리차나 결명자차를 대신한 훌륭한 음료가 되며 분위기를 잡고 마시려면 다기에 넣고 우려마시면 된다. 다기는 1인다기도 좋고 무엇이든 감잎을 걸러 마실 수 있는 정도의 것이면 된다. 

전해오는 말로 감나무는 잎에 글을 쓸 수 있어 문(文), 나무를 화살촉으로 쓸 수 있어 무(武), 겉과 속이 같이 붉어 충(忠), 이가 없는 노인들도 먹을 수 있어 효(孝),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나뭇잎이 달려 있어 절(絶)을 나타내어 문무충효절(文武忠孝絶)이라 하였다. 
 
   
▲ 감잎차
무엇보다 감잎차의 특징은  필수영양소인 비타민C가 레몬의 20배이상 함유되어 있어 겨울철 감기예방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필수영양소는 사람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몸 안에서 스스로 합성해 내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데 비타민C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 비타민C는 외부로부터 공급을 받아야 하는데 열이나 공기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성질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또한 감잎차이다.
 
추운 겨울이다. 그동안 고생한 나를 위해 그리고 바쁘다는 이유로 관심갖지 못했던 주위사람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우려 낸 감잎차 한 잔을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좋아하는 노래 한 곡과 문태준 님의 '감나무 속으로 매미 한 마리가'라는 시를 한편 읽어보면서 말이다.
 
검푸른 감나무 속으로 매미 한 마리가 들어섰다
감나무를 바싹 껴안아 매미 한 마리가 운다
울음소리가 괄괄하다
아침나절부터 저녁까지 매미가 나무에게 울다 간다
우리의 마음 어디에서 울음이 시작되는지 알 수 없듯
매미가 나무의 어느 슬픔에 내려앉아 우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나무도 기대어 울고 싶었을 것이다.
나무는 이렇게 한번 크게 울고 또 한 해 입을 다물고 산다
 

박은미 님은 서울 은평시민신문 기자입니다. 본 기사는 인터넷언론연대 회원사간 기사협약에 의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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