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

 결국 노무현정권은 자신과 조중동에 의해서 무너졌다. 부동산에서도 안보외교에서도, 노동자 농민들이 누렸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마저 노정권은 기존의 입장을 포기했다.

▲ 양문석(언론개혁시민연대집행위원)

부동산. 조중동은 일관되게 ‘공급정책’을 요구하며 노정권을 압박했다. 아파트 더 지어라는 주장이었고, 노정권은 현재 공급물량으로도 충분하다, 대신에 다주택소유를 제한하면 된다는 입장에서 ‘세금을 통한 부동산 가격 잡기 정책’으로 일관하는 듯 했다. 치열한 샅바 싸움, 조중동과 노정권의 이런 ‘씨름’을 구경하며 국민들 대다수는 당연히 노정권이 이기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정권 초기부터 ‘세금관리’를 통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노정권이 계속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발표할 때마다 부작용이 상승하며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는다. 결국 조중동이 건설업체들의 광고를 업고 건설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노정권을 굴복시킨다.

 노정권이 세금관리를 통한 부동산정책에서 공급확대정책으로 선회, 조중동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러나 자기들의 집값을 무려 2-3배 올려준 노정권을 향해서 강남지역의 집주인들은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정권을 공격한다. 세금올렸다고. 또한 집 없는 서민들은 노정권을 향해서 뱉을 수 있는, 표현가능한 모든 욕설를 쏟아낸다. 집 있는 비 강남지역 사람들도 노정권의 무능에 분노를 덧붙인다. 조중동의 빛나는 승리, 노정권의 초라한 패배.

 외교안보. 상식적으로 접근한 사람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음을 눈치 챘다. 전문가들은 ‘당연한 수순’으로 이해할 정도로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외길수순’을 밟아왔다.

 분명 다른 길도 있었는데...조중동은 일관되게 대북비난을 쉴 새 없이 퍼부으며 한국국민 전체의 여론인양 ‘조작된 여론’을 ‘진짜 여론’처럼 조작한다. 심지어 일본의 대북비난을 찬양하기까지 하는 어이없는 반민족적 행위를 저지른다.

 문제는 또 다시 정부의 태도. 핵실험 발표 이후 PSI에 가입한다 안한다며 정책 혼란을 ‘과시’하더니, 결국 유엔의 대북 제재안에 ‘찬성’해 버린다. 이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조중동이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주장을 펼치면 조중동을 비판하면서도 정부는 자신들의 평화번영정책 자체에 끊임없는 자기불신을 드러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의외로 1차적 책임이 북한보다 미국에 있다는 압도적인 의견을 제시하지만. 결국 노정권은 조중동의 ‘조작된 여론몰이’에 당한다. 조중동의 빛나는 승리, 노정권의 초라한 패배.

 집회 및 시위. 2003년5월. 정권 초기.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킨 철도노동자들의 총파업. 1차 파업은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노정권은 친노동자정권으로 몰아붙이는 조중동의 공세에 휘청거리며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포기하고 2차 철도노동자들의 총파업을 물리력으로 진압한다.

 그리고 새만금 핵폐기장 반대를 요구하며 연일 거리로 나선 부안군민들을 폭도 몰며 ‘제2의 광주’라며 철저하게 물리적 진압을 시도한다. 그리고 노정권이 농민 노동자를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는 한미FTA협상을 진행하면서 소위 말하는 기층민중들의 이반현상이 가속화된다. 결국 지난 달 말 집중적인 농민 노동자 시위가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결국은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 원천봉쇄조치를 내린다.

 불타는 거리, 엎어진 도로를 대문짝만한 사진으로 도배질. 농민들의 노동자들의 피 토하는 절규를 외면하며 이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조중동의 선전 선동이 엉뚱하게 일반 국민들을 설득한 것이 아니라 노정권을 설득하고 만다. 노정권은 조중동이 정당화시켜주는 군사독재시절의 폭력정권를 의심없이 따라간다. 조중동의 빛나는 승리, 노정권의 초라한 패배.

 누구의 잘못인가? 조중동의 잘못인가 노정권의 잘못인가? 당연히 노정권의 잘못이다. 조중동은 원래 자기들이 ‘조작한 여론’을 ‘진짜 여론’처럼 포장하는 매체들이다. 원래 그랬다. 몰랐다고 부인할 수 없는, 아주 일관된 ‘논조’를 유지(?)하는 집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조중동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공격함으로써 대통령직까지 거머쥐는 ‘행운’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확신범’이자 ‘일관성 있는 논조’의 조중동보다는 이런 조중동의 논리에 말렸고, 이런 논리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오판하여 자기들의 기본정책을 포기한 노정권이 잘못이다.

 피 흘리는 농민 노동자들의 절규로 거리가 뒤 덮일 때, ‘임기를 다 못 마친 최초의 대통령’ ‘탈당’ 운운하며 ‘한껏’ 비장함을 드러낸 노대통령의 표정과 발언이 터져 나온다. 어이없다.

 민중들의 고달픈 삶에 또 다른 멍에를 지우려는 노대통령에 항의하는 국민들이 거리를 헤매며 경찰에게 얻어맞을 때, 정치놀음에 집중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어이없다’ 외에 다른 표현이 있을까. 또한 이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 없는 조중동. 차라리 지금 대통령 그만 두라며 대서특필이다. 조종동의 빛나는 승리, 노정권의 초라한 패배 .

언론개혁시민연대는1998년 8월 27일  47개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가 연대하며, 일반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는 언론개혁을 위한 시민운동단체입니다. 언론개혁을 바라는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자발적인 참여로 왜곡된 언론을 바로잡고, 한국언론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며, 실천적인 시민행동을 통하여 바람직한 언론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언론회관 18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