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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타임즈:유재근 시민기자
내가 52세 되던 해인 99년 4월에 호주 시드니로 영어 어학연수를 떠난 적이 있었다. 당시 20여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해보았고 나이도 지긋해진 된 터라 나는 호주에 가서 영어를 가르쳐 줄 선생과 하숙집 주인 그리고 마음에 드는 친구를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해 가기로 하였다.
사실 선물은 마음을 물질로 치환하여 마음에 드는 분에게 전달하는 것이지만 나의 경우는 선물이라기보다는 조금 뇌물에
가까운 것이리라. 사람에게 소금을 먹이면 물을 켜듯이 하숙집 주인에게도 비록 작은 선물이지만 주며는 선물을 안준 하숙생보다는 고기 몇 점이 더
올라올 수도 있는 것이고 하다못해 영어선생도 내게 한번이라도 더 눈길을 줄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선물이냐 뇌물이냐의 구분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고 받는 사람의 마음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주는 사람의 마음이 순수하다고 할지라도 받는 사람의 마음이 부담스러우면 그것은 뇌물로 치부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면을 고려하고 그리고 외국인들이 이국적인 한국의 멋을 한껏 느끼게 할 수 있는 선물을 사고자 남대문
시장에 들렸다. 한국적인 멋을 느낄 수 있는 탈바가지, 박이 열린 초가집, 농지게꾼, 신랑 각시 등의 모습을 고무 랜드로 만들어 액자에 넣은
것을 개당 만원 안짝의 것으로 10여개 정도를 샀다.
내가 산 선물을 시드니에서 가서 하숙집 주인과 선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몇 개는 외국인 친구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마지막 한 개를 남겨 두고는 그것을 어느 여인에게 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마지막까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녀는 다름 아닌 26세의 예쁜 아가씨였는데 그 녀는 일본에서 영어문학과를 졸업하고 영어 해외연수를
왔다는데 아주 얌전하고 용모가 뛰어났으며 그래서 내가 그 녀에게 선물을 주고도 혹시 그녀로부터 내가 자신에게 흑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까봐 그렇고 또 하나는 화폐 가치가 큰 일본 애가 보기에는 별 것도 아닌 것을 선물이라며 준다며 오히려 멸시의 눈초리를
받을까봐서였다.
당시 내가 시드니에 가서는 물가가 한국 보다 비싸서 매사 물건을 구입할 때에는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일본 아이들은
호주에 와서 보니 물건 값이 아주 싸서 좋다면서들 호들갑을 떠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선물 하나를 가지고 2주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개소에서 어렵지 않게 그녀에게 선물을 전달해 줄
모우멘텀이 생겼었다. 그 녀와 같은 나라에서 온 우리 반 일본인 남자 급우 말에 따르면 그 녀는 얼마 전까지 중국계 인도네시아인과 동거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서로 동거생활을 끝내고 쿨(cool)하게 헤어져 친구로 지내자고 서로 합의를 해놓고 요즘은 솔로로 지내는데 가끔가다가 울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내 나이에 비하면 그 녀는 자식뻘 밖에는 안되었지만 그 녀의 미모는 실로 내 가슴을 두드리기에 충분했었지만
그렇게 예쁜 그 녀가 이국에 와서 외국남자와 동거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한 쉽게 헤어졌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었다.
하기야 당시 일본인들의 사조와 행동반경에 대하여는 내가 직접 마주 할 기회가 없었으니 알 길이 없었고 하지만
선진국에 살고 있는 너희도 역시 별거 없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자 나는 마지막 남은 선물을 그 녀에게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전해주었다.
귀국을 하여 이번에는 딸을 호주로 어학연수를 보낼 기회가 되어 내가 딸에게 당부한 말은 단 한가지였었다. '다른
것은 모두 좋으나 외국에 나가서 절대로 동거는 하지 마라!'였었다.
요즘 캐나다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돌아 온 영어강사가 캐나다에 있을 때에 용돈을 마련하고자 포르노를 찍었던 것이
근래 그 녀의 제자에게 인터넷 화상을 통하여 발각이 나는 바람에 사회적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사실 외국에 나가서 홀로 지내다 보면 고국 생각도 나고 가족 생각도 나면서 외로움과의 싸움이 시작되지만 이는 지리적
거리가 멀음을 의미하고 지구는 하나의 촌락을 이루고 살고 있기에 행실은 조심을 하여야만 한다.
이는 비단 영어를 배우러 나간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학생을 돌보러 나간 기러기 엄마 아빠에게도 모두
해당되는 귀중한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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