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타임즈:유재근 시민기자

▲ 큰 선운사 여러 절중 하나의 경내 ⓒ유재근 시민기자

11월 5일(일) 부천 상동 백송마을 LG/SK 아파트 부녀회(회장·황세진) 주관으로 단지 주민 24명이 전북 고창군 아산면에 있는 선운산(수리봉 336m) 등산길에 나섰다.

토요일, 일요일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우비와 우산을 준비하여 우천시에도 만반의 준비를 다해갔으나 다행히 비는 오지를 않았고 오히려 간간히 햇살이 비쳐 등산객의 땀을 날려 주는 좋은 날씨가 계속 되었었다. 

선운산에는 신라 진흥왕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도솔산(兜率山) 북쪽 기슭에 선운사가 있고 선운사가 유명해지자 도솔산을 선운산으로 개명을 하게 되었으며 또한 선운사를 유명하게 하는 마애불상이 있는데 자연석 절벽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마애불이 인자한 미소를 띤 모습으로 새겨져 있고 MBC 인기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인 최상궁 자살 장소인 낙조대등이 등산객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부천에서 3시간 반을 버스로 달려 선운산 매표소 반대편인 하연리에 도착을 하여 청룡산-배맨바위-낙조대-용문굴-도솔암-선운사-매표소로의 산행코스를 택하기로 하였다. 왜냐 하면 선운산은 전북 도립공원인지라 2,800원씩의 입장료 부담해야하기에 우리는 산행가이드를 포함하여 25명인데 매표소 측에서는 30명 이상만을 단체로 인정하므로 양질의 산행코스 선택으로 무려 7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물론 이 길을 찾아 가는데 길을 잘못 들어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는 바람에 온 길을 되돌아가기도 나오기도 하였지만은 여행이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만한 수고는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 된다.

▲ 청룡산 정상에서 ⓒ유재근 시민기자

 오전 10시30분 선운산 자락 아연리 출발지에서 청룡산에 오르는데도 가판른 산길이라 숨이 턱에 차오르고 등짝에는 땀이 흐르기 시작을 하고 일행 중 어느 분이 소주와 돼지 족발을 챙겨와 일잔을 겨누기 시작을 한다.
 
청룡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우리는 공룡의 머리 모습을 하고 있다는 배맨바위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을 하였고 배맨바위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배맨바위가 공룡의 머리부분이라기 보다는 남성의 생식기를 더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워 낼 수가 없었다.
 

▲ 배맨바위에 홀로 생명을 부지한 외로운 소나무 ⓒ유재근 시민기자

배맨바위까지 가는 동안 단풍은 이제 막 들기 시작하였으나 요즈음 비가 오지 않아 너무 건조해서인지 통통한 단풍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아프리카 기아상태의 어린아이들이 뼈마디를 들어 낸 것처럼 나무잎이 말라비틀어진 험한 모습의 단풍잎들이 우리를 처량하게 맞이한다.
 
배맨바위에 이르러서도 우리 일행의 술꾼들은 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침내 소주와 돼지 족발을 모두 그들 배속으로 이송을 시키기에 바빳고 그 옆에 함께 쪼그리고 앉아 있던 모 여사께서는 어느 남정네가 열심히 먹고 있던 족발을 먹던 것인 줄도 모르고 뼈에 붙은 살을 다시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기염까지 보여 주고 있었다.
 
배맨바위에서 낙조대로 가는 길에는 급경사로 이어지고 이 곳에는 스텐레스강으로 긴 철교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는데 팔걸이 봉을 단단히 부여잡으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띄어 놓으면서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가야만 했다.
 
낙조대에 도착을 하니 밑을 보니 깎아지른 절벽인지라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이 곳에서는 인물 위주의 사진보다는 반대편 단풍산을 배경으로 사진기를 잽싸게 빨리 눌러 대었다.

▲ 대장금 최상궁이 자살한 낙조대 아래 ⓒ유재근 시민기자

 
대장금의 최상궁이 몸을 던져 자살을 한 자리에서는 잠시 묵도와 사진을 찍은 후 용문굴로 이동을 하였다. 용문굴은 커다란 천연 굴로 굴이라기보다는 지하 개통 도로로 봄이 좋을 듯싶다.
 

▲ 저 멀리 산 중턱에 보이는 도솔암자 ⓒ유재근 시민기자

용문굴을 지나 먼발치 아래 산악에 독수리 집마냥 도솔암자가 보이고 도솔계곡을 지나 선운사까지 오는 산책로에는 햇볕에 비친 단풍이 꽤 절경인지라 사람의 마음을 무지개색으로 뛰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선운사에 이르는 길에는 계곡이 있고 약간의 물도 흐르며 계곡 웅덩이 곳곳에는 물 속에 가라앉은 오색 단풍잎과 물 위를 떠 표표히 맴도는 단풍잎들의 속삭임이 등산객들의 귀에도 들리는 듯하다.

▲ 자연 절벽에 조각시킨 자애로운 모습의 마애여래상 ⓒ유재근 시민기자

 
약 1500년 역사를 지닌 선운사에 이르기 전에 자연석 절벽에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고 몇 몇의 불자 등산객이 이 곳에 기도를 하는 모습이 눈에 뜨이기도 하고 선운사 대웅전 뒤에는 선운산과 선운사를 그토록 유명하게 만든 동백숲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었으나 선운사 동백은 우리나라 동백 중에서 가장 늦게 피기로 유명하고 하동의 매화가 지고 난 4월부터 꽃봉오리를 터뜨리기에 우리는 애석하게도 단지 동백나무 숲만을 구경하며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선운사에서 매표소까지 이르는 길도 꽤 먼데 이 곳에는 각종 산나물과 복분자를 이용한 술, 막걸리, 차, 생즙, 감, 고구마 등을 파는 장사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등산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 곳에서 우리도 고구마 한 상자를 만원에 주고 사왔지만 우리 일행도 그 곳 농협에 들려 구매를 하는 바람에 우리는 점심도 쫄쫄이 굶으면서 오후 2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버스에 몸을 얹고 풍천장어가 유명하다는 한 식당에 내려 굶주린 배 속으로 풍천장어에 소주를 곁들여 마구 들어부었다. 혹자는 풍천장어라고 하니까 우리나라 어디 유명한 풍천이란 곳이 있는 줄로 알고 있지만 풍천장어는 강물과 바닷물이 어울린 곳에 사는 장어를 일컫는다고 한다.
 
시계 바늘이 오후 4시를 향해 가고 있을 때 우리는 버스에 몸을 실어 귀가를 서둘렀다. 일행 중에는 고창 황금 국화축제를 들렸다 가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선운사에서 워낙 시간을 지체했었고 국화축제에는 발등이 밟힐 정도로 사람이 많다는 소문에 그냥 귀향길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변산 반도 어느 해변가에 들려 약 30분간 여인네들은 해산물 쇼핑에 나섰고 그 사이에 우리 남정네 7사람은 해변가를 찾아 평상에 똬리를 틀고 앉아 집 나간 며느리가 그 맛을 못 잊어 집으로 돌아올 정도로 맛있다는 전어회로 무장을 해가면서 소주병에 강력히 대항하면서 일전을 벌였다.  
 
소주병 3개를 비우는 사이에 여인들을 위한 전어회를 포장 주문을 하고 5시경에 버스에 올라 다시 여인들만을 위한 전어회 술잔치가 벌어졌다.

▲ 낙조대로 가기 위한 스테인레스강 철다리 ⓒ유재근 시민기자

 
부천에 도착한 저녁 9시 반까지 버스 통로에서 남,녀의 막춤이 이어졌고 몇몇의 예쁜 여인들이 나를 통로로 이끌어 내어 그들의 춤사위 속으로 가두려 했지만 나는 막무가내로 양손 행가래를 쳐가면서 사양을 하였다.
 
92년도 대선 때 정주영 캠프에서 관광버스로 서산간척지 교육참관차 이동을 했을 때 당원 여인네들에게 버스 통로로 이끌려 나가 그네들의 육중한 가슴과 엉덩이에 압사를 당했을 뻔하였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 냈기 때문이다.
 
가는 도중에 다행히(?) 백차가 계속 우리 버스 앞을 치고 들어 오는 바람에 우리 버스 안에서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 가면서 나는 드디어 마음 놓고 조용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선운사 근교에서의 멋들어진 단풍 모습은 우리 뇌혈관을 계속 자극해 댈 것이었고 변산반도 주변에서의 부드럽고 고소한 전어회 맛은 아마도 며칠간은 우리 혀에 머물러 있을 듯싶다.